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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최악의 녹조' 한강하구 가보니…"그물엔 죽은 물고기만 가득"

수십년 만에 처음 보는 현상에 어민들 한숨 가득…강가에는 악취 진동

(고양=뉴스1) 박대준 기자 | 2015-07-01 18:15 송고 | 2015-07-01 18:40 최종수정
지난달 27일 한강하구 녹조현상이 첫 발견된 후 5일째인 1일 경기 고양시 행주선착장에 조업을 포기한 어민들의 어선 주위로 녹조띠가 형성돼 있다. © News1
지난달 27일 한강하구 녹조현상이 첫 발견된 후 5일째인 1일 경기 고양시 행주선착장에 조업을 포기한 어민들의 어선 주위로 녹조띠가 형성돼 있다. © News1

“다들 그물을 걷어 놓고 며칠째 낮술만 먹고 있어요”

경기 고양시 박찬수(57) 행주어촌계장은 지난달 27일 낮 한강 하구에 녹조현상이 처음 발견된 후 1일 현재까지 조업을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녹조 발생 5일째인 1일 극심한 녹조현상이 발생한 한강 하구를 찾은 뉴스1 취재팀이 처음으로 경험한 것은 비릿한 물냄새다.

녹조현상은 지난달 29일을 고비로 30일 시작된 사리(조수간만으로 수면이 높아지는 현상)와 강한 바람으로 물결이 거세지면서 강 중앙은 녹조가 어느 정도 걷힌 상황이다.

그러나 어민들은 녹조현상이 사라지는 단계가 아닌 강 상류로 녹조가 밀려간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인의 출입이 일부 통제된 한강하구는 강 어귀마다 짙은 녹조들이 물길에 떠밀려 오고 있었다. 특히 행주선착장은 물살이 잔잔해 주변에 비해 확연히 짙은 녹색을 띠고 있었다.

녹조현상으로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들이 방치돼 있다. © News1
녹조현상으로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들이 방치돼 있다. © News1

선착장 주변에는 조업을 포기한 어민들이 널어 놓은 그물들이 수북히 쌓여 있고 한편에서는 어민 2명이 쭈그려 앉은 채 한강을 바라보며 연신 담배를 물고 있었다.

한 어민은 “녹조가 27일 처음 발견된 후 28일 조업에 나갔더니 그물에 죽은 물고기만 가득했다. 이후 오늘까지 일을 포기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녹조띠가 어느정도 가시는 듯 싶어 새벽에 어민 2~3명이 조업을 나갔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선착장을 벗어나 장항습지 주변 한강변 탐사에 나서자 이곳저곳에서 족히 50cm는 되 보니는 물고기 사체들이 눈에 띄었다.

어민들이 죽은 물고기를 눈에 띄는대로 수거했지만 수풀 속에서는 죽은 지 며칠 지난 물고기들이 심한 악취와 함께 파리떼들이 꼬여 들었다.

이미 폐사한 지 며칠이 지난 물고기에 심한 악취와 함께 파리떼들이 모여 있다. © News1
이미 폐사한 지 며칠이 지난 물고기에 심한 악취와 함께 파리떼들이 모여 있다. © News1

먹이감이 없어지다 보니 이맘때 쯤 한강 하구 행주대교와 김포대교 사이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민물가마우지와 외가리 등 새들이 자취를 감췄다. 이곳은 한강에서도 녹조현상이 가장 심했던 곳으로 알려졌다.

한강하구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들로 이뤄진 행주어촌계는 20여년전 행주선단으로 출범해 지금으로 이름으로 바꿔 어민 33명이 실뱀장어, 황복, 장어, 참게, 숭어, 잉어 등을 잡아 생계를 꾸려 오고 있다.

박찬수 행주어촌계장은 이날 “15년간 이곳에서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아왔는데 이번 같이 심한 녹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또한 박 계장은 “수년 전부터 한강 하구 생태계가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08년 끈벌레가 처음 어민들에게 발견된 이후 올해 봄에는 대량으로 발견돼 극심한 피해를 봤다. 여기에 지난해 처음 발견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큰빗이끼벌래는 이미 수년전부터 어민들의 눈에 심심찮게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녹조현상으로 조업을 포기한 한 어민이 어선을 손보고 있다.
녹조현상으로 조업을 포기한 한 어민이 어선을 손보고 있다.

환경단체는 지난달 29일 행주선착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녹조현상의 원인을 심곡수중보로 지목했다.

그러나 어민들은 원인이 따로 있다고 반박했다. 박 계장은 “인근 서울시의 대규모 난지물재생센터에서 흘러나온 부영양화 된 물이 극심한 가뭄과 겹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수년간 서울시에 피해보상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평수 전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도 “수중보의 영향을 부인한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비가 올 경우 우수와 오수가 섞이면 이를 처리할 능력이 없어 그대로 한강으로 흘려보내는 것을 허용한 환경부의 정책이 잘못”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양시는 지난달 29일 한강 하구 현장에서 행주어촌계와 합동으로 한강하구 수질에 대한 용존산소 측정과 함께 시료를 채수해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d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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