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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대표가 아청법 위반? "아청법 지키면 통비법 위반인데…"

폐쇄형 SNS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은 '통비법 위반'..."설익은 법을 집행" 지적

(서울=뉴스1) 서영준 기자 | 2014-12-23 20:42 송고 | 2014-12-24 00:46 최종수정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10일 밤 피의자 신분으로 대전지방경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이 대표는 카카오그룹 내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 아동청소년 음란물 유포를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4.12.10/뉴스1 © News1 박영문 기자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가 '카카오그룹'을 통해 유포된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모니터링하거나 전송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소환 조사를 받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에 대해 인터넷업계에서는 '설익은 법의 집행'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이 이 대표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법률적 근거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17조 1항이다. 관련법에는 '자신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거나 발견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즉시 삭제하고, 전송을 방지 또는 중단하는 기술적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이 대표는 '카카오그룹'에서 유통된 자료들 가운데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찾아내 즉시 삭제하거나 사전에 이러한 자료들이 오갈 수 없도록 기술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사전에 이런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술은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마디로 '설익은' 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칼을 휘두르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이미 전송됐거나 앞으로 전송될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카카오그룹' 대화내용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여부를 판별해 즉시 삭제할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그룹'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에 아청법을 실행하려면 통비법을 어겨야 한다.

통비법 제3조에는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가운데 감청이란 '전기통신에 대하여 당사자의 동의없이 전자장치·기계장치등을 사용하여 통신의 음향·문언·부호·영상을 청취·공독하여 그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거나 전기통신의 송·수신을 방해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즉, 실시간 모니터링은 통비법에서 '감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카카오그룹'에서 오간 대화를 들여다보면 통비법을 어길 수밖에 없다. 또 '카카오그룹'이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임을 감안하면 '카카오그룹'에서 주고받는 대화와 자료들은 비공개에 해당, 이 역시 통비법에서 녹음과 청취를 금하고 있다.

특히 아청법은 '사전적 기술조치'를 요구하지만 관련법 시행령에는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두지 않고 있다. '카카오그룹'은 다음이나 네이버처럼 공개된 온라인 포털이 아니기 때문에 온라인 포털과 같은 방법으로 '사전적 기술조치'를 취하게 되면 위법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현재 네이버나 다음은 성인음란물에 대해 '해시값'(복사된 디지털 증거의 동일성을 입증하기 위해 파일 특성을 축약한 암호 같은 수치)을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 음란물 게시와 유통을 기술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또 온라인 포털은 이용약관을 통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과 같은 유해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어, 감청 논란에서 자유롭다. 따라서 모니터링 요원들이 실시간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여부를 가려내고,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다.

이를 그대로 '카카오그룹'에 적용할 수 없는 이유는 통비법 위반소지도 있지만 아청법 11조에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 즉,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한 DB 구축을 위한 자료수집 자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포털처럼 DB를 구축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없는 '기술조치'를 법으로 만들어놓은 셈이다.

사실 아청법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이 온라인으로 유포될 때 온라인서비스제공자를 처벌하기 위해 마련된 법이다. 2011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이던 최영희 당시 민주당 의원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넣은 아청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같은해 9월15일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된 아청법은 이듬해인 2012년 3월16일부터 시행됐다.

법률시행 이후 아청법은 여러번 개정됐지만 17조 조항은 그대로 유지됐을 뿐만 아니라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전적 기술조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다. 통비법 등과의 충돌도 해결되지 않은 채 법집행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아청법 소관부처인 여성가족부도 난감해하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카카오그룹의 경우 지인들끼리 사용하는 폐쇄형 공간인데 아청법만 적용한다면 다른 법들과 충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비법 주관부처인 미래부 관계자는 "아청법이 만들어질 당시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공익이 최우선으로 고려된 부분이 있다"며 "기존 판례도 없는 상황에서 법률 충돌에 대한 부분은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국장은 "지금 기술로는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완벽히 필터링할 기술이 없다"며 "기술적 조치에 대한 기준 마련을 위해 시행령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을 꾸준히 정부에 전달하고 있으나 해결을 보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소관부처간의 의견조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가 검찰에 기소의견이 송치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과도한 법집행'으로 국내 대표 토종기업 CEO를 범법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애당초 법을 제정할때 법간에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충분히 검토를 했어야 하는데, 졸속으로 법을 만들어놓고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칼을 휘두르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s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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