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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음식 '배추김치' 그 옛날 지중해 잡초였지요

[음식속숨은이야기]일제강점기 우장춘 박사 품종개발…1인당 한해 10포기

(세종=뉴스1) 이은지 기자 | 2015-10-31 08:00 송고
절임배추. © News1
절임배추. © News1


김장철이 다가왔다. 김치 주재료인 배추가격에 따라 김치가격 지수(4인 가족이 먹을 김치는 담그는데 드는 평균비용)가 결정되는 만큼 배춧값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다. 올해는 배춧값이 폭락했던 지난해보다 올랐지만 여전히 평년 가격보다 낮아 가계부담이 적을 전망이다.
배추가 김치 재료로 활용돼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시초는 지중해 연안의 잡초성 유채에서 유래됐다. 지중해 지역에서 분화를 거듭한 결과 오늘날의 양배추,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브뤼셀스프라우트, 배추 등으로 나눠졌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을 거쳐 13세기경부터 재배되기 시작했으며, 현재의 배추는 중국에서 도입된 반결구 배추(잎이 여러겹으로 겹쳐 속이 둥글게 들지 않고 윗부분이 벌어져서 자라는 배추)가 토착화되면서 탄생한 '개성배추'가 원조다.

19세기까지 배추는 김치의 주재료가 아니었다. 채소재배와 육종기술이 발달한 20세기에 들어 주재료로서 자리잡았다. 일제강점기 이후 배추에 대한 전문 인력이나 시설, 종자 기반이 없던 우리나라에 육종의 기틀을 확립한 사람이 우장춘 박사다. 그가 1955년부터 우수 품종을 개발하면서 세계 최고의 무, 배추 육종기술을 확보한 결과 2012년 Codex(코덱스, 국제식품규격)에서 우리배추를 'Kimchi cabbage'로 명명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종가집 김장나눔마당에서 참가자들이 김치를 담그고 있다.  © News1 허경 기자
종가집 김장나눔마당에서 참가자들이 김치를 담그고 있다.  © News1 허경 기자


배추는 무, 유채, 갓, 양배추, 브로콜리, 콜라비 등과 같은 십자화과 작물로 보통 두해살이 식물이다. 다른 작물에 비해 날씨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장기저장도 곤란해 생산량의 변동에 따른 가격 등락이 극심한 채소다. 지난해처럼 배춧값이 1kg당 400원대로 떨어지면 수확을 포기하고 갈아엎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배추 생산량은 점차 하락하고 있지만 1인당 소비량은 거의 변화없이 꾸준하다. 1인당 소비량은 2012년 기준 32kg으로 국민 1인당 1년에 배추 10포기 정도를 먹고 있다. 소비자가 수입농산물 중 구매가 꺼려지는 품목 2위가 배추, 3위는 김치일 정도로 국내산 여부에 민감한 작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식당에서 나오는 김치가 대부분 수입산 배추로 만든 김치인 탓에 배추수입물량도 덩달아 늘고 있다. 배추 수입물량은 연간 1402톤(5억7000만원)이며, 김치는 약 22만톤(1253억원)이다. 수입되는 김치를 원물로 환산하면 44만톤으로 국내 생산량의 21%에 달할 만큼 비중이 높다. 중국과의 FTA에서 신선배추는 제외됐으나 가공식품으로서 김치에 대한 관세가 낮아져 중국산 김치 수입은 늘어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배추 소비에 있어 위협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식탁의 부식으로 취급되던 김치와 배추의 영양가치가 부각되면서 건강식품으로서 조명받고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김치는 암과 노화, 비만 등의 예방과 피부노화 방지를 위한 기능성을 보유하고 있다. 배추는 100g 정도만 섭취하더라도 하루 권장량의 비타민 C를 거의 채울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만성질병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과일과 채소를 선정했는데 47개 품목 가운데 물냉이에 이어 배추가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근대, 4위는 비트, 5위는 시금치로 선정됐다.

배추는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며 특히 녹색 잎 부위에 많이 들어있고, 비타민 C는 김치 등 조리 후에도 손실이 적은 편이다. 또 비타민 A로 변하는 카로틴과 칼륨, 칼슘, 철분 같은 미네랄이 많아 체액의 중화를 돕고 고혈압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배추에 포함된 섬유질은 장에서 세균 번식을 막고 장 기능을 활성화시켜 과민성 대장염이나 변비와 설사를 반복하는 사람에게 좋다. 배추의 구수한 맛을 내는 '시스틴'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항산화와 해독작용을 하며, 특히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배추에 많은 항암물질 '글루코시놀레이트'는 항암 기능뿐만 아니라 항균과 살충 작용을 갖는 기능성 물질로 배추, 양배추, 무, 순무, 브로콜리 등 배추과 식물에 많이 함유돼 있다.

배추는 김치 이외에도 무침, 볶음, 쌈 등으로도 이용되며, 국물요리나 찜은 달달한 맛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살짝 볶은 배추는 볶음국수나 파스타에 잘 어울리고, 잎으로 고기소를 감싼 배추만두(숭채만두)도 인기 있는 음식이다. 중국인들은 '백채불여백채'(百菜不如白寀)라 해 백가지 채소가 배추만 못하다고 여길 정도로 각종 요리에 배추를 빠지지 않고 이용한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배추는 FTA로 인해 수급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배추의 건강기능성이 강조되면서 소비가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도 많은 작물이다"며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잡는 수급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높아지는 기후변화 위협과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품질, 재해저항성, 저장 등의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l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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