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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박 대통령, 제7차 세계정책회의(WPC) 기조연설

(서울=뉴스1) | 2014-12-08 09:40 송고

존경하는 몽브리알 IFRI 소장님,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제7차 세계정책회의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지난 2008년 출범한 세계정책회의는 그동안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세계적 논의를 선도해 왔습니다.

그동안 유럽에서 열리던 회의가 최초로 아시아에서 열리게 되었고, 그 첫 회의가 이 곳 서울에서 열리게 된 것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세계 각국에서 정계와 재계, 학계의 저명인사들이 함께 하셨습니다.

각계를 대표하시는 현인들께서 지구촌의 주요 현안들에 대해 깊이 있는 토의를 해주시고, 앞으로 세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날의 세계는 복합적인 상호의존 관계 속에 거미줄처럼 밀접하게 얽혀있습니다.

과거에는 아무 상관도 없었던 먼 나라의 일까지도 우리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습니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의 위협에서 세계 어느 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단적인 사례입니다.

빈곤 문제의 지속과 기후변화로 인한 대규모 자연 재해 등도 인류의 삶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첨예화되고 있는 민족적·종교적·지정학적 갈등도 어느 한 나라 또는 몇 나라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1990년대 구(舊)유고와 르완다 대학살을 겪으면서 '결코 다시는(Never Again)'을 외쳤지만, 오늘날 시리아와 이라크에서는 또 다른 차원의 인도적 재앙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지정학적 갈등은 국제질서가 냉전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정세의 위험 요인은 세계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서서히 회복되고는 있지만, 주요국들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경제주체들이 심리적 위축에 빠지면서 금융위기 이전의 성장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흔들리면, 민주주의와 인권, 시장경제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믿음까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럴 때일수록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로서 가장 기본적인 가치에 충실하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민주주의를 더욱 존중하고, 국가를 비롯한 다양한 행위자 간 신뢰와 협력을 다져나가야 합니다.

최근 ASEM 정상회의, APEC, EAS, G20 등 주요 정상회의에서는 세계평화와 안보, 그리고 국제경제의 탄력성 회복을 위한 여러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글로벌 거버넌스의 개선과 창조경제, 규제완화, 공공부문 혁신을 통한 세계경제의 탄력성 회복을 강조하였고, 많은 정상들과 공감을 나눈 바 있습니다.

이러한 정상 간 합의들이 기폭제가 되어 정치, 경제 분야에 걸친 글로벌 거버넌스가 다시 회복되고, 인류의 평화와 행복이 증진되기를 기대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은 핵확산 방지 및 핵안전, 테러와 사이버 보안 등 안보 관련 이슈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와 개발, 인권 등 다양한 글로벌 사안들이 개개인의 삶의 영역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국제사회와 함께 힘을 모아 극복해 온 한국은 이제 글로벌 거버넌스 발전에도 적극 기여하고자 합니다.

한국은 2012년 제2차 핵 안보정상회의와 2013년 세계 사이버스페이스 총회, 2014년 ITU 전권회의 주최 등을 통해 다양한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에 협력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신흥경제국으로는 처음으로 2010년 제5차 G20 정상회의를 주최하여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가교 역할을 하면서 금융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에 기여했습니다.

과거 전쟁의 상처 속에 빈곤의 고통을 겪었고, 아직도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경험을 토대로 재난과 갈등을 겪고 있는 지구촌 도처에 달려가 고통과 아픔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2011년 아시아 국가 최초로 세계개발원조총회(HLF-4)를 주최해서 수혜국에서 수원국으로 전환한 경험을 많은 나라와 공유하였습니다.

새천년개발목표(MDG) 달성, 2015년 이후 개발목표 설정, 2020년 신기후체제 수립 등 국제이슈 해결 노력에도 건설적인 기여를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의 농촌 빈곤퇴치에 기여한 새마을운동 모델을 국제사회와 공유하여 빈곤퇴치와 지속가능한 개발모델이 지구촌에 확산되도록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

내외귀빈 여러분, 저는 세계가 보다 평화롭고 안전한 미래로 나가기 위해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 신뢰와 협력의 틀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아시아 지역은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국제사회의 변방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세계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한중일 3국이 세계 총생산의 25%, 세계무역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동아시아의 풍부한 잠재력은 실업문제와 빈부격차 해소, 기후변화에 따른 대규모 자연 재해, 테러와 사이버 안보 등 세계적 난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동아시아는 경제적 상호의존의 심화와 협력의 필요성 증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치적 상호 불신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동아시아가 더 큰 발전을 이루는데 있어서나 국제사회가 직면한 범세계적 도전들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역내 다자협력의 한계요인으로서 무엇보다 먼저 국제적인 추세를 거스르고 핵무기 개발을 고집하는 북한을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의 핵 개발은 분단된 한반도 뿐 아니라 동북아 최대의 불안 요인이자 세계 평화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개발과 경제건설 병진이라는 양립될 수 없는 모순된 정책을 펼치면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인도적 상황을 악화시켜 왔습니다.

지난 11월 18일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가결되자, 북한은 초강경 대응을 선포하며 '핵전쟁'을 언급하는 등 또 다시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동북아 주요국 간 역사문제와 영토와 해양을 둘러싼 대립과 긴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 동아시아가 직면한 심각한 긴장과 갈등은 19세기말 유럽의 상황에 비유되기도 하고, 이른바 '지정학의 귀환(return of geopolitics)'이 현실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러한 불신과 갈등을 상호 신뢰의 협력구도로 바꾸는 것이 진정한 '아시아 세기'를 여는 열쇠가 된다고 믿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동아시아가 안고 있는 갈등의 기저에는 신뢰의 결핍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가 추구하는 '신뢰외교(trustpolitik)'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신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첫째, 한반도에서의 신뢰 구축입니다.

동아시아의 제반 문제 해결은 70년간 분단이 지속되면서 냉전의 고도로 남아 있는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서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작년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남북한 주민 모두가 행복한 통일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제안하였습니다.

강력한 억지력을 토대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면서, 한편으로는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신뢰를 기반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공동 번영의 길로 나가고자 하는 정책입니다.

이를 위해 남과 북이 민생과 환경, 문화의 작은 통로부터 열어나갈 것을 북한에 제안했고,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상호협력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간단체들의 교류를 포함해서 남북의 주민들이 작지만 의미 있는 걸음을 지속해나갈 때, 남과 북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 구성원이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며, 서로가 더 이상 위협의 존재가 아닌, 함께 살아갈 동반자라는 인식을 갖게 될 때 평화통일이 가능해 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태도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민생을 위한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북한의 경제 발전을 지원할 것이며, 한반도에서 냉전의 그늘도 걷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는 동북아에서의 신뢰 회복입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동북아 지역의 불신과 대립의 구도를 신뢰와 협력의 구도로 전환해서 평화와 화해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역내 국가들이 원자력 안전과 기후변화, 재난구호, 에너지 안보 등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분야에서부터 협력과 대화의 관행을 축적하면, 유럽에서와 같이 다자간 협력프로세스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동북아 다자협력을 위해서는 독특한 역할과 위상을 가지고 있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우선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는 가까운 시일 내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을 기초로, 3국간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을 해나가고자 합니다.

미국, 러시아 등 주요 이해관계국들과도 동북아 평화협력 구조를 발전시키는데 힘을 모을 것입니다.

북한도 이에 참여하기를 희망합니다.

셋째, 한국 정부는 유라시아 지역의 신뢰 인프라 확충을 위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요 파트너 국가와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을 진정한 하나의 대륙으로 긴밀하게 연결해나가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먼저 남·북·러 협력 사업과 남·북·중 협력 사업을 통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구체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동북아를 넘어 유라시아 지역으로 교통과 에너지망을 연계해서 21세기 국제사회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 냄은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정치·안보에서도 신뢰를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앞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그리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조화롭게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해양과 대륙의 교차점인 한반도에 신뢰와 평화의 통로가 열리게 될 것이며, 국제사회의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로 이어질 것입니다.

특히, 한반도의 평화 통일은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동북아 시대를 열고, 유라시아를 넘어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강화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입니다.

통일은 한국뿐만 아니라 동북아를 넘어 세계 인류에게 '대박'이 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이러한 평화안보 구상의 구현에 국제사회와 오늘 참석하신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오늘 회의를 통해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나아가 세계평화와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를 위한 비전과 건설적 실천 방안이 제시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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