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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확정 '장관 고시'…법학계 "위헌 가능성 높다"

'장관 고시'로 국정화 정한 것은 헌법상 '법률유보 원칙' 위반
민변 "시민사회일반과 연대해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 강구"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5-11-03 15:30 송고 | 2015-11-03 16:52 최종수정
황교안 국무총리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 담화문을 발표한 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무원들이 교과서 국정화 안을 확정 고시한 전자관보를 인쇄해 살펴보고 있다.2015.11.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정부가 3일 학계와 시민·사회단체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국정화 확정 고시를 앞당겨 강행하자 법학계에서는 "장관 고시로 국정교과서를 정하도록 한 것은 '교육제도 법정주의'와 '법률유보원칙 위반'으로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제도 법정주의는 학교교육 등 교육제도에 관한 기본적인 것들은 '법'으로 정하도록 하는 헌법상의 제도다. 법률유보 원칙은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행정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헌법 원칙을 말한다.

법학계에서는 이번 '국정화 확정 고시'가 구체적 기준이나 법적 근거 없이 장관 고시로 교과서 국정화를 정했기 때문에 '교육제도 법정주의'와 '법률유보의 원칙'위반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둘 모두 헌법상의 제도와 원칙이기 때문에 자연히 위헌성 논란도 부상하고 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어느 과목의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정할 것인지 대통령령인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위임했다.

문제는 대통령령인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이 법적근거나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교육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교과목'을 국정도서로 한다고 규정해, 행정부 내부 규칙에 불과한 '장관 고시'로 국정교과서를 정하도록 백지위임한 데 있다.

이에 대해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오동석 교수는 "교육제도에 대해서는 헌법에서 법정주의를 취하고 있는데 '교육받을 권리'와 관련이 있는 부분을 '장관 고시'로 정하도록 사실상 '백지위임'한 것은 위헌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전학선 교수는 "법률에서 교과용 도서의 범위를 정하고 대통령령에 이를 위임했다면 대통령령에서 이를 정해야 하는데 이를 ‘장관 고시’로 재위임하고 있는 것은 '백지위임' 형태"라고 설명했다.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본질적 사안에 대해서는 의회가 정하도록 하는 의회유보 원칙이 있음에도 교과서 국정화 같은 교육기본권과 관련한 중요한 사안을 '장관 고시'로 정하도록 한 것은 법률유보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시민사회일반과 연대해 국정화 고시에 대해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헌재는 2006년 국정 역사교과서 위헌 확인 결정에서 "국정교과서인 국사교과서의 편찬행위로 학교의 장은 위 국정교과서를 의무적으로 교과용 도서로 사용해야 하고,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교사나 학생의 경우에는 그 편찬된 내용대로 수업을 하거나 교육을 받아야 하므로 그 범위에서 이들의 기본권이 직접 제한될 여지가 있다"며 국정 교과서의 기본권 제한 가능성을 인정한 바 있다.

해당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역사학자의 헌법소원 청구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국정 역사교과서의 위헌성 여부를 직접 판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학생이나 교사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헌법재판소가 국정 교과서의 위헌성을 판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행정예고기간은 2일 자정으로 끝났다. 행정절차법상 행정예고 최소 기간인 20일은 채웠지만 예고 기간 중인 13일 국무회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같은 날 국정교과서 예산 44억원을 예비비로 배정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절차적·형식적 흠결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참여연대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고시 발표를 강행한 것은 행정절차법의 기본 입법취지를 완전히 무시한 불법적 행위"라며 "반대서명만 100만건이 넘었으며 교육부에 접수된 반대의견도 이미 40만건을 넘는 등 압도적인 반대 속에서 행정절차법을 그 취지대로 이행하려면 고시를 강행할 것이 아니라 반대하는 역사학계와 국민과의 의견조율을 먼저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의 위헌성은 물론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확정되기 전에 이미 예산집행등 관련 행정행위를 한 것은 절차적 흠결이 있어 이에 대한 논란은 계속 될 전망이다.


juris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