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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 "'지금 이 순간'이라는 말, 제 연기 원동력이죠"(인터뷰①)

(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기자 | 2015-01-27 11:03 송고

"지금 바로 이 순간, 제 스스로가 연기를 즐기다보니까 항상 즐겁고 행복한 것 같아요. "

배우 하지원(38)은 '지금 이 순간'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지난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이후 지치지 않고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건, 매 순간을 즐겼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고. 연기를 삶의 일부로 즐길 줄 아는 그 만의 마인드가 지금의 하지원을 만든 원동력인 셈이었다.

그런 하지원은 영화 '허삼관'(감독 하정우)을 찍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순간을 만끽했다. 그는 극 중 허삼관의 아내 허옥란 역을 맡아 하정우와 부부 호흡을 맞췄다. 허옥란은 자신의 첫째 아들 일락(남다름 분)이 과거 연인 하소용(민무제 분)의 친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결혼 생활 11년 만에 허삼관과 갈등을 겪게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정우 감독은 허옥란 역에 하지원을 캐스팅한 이유를 '신뢰감'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하지원이라는 배우라면 영화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방대한 원작을 두 시간짜리 영화로 축소시키다 보니 캐릭터에 대한 많은 부분이 생략될 수밖에 없었지만, 하지원이라는 배우라면 허옥란 캐릭터의 존재감을 얼마든지 드러내줄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배우 하지원이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1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허삼관'의 허옥란 역을 맡은 소감을 밝혔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배우 하지원이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1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허삼관'의 허옥란 역을 맡은 소감을 밝혔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네요. (웃음) 저는 사실 멋을 내는 연기에 대해 잘 몰라요. 그냥 연기하는 순간 만큼은 솔직하게 연기하려고 하거든요. 그런 부분이 관객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않았을까요. 눈물을 흘리거나 기쁠 때도 충실한 감정으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밝은 느낌의 드라마나 영화를 할 때 나쁜 뉴스도 일부러 피해서 안 보기도 하거든요. 분명 행복한 역할인데 괜히 영향을 받으면 톤이 다운될까봐 스스로를 많이 보호하는 편이예요. (웃음)"

하지원은 투명한 감수성을 가진 배우였다. 자신이 출연했던 공포영화도 잘 못 보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간 악역을 맡게 되면 자신 스스로도 가슴이 너무 아플 것 같았다면서 이전에는 배역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이 길어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빠져 나오는 방법도, 힐링하는 방법도 예전보단 나름 잘 알게 됐어요"라며 "악역도, 경험해 보지 못한 다른 캐릭터에도 도전하고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허옥란 역시, 그런 도전의 연장선에 있던 캐릭터였던 셈이었다.

"옥란이는 지금도 생각해 보면 너무 행복한 캐릭터였어요. 저는 '다모'처럼 작품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거나 하는 그런 설정이 너무 많이 힘들었거든요. '허삼관'에서는 엄마 역할을 하게 되면서 부모님 입장이 돼보니까 부모님이 주신 사랑이 뭔지 조금이나마 알겠더라고요. 나도 아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웃음) 가족의 사랑에 대한 것들을 영화를 하면서 처음 느끼게 됐어요. 드라마 '기황후'를 찍고 바로 '허삼관'을 찍게 됐지만 오히려 상반된 캐릭터이다 보니까 능동적으로 임하게 된 것 같아요."

<span>배우 하지원이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1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허삼관'의 허옥란 역을 통해 생애 첫 아이 엄마 역할을 맡아 연기하게 된 소감에 대해 털어놨다. </span>©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배우 하지원이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1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허삼관'의 허옥란 역을 통해 생애 첫 아이 엄마 역할을 맡아 연기하게 된 소감에 대해 털어놨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허삼관'의 허옥란은 하지원 만의 허옥란이었다. 시나리오에 허옥란 캐릭터가 친절하게 그려지지 못했던 점은 하정우 감독 역시 고민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원은 시나리오에 없는 장면들을 상상하며 연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정우 감독 역시 "'허삼관'의 허옥란은 하지원이 그리는 허옥란이 돼야 한다"고 디렉션을 줬고, 하지원 역시 편안하게 허옥란 캐릭터에 접근해 갈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결과적으로 하지원은 그 만의 허옥란을 완성해냈지만, 캐릭터에 도전하기 까지 마음 먹기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허옥란 역할을 거절하려 했었던 부분은 단지 아이를 낳은 엄마 역할이라는 것 때문 만은 아니었어요. 뻔뻔한 면도 있고 거친 말투도 쓰고 굉장히 억센 부분도 있는데 제가 이런 부분들을 소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캐릭터가 내 옷 같지가 않더라고요. 그런데 하정우 감독님이 어울린다고 해주시니까 호기심이 생겼어요. 심지어 감독님도 '나도 아빠 역할이 처음이야'라는 말을 해주셔서 '아, 나만 처음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허옥란은 마을의 절세 미인이다. 허옥란이 마을 한 가운데를 거닐고 있노라면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린다. 하지원은 절세미녀 역할이 부담스럽진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제가 생각한 절세미녀는 겉모습이 화려해서 예쁜 옥란이가 아닌 것 같았어요. 소박한 모습에서 비쳐지는 아름다운 모습을 의미하는 것 같았거든요. 옥란이는 강냉이를 팔아야 했는데 그런 환경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아요"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는 그 만의 모성애 연기를 어떻게 찾아갔을까.  

<span>배우 하지원이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1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30대가 되면서 더 다양한 배역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span>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배우 하지원이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1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30대가 되면서 더 다양한 배역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모성애를 어떻게 연기해야겠다라는 구체적인 생각은 없었어요. 일단은 연기하는 제가 편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 같은 느낌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선 아이들과 가까워지려 재미 있게 놀았어요. (웃음) 게임도 하고 매일 서로 안아주고 정말 가족처럼 편안하게 지냈어요. 촬영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요. 아이들을 원래 좋아하냐고요? 좋아하긴 하는데 케어를 못하는 편이거든요. (웃음) 돌봐줘야겠다고 생각을 하면 부담이 될 수 있는데 같이 논다는 느낌이니까 정말 즐거웠어요."

하지원은 영화 '가위', '폰', '색즉시공', '내 사랑 싸가지', '형사 Duelist', '1번가의 기적', '해운대' 등 다수의 흥행작을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 충무로 최고의 여배우다.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은 무엇인 것 같느냐고 물으니 "모든 작품이 대표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따로 어느 한 작품을 꼽을 수 없는 것 같아요. 다만 항상 마지막 작품이 대표작"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고로 '허삼관'이 그의 대표작이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점점 더 하고 싶은 작품이 많아지고 있어요. 특별하게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단지 20대 때와 달리 30대에는 표현할 수 있는 것, 연기할 수 있는 것들이 다르다 보니까 점점 하고 싶은 게 많아졌어요. 허옥란이라는 캐릭터도 아마 제가 20대 였다면 못 하지 않았을까요. 새해 계획이요? 좋은 영화들을 많이 찍고 싶어요. 좋은 작품을 만나고 새로운 캐릭터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게 제 바람이예요."

하지원은 화려한 필모그래피에서 자신을 철저하게 분리시킬 줄 아는 배우이기도 했다. 꾸밈 없는 담백한 어휘로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모습이었다. 애써 자신의 이야기를 치장하듯 말하지 않아서 소탈했고 인간적이었다. 허옥란 역할이 하지원에게는 '의외의 선택'이 아닌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라 짐작됐다. 하지원이라는 배우가 지닌 정서와 '허삼관'의 정서 사이에는 분명 접점이 있었기 때문에.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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