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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신간] 원로 시인 고은 '시의 황홀'… 첫 시집 펴낸 김현 '글로리홀'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2014-08-26 18:57 송고
(RHK 제공).© News1


△ 원로 시인 고은 명구 100선 '시의 황홀'

'시인 생활 56년, 시집 여럿'이 소개의 전부다. 굳이 설명이 필요없는 원로 시인 고은의 명구 100선을 모은 시집 '시의 황홀'이 나왔다.

"물결이 다하는 곳까지가 바다이다 / 대기 속에서 / 그 사람의 숨결이 닿는 데까지가 /그 사람이다"(그리움 中)

"1980년 이래 나는 절대로 구름하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운 사람 하나 없이/ 하루하루 견디는 일이 가장 괴로웠습니다"(구름에 대하여 中)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김형수 시인이 고은의 문학세계, 사상, 인생이 집약된 시 100편을 가려 그중에서 돋보이는 시구들을 발췌해 해설을 달았다.

그 안에는 1958년 고은 시인이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할 때 추천작 중 하나였던 '천은사운'부터 가수 양희은에 이어 재즈가수 나윤선이 노래해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은 '세노야', 미국 시인 게리 스나이더가 극찬한 단시들,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쓴 '구름에 대하여' 같이 역사의식이 살아있는 작품 등이 담겼다.
반세기 문학 인생은 한국 역사가 걸어온 발자취와 다름없다. "밥상은 초라했으나 마음은 찬란했다"는 시인의 말처럼 가난과 전쟁, 독재, 폭력 속에서 고은은 황홀한 노래를 불러왔다.

"시가 무어냐고 묻지 말아. 시인 노릇 56년이라지만 이 노릇으로 그 무슨 황홀한 대답이라는 것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말았어." 시인 고은의 말이다.

RHK. 1만6000원. 212쪽.


(문학과 지성사 제공).© News1
△ '세상에 없는' 첫 시집 펴낸 김현 '글로리홀'

이제 막 등단한 시인은 "세상에 없을 수밖에 없는 시를 쓰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인간은 되뇝니다. 침대에 걸터앉아서 인간은 목을 늘립니다. 늘어진 목과 머리는 여럿이 나눠 먹을 수 있는 밥상을 두리번거리며 불어터진 먼지를 쓸고 욕실까지 흘러갑니다. 흘러온 얼굴이 인간의 지느러미를 따라 움직입니다. 인간은 아가미로 숨 쉬고 숨죽입니다/ 인간의 호흡을 잃었구나. 인간."(비인간적인 中)

'글로리홀'은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새내기 시인 김현의 첫 시집이다. 시인은 등단 6년이 지나서야 51편에 이르는 고뇌의 기록물을 내놓았다. '비인간적인'을 시작으로 '시들시들 시든 숲의 시든 씨', '늙은 미스 론리하트 씨에게', '최후의 얼룩얼룩' 등 낯선 제목의 낯선 시들이 수록됐다.

이민희 문학과지성사 편집자는 "시집이기도 하고 소설집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시 한 편 안에 여러 가지 의미들이 담겨 있습니다. 문장에 영화, 소설, 음악, 미술 등 여러 요소가 연결돼 있어 이를 알고 읽는다면 방대한 텍스트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소설이 된 시는 각주로 '대하소설'이 된다. 모든 시에 붙어 있는 각주는 이해를 돕지 않는다. 저자는 각주로 또 하나의 시를 썼다. 이를테면 '지구'(은하철도 구구구)의 각주는 '안드로이드를 폐기하기 위해 세워진 대형 화장로'다. 시는 연결된 고리를 타고 계속 뻗어 나간다.

'세상에 없는 시'는 형식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51편에 등장하는 화자의 대부분이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포르노 배우 아니면 애초부터 인간이 될 수 없는 로봇, 안드로이드 등이다.

이민희 편집자는 "이들은 사람이라는 규정에서 벗어난 존재들로 지금까지 이들의 욕망은 배제돼 왔다"며 "김현 시인이 이를 전면적으로 노출시켰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시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과 지성사. 8000원. 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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