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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우리에 갇힌 줄기세포.."희귀난치 질환에라도 희망을"

[세계는 줄기세포 전쟁중]③ "줄기세포 화학의학품과 달라...규제를 풀때"
규제 강하고 비싸고 건보적용도 안돼 앞날 캄캄..규제완화 범위는 이견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2015-08-19 06:00 송고 | 2015-08-19 08:52 최종수정
편집자주 세계가 줄기세포 전쟁중이다. 희귀난치 질환의 마지막 희망이어서다. 미국은 윤리적 문제가 있는 배아줄기세포까지 연구지원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됐다. 일본은 한술 더 떴다. 소정의 절차나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다 이용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버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줄기세포는 까다로운 의약품 규제의 틀속에 갇힌 새에 불과하다. 격렬해진 세계 줄기세포전쟁의 현황과 우리나라의 갈길을 조명해본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후생노동성'. 일본은 작년 11월 25일부터 재생의료법을 시행했다. /뉴스1 © News1 이영성 기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줄기세포치료제로 허가된 품목수가 가장 많은 나라로 꼽히지만 실속이 별로 없고 성장기반도 약하다.

허가된 제품 4개 모두 일반 전문의약품처럼 임상 1상부터 3상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 허가가 이뤄졌지만 워낙 비싸 처방액수가보잘 것 없다. 1개 제품을 빼고는 건강보험 적용이안된다. 이는 벤처기업이 줄기세포치료제를 담당하는 현실에서 산업으로서 성장을 제약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파미셀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급성심근경색치료제 '하티셀그램-에이엠아이'의 표준판매가는 1500만원이다. 지난해 생산실적도 8억5600만원어치에 불과해 존재감도 별로 없다. 이 회사는 지난해 28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메디포스트의 퇴행성관절염치료제 '카티스템'의 지난해 매출은 28억원으로 전체 회사매출의 6.7%에 불과하다. 메디포스트 역시 지난해 18억50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웬만하면 되는 일본 vs. 웬만하면 안되는 한국

일본은 줄기세포산업을 정책적으로 키우기 위해 의사와 환자의 책임하에 줄기세포가 보약처럼 처방되는 것까지 제도적으로 허용해버린 경우다. 지난해 11월 '재생의료 등 안전성 확보법'(이하 재생의료법)을 제정, 줄기세포 종류가 무엇이든 '제조 면허'를 받은 업체가 배양한 줄기세포라면 '시술 허가'를 가진 병의원에서 누구나 처방을 받도록 했다.

원래 일본은 의사책임하에서 줄기세포를 인체에서 추출·배양·시술하는 것이 용인돼 왔다. 재생의료법은 그 관행에 허가라는 최소한도의 절차를 도입해 어느 병원에서 무엇을 시술했는지 관리가 가능하도록 양성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계 기업으로는 알바이오의 일본법인 알재팬이 처음으로 제조허가를 취득했다. 제조면허는 줄기세포 배양에 적합한 기술과 시설, 관리역량을 갖추었다고 인정되면 내준다.

만약 어떤 줄기세포업체가 임상을 진행해 안전성을 입증하면 치료제로 인정돼 건강보험을 적용해준다. 개정된 약사법에 따르면 임상 어느 단계에서 안전성이 승인되면 나머지 임상은 거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환자가 치료제로 허가받지 않는 줄기세포를 처방받으려면 온전히 자기부담으로 해야한다. 

윤리 문제가 있는 배아줄기세포나 일본이 주력종목으로 전력투구하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도 같은 제도를 적용받는다.그러나 아직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못하다 보니 수혜는 성체줄기세포로 쏠리고 있다.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전반적인 효능은 배아줄기세포나 iPS에 떨어지지만 부작용이 없고 국소적으로는 무시할 수 없는 효과가 있는 무난한 치료제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이 이처럼 파격적인 줄기세포 제도를 도입한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바로 일본에 노벨상을 안겨준 iPS를 전략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상용화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다소간의 난립 위험을 감수하고 업체에 젖줄이 될 시장을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제도를 우리나라도 그대로 답습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부작용이 없다고 할 수 있는 만큼 최소한도의 허가를 전제로 배양과 시술을 자유롭게 할수 있도록 해 업계에 숨통을 만들어줘야한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반대로 줄시세포업체 난립과 무분별한 시술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하는 쪽도 있다. 

그러나 어떤 입장이든 줄기세포를 일반 전문의약품과 같은 범주에서 가혹하게 규제하는 데는 벗어날 때가 됐다는데는 전문가들이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최소한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해서는 임상을 다 거치지 않아도 치료제로 인정해주고 건강보험도 적용해줘야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 "줄기세포 규제완화, 고려할 때 됐다"

송순욱 인하대병원 교수 © News1
19일 인하대학교병원 성체줄기세포연구사업단(이하 줄기세포 사업단) 송순욱 단장(의대 교수·사진㎥)은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일본의 재생의료법 시행이 다른 국가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처럼은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줄기세포에 대한) 순차적인 규제 완화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줄기세포치료제로서 허가를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임상1~3상을 모두 거쳐야 한다. 치료제 허가를 받지 않으면 치료는 물론 임상연구용을 제외하곤 세포배양조차 할 수 없다. 

그래도 치료제지만 건강보험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허가된 4개의 성체줄기세포치료제들 중 희귀질환약인 안트로젠의 크론성 누공치료제 '큐피스템' 1개 제품만이 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이 제품은 보험적용이 이뤄지기 전까지 이 제품의 매출 규모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지금같은 구조에서는 바이오 업체가 수익을 내서 연구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가격도 비싸다 보니 비보험으로 많은 치료비용을 쏟아야 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필요한 줄기세포가 국내 품목허가를 받지 못한 경우엔 품목허가가 필요없는 일본으로 건너가 치료를 받고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건강목적에서 치료목적까지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을 굳이 국내에서 외면할 필요가 있느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송 교수는 “배아줄기세포나 iPS에 비해 성체줄기세포는 그 동안 안전성을 입증 해왔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규제완화 방향을 고려해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아직 줄기세포 상용화 기간이 길지 않다 보니 갑자기 바꾸기는 어려울 수 있으므로 질환마다 차이를 두고 규제를 완화해주는 쪽으로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우리나라도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의 경우 임상1~2상까지만 거쳐도 조건부 승인(허가 뒤 임상3상 진행)을 내주는 보완장치가 있다. 예컨대 코아스템의 루게릭병 치료제 '뉴로나타-알주'는 임상2상까지 마친 뒤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알바이오의 버거씨병 희귀질환치료제 '바스코스템'도 임상2상까지 완료하고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일본이 최소 임상1상만 진행해도 허가를 내줄 수 있는 것에 비하면 규제 벽이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자가세포는 자신의 세포이기 때문에 면역거부가 없고 타가세포 역시 많은 세포양이 아니라면 면역작용이 거의 없다는 연구결과는 이러한 규제 방향과 서로 역행한다.

이에 희귀·난치성 질환은 물론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경우에 줄기세포치료제가 환자들의 마지막 희망이 되는 만큼 규제가 보다 풀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송 교수의 논리다. 

송 교수는 “현재 치료제가 없거나 최후의 치료제를 써도 치료되지 않은 환자들에게 성체줄기세포치료 규제를 조금씩 완화시키는 것이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치료효과를 확인해 가면서 조금씩 다른 질환으로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배아줄기세포나 iPS의 경우 안전성 문제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줄기세포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이 바람직"

송 교수는 이어 “보험적용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에서 줄기세포치료제 상용화 기간이 길지 않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치료제에 건보가 적용되려면 효과나 안전성 데이터가 더 쌓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글로벌줄기세포/재생의료 연구개발촉진센터의 박소라 센터장(인하대 의대 교수) 역시 일본의 재생의료법 시행에 대해 긍정인 시각을 내비쳤다. 

박 센터장은 “일본은 재생의료법을 제정하는데 5년의 시간을 투자한 것으로 안다”며 “긍정적 흐름으로 인식하고 있고 정부도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등을 힘을 합쳐 수립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형민 건국대 교수 © News1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줄기세포학교실 정형민 교수(사진)도 줄기세포 치료에 건보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줄기세포치료제로 허가를 받으면 보험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산업 쪽에서도 재투자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줄기세포 치료제 허가과정과 관련해서는 보수적 입장을 견지했다. 정 교수는 “성체줄기세포라도 허가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경우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것이 난립될 수 있기 때문에 허가 규정만큼은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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