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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윈도XP, 12년 지원했으니 책임없다?

(서울=뉴스1) 김현아 기자 | 2014-04-03 23:04 송고 | 2014-04-06 05:28 최종수정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OS)인 '윈도XP' 기술 지원 종료를 앞둔 2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본사 입구에 지원 종료를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2014.4.2/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윈도XP는 윈도7보다 10배, 윈도8보다 14배 보안에 취약하다. 윈도XP는 설계단계부터 보안에 그리 신경쓰지 않고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달 8일자로 기술지원이 종료되는 '윈도XP'에 대해 업그레이드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MS) 임원이 지난 2일 기자들에게 던진 말이다. '윈도XP'에 대한 기술지원은 출시한 지 10년째 되는 지난 2011년 종료했어도 됐지만 2년 연장해 2014년에 종료하는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한국MS는 지난 2011년부터 2년간 '윈도XP' 기술지원을 종료한다고 홍보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가급적 빨리 상위버전인 윈도7이나 윈도8로 업그레이드를 해줄 것을 사용자들에게 권고해왔다. 또 수시로 '윈도XP'에서 발견되는 보안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보안패치를 내놨다.

윈도XP가 보안기능이 허술하다는 점을 노려 전세계 해커들이 윈도XP를 집중 겨냥해 악성코드를 유포시키는 사례가 끊이질 않았다. 갈수록 더 극성이다. 그때마다 관련 보안패치를 개발해 배포해야 하는 MS 입장에서는 윈도XP 기술지원 종료가 족쇄를 벗는 느낌일 것이다.

한국MS는 홀가분해졌지만, 윈도XP를 운영체제(OS)로 사용하는 국내 700만대 이상의 PC 사용자들은 해킹과 악성코드의 불안감에 시달리게 됐다. 물론 비용을 들여서 윈도7이나 윈도8으로 업그레이드하면 이런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 PC의 상당수는 개인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교육용으로 보급된 낡은 PC이거나 영세기업들의 PC들이다.

윈도XP가 출시될 2001년 당시 우리나라는 초고속인터넷 붐이 조성되면서 컴퓨터 보급대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던 시기였다. 1997년 453만대였던 PC보급대수는 2000년 932만대, 2002년 1128만대로 급격히 늘었다. 당시 출고되는 대부분의 PC 운영체제는 윈도XP였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때문에 아직까지 윈도XP를 사용하는 PC 비중이 3월말 기준 14.97%에 달한다. 중소기업 PC의 30%는 윈도XP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의 현금입출금기(ATM)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국내 사용되고 있는 ATM단말기의 94.1%가 아직도 윈도XP 프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약 8만1929대에 이른다고 한다. ATM을 포함해 이 모든 윈도XP PC들이 해커의 먹잇감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10년에 2년을 연장해서 12년간 기술지원했으니, MS는 윈도XP 보안위협에 대해 앞으로 아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MS는 윈도XP를 2007년 윈도비스타를 출시할 때까지 6년 넘게 팔았다. 거의 7년만에 나온 '윈도비스타'는 아쉽게도 공인인증서나 온라인결제 프로그램 등과 호환오류를 일으키며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2009년 윈도7가 나올 때까지 윈도XP는 보편적으로 사용됐으니, 윈도7 출시이후 MS가 윈도XP를 기술지원한 기간은 사실 5년 정도다.

지금 윈도XP를 업그레이드하려면 2012년말 출시된 '윈도8'로 해야겠지만, 윈도8 역시 불편한 사용법 등으로 시장에서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MS는 곧 새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MS는 보안위협이 있을 수 있으니 윈도XP를 상위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라고 말하고 있다. 업그레이드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는 모두 소비자의 몫이고, 업그레이드에 드는 비용 역시 소비자의 몫이다. MS는 윈도XP에서 벗어나 홀가분해졌고, 업그레이드 수익을 챙기면 된다.

윈도XP가 심각한 보안허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밝혀졌는데, 한국MS는 이 사실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알렸는지도 의문이다. 제품 판매를 위한 광고는 봤어도, 보안 위험성을 알리는 광고를 본 기억은 없다. 소비자 선택권이 박탈된 이 책임이 윈도XP를 만든 MS에 있는 것인지, 12년이나 미련하게 윈도XP를 사용한데 있는 것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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