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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P총기 사고로 한계 드러난 병무청 심리검사…대안은 고작

고위험군 판단 위해서는 최소 3시간 필요...현재 15분이면 끝

(서울=뉴스1) 배상은 | 2014-07-27 12:06 송고

강원도 동부전선 GOP(일반전초) 총기 사건을 계기로 군 당국의 관심병사 분류·관리 실태가 도마위에 오르면서 입대 전 받는 병무청의 징병검사도 무용론이 제기되는 등 화살을 맞았다.

학창시절부터 왕따를 겪어 학교까지 그만둬야했던 피의자 임 모 병장(22)이 과거 정신과 치료 이력이 있었음에도 입영 시 검사에서 어떤 문제도 발견되지 않아 상시 적과 대치하고 있어 장병들의 긴장이 최고조인 최전방 22사단에 배치된 것을 둘러싸고 나온 비판이다.

이에 곤혹스런 입장에 놓였던 병무청이 27일 사건 발생 36일만에 입영대사자들의 심리 검사를 진행하는 임상심리사와 정신과 전문의들의 수를 단계적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의 개선 방안을 내놓았으나 추가적인 보완이 절실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다면인성검사(MMPI)의 축소형인 KMPI 검사 방식의 병무청 현행 검사 체제에 대해 "증상을 간단히 살펴보기 위해 연구목적으로 많이 쓰이는 형식으로 비정상적인 답변을 구별할만한 타당도 척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며 "자신이 방어하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자기보고식 방식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징병제 국가로 연간 7만명이 입대하는 현실에서 임상 심리사 증원 등은 문제의 본질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금번 GOP 총기 사건과 부대 내 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입대 전 심리검사의 판별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입대 후에도 문제 소지가 있는 병사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과거 칼부림 일으킨 임 병장, 병무청 검사 결과 이상無…무용론

지난달 21일 동료 장병들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총기를 난사한 임 병장도 입대 시 받은 병무청 인성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입대 후 실시한 심리 검사에서는  'A급 관심 사병'로 분류됐다.

고교 때부터 집단 따돌림에 시달려 학교도 자퇴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임 병장은 자대 배치 시 작성하는 기록카드에 정신과 치료 이력을 게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임 병장이 A급관심 병사로 분류됐으나 부대 어느 누구도 이유는 물어보지 않았고, 이후 재검사에서 B급 판정을 받은지 한 달도 안돼 GOP근무에 투입되는 등 사실상 방치됐다는 것이 변호인의 주장이다.

임 병장은 고교 자퇴 시에도 왕따 가해자 학생에 복수하겠다며 일으킨 '칼부림 사건'이 계기가 돼 학교를 그만뒀고,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입학한 그해 12월 입대했다.

임 병장 측 변호인은 "그는 자퇴 이후 자주 왕따 가해자들에 복수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고 한다"며 "사건 당일에도 자신을 비하하는 듯한 소초원들의 낙서를 보자 그동안 자신을 괴롭힌 가해자들이 다 떠오르면서 복수하는 상상이 자꾸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내면의 갈등을 겪고 있던 임 병장은 그러나 병무청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드러나지 않았고, 최전방 22사단에 배치 된 후에는 실탄과 총기가 지급되는 GOP에 투입돼 경계근무를 서왔다.

현 병무청 징병검사는 아직까지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진료기록 등을 공유하는 전산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 한해 일일히 공단 측에 공문을 보내 자료를 요청하는 식이다. 임 병장은 자대 배치 이후 정신과 치료 이력을 임상 심리사에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병무청 심리검사 20분이면 끝...임상심리사도 한계 인정

GOP총기 사고로 병무청 심리검사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되자 병무청은 지난 21일 서울지방병무청의 검사 현장을 언론에 공개하고 현재 대안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병무청 심리검사는 3단계로 진행된다. 1차 검사는 징병검사 대상자 전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인성검사와 지능이 낮은 사람 선별을 위한 인지능력검사를 말한다. 2차 심리검사는 1차 검사 결과 심리적 취약자로 선별된 사람에 한해 임상심리사가 개별 면담을 통해 도구 검사를 실시한다.

이 1.2차 심리 검사 결과와 정신과 병원 치료 기록,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참조해 개별 면담 등의 정밀검사를 거쳐 신체등위를 최종 판정(3단계)하는 방식이다.

서울지방병무청은 오전 오후 각각 120명, 130명으로 나누어 매일 250명에 대해 징병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기자들이 찾은 21일 오후에도 130여명이 1층에 설치된 컴퓨터로 1차 심리검사를 진행중이었고, 곧 이 가운데 3명이 '심리적 취약자'로 분류돼 2층으로 올라갔다. 2차 대상자 비율은 매일 비슷한 수준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2차 검사 대상자는 간이정신질환 검사서를 작성한 뒤 방음시설이 설치된 검사실에서 임상심리사와 각각 일대일로 9종의 도구 검사를 받게 된다.

이 간이정신질환 검사란 각 문항별로 "전혀 없다"부터 "아주 심하다"까지 5개 답변 중 자신이 직접 정도를 체크하는 것이다.

문항은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하는 헛소리가 들린다" 등으로 임상심리사는 면담 이후 검사자들을 정상, 관찰, 정밀관찰 등으로 세분해 소견서를 작성한다.

이 모든 과정이 걸리는 시간은 불과 1인당 총 15~20분이다. 관계자도 "검사 자체가 자기 보고 방식에다가 임상심리사 수도 검사자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검사자가 자신의 문제에 대해 표기하지 않으면 선별에서 걸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 병무청 "전문의·임상심리사 증원, 검사 도구 개선"…효과는?

병무청은 27일 "보다 정확한 정신과 질환 검사를 위하여 다각적인 심리검사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 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병무청은 전국 10개 징병검사반별로 정신과 전문의 1명, 임상심리사 2~3명을 각각 배치하고 있다.

병무청은 관계기관과 협의해 전국에 배치된 전문의를 10명, 임상심리사를 60명까지 단계적으로 증원하고  각 군 및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ADD) 등과 협조해 심리검사 도구를 개선 보완하여 사고 관련 예측력을 향상시키며 정확한 검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건보공단과의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 향후에는 징병검사 실시 전 본인의 동의를 받아 질병치료병력 등을 사전에 확인하는 체제를 도입해 정신질환 진단에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건보공단과 이 문제를 계속 협의 중으로 올해 10월 이후 전산화 작업이 이루질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1․2차 검사결과 정밀검사가 필요한 사람에 대해서는 민간병원 수준의 종합심리검사를 병무청 자체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조직과 체계를 갖추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임 병장과 같은 고위험군에 있는 사람을 가려내려면 최고 세 시간의 면담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현이 허그맘 소아청소년 심리센터 연구원은 "민간 병원이나 상담소의 경우 통상 한 가지 방식의 심리검사가 아닌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해 검사자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확보한 상태에서 정신 상태를 파악한다"며 "검사자 본인이 방어하기 어려운 비표준화 검사 같은 것도 반드시 병행해 표준화 검사에서의 결과와 종합해 진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무청 현행 검사는) 불필요한 문항이 너무 많을 뿐더러 제한점을 보완할만한 검사가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니 고위험군을 구별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문항이 수년째 동일한 검사지로 진행되면서 일부 군 복무 기피자들이 인터넷 카페에 떠도는 문항을 외워 정신이상자로 판명되도록 답안을 허위 작성하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에는 정신질환이 있는 것처럼 의사를 속여 입원 후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하는 수법으로 군 복무를 면제받은 연예인 등 6명이 병역면탈로 적발돼 검찰에 넘겨진 바 있다.

외국의 경우 스위스는 입대 대상자들에 56개 상황별 행동대처능력을 보는 사회심리검사와 정신과 전문의 면담 등 2박3일간 체계적인 징병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bae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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