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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동물 年 10만마리…연간비용 100억<2>

대한민국에서 동물로 산다는 것 <中>-유기동물
평균 보호기간 22일, 분양률 늘었지만…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2013-11-05 19:59 송고
편집자주 애완동물'이 '반려동물'로 승화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동물권(動物權)에 대한 인식이 발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간과 짝이 돼 살아간다'는 의미의 '반려동물'에게도 인권(人權)과도 같은 개념의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뉴스1은 이같은 시대의 흐름속에서 '대한민국에서 동물로 산다는 것'이란 주제의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183만마리의 동물들이 실험실에서 사라지고, 유기동물 10마리 중에 1마리만 집에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동물권'이 필요한 부분은 실험동물과 유기동물이다. 뉴스1은 '동물실험 윤리(上)'와 '유기동물 보호(中)' '동물권(下)' 등 세차례로 나누어 보도하는 이번 기획을 통해 우리나라 동물권의 현주소를 짚어본다.[편집자주]
9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반려동물 문화 대축제'에서 한 유기견이 입양할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이 행사는 유기견들에게 새로운 입양의 기회를 주고 각종 희귀동물을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으로 이뤄졌다. 2013.6.9/뉴스1 © News1 양태훈 인턴기자
정부 통계상 연간 10만마리에 육박하는 유기동물은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가 포획해 유기동물 보호소로 흘러 들어온 동물들이다.

보호기간 안에 주인을 찾거나 분양되는 등 다시 돌아갈 곳을 찾지 못한 동물들은 안락사 또는 폐사된다. 지난해 유기동물 9만9254마리 중 안락사(2만4315마리)와 폐사(2만3012마리)가 47.7%를 차지한 것처럼 매년 절반에 달하는 유기동물이 죽고, 나머지 반 정도가 새 주인을 찾거나 원래 살던 곳에 방사(길고양이)된다.

◇7일 공고 후 지자체 사정 따라 '처분'

일단 포획한 유기동물은 지자체 지정 보호소에 보내진다. 이들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 www.animal.go.kr)에서 일주일 공고를 거쳐, 공고날로부터 열흘까지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소유권이 지자체로 넘어온다. 그 뒤부터는 각 지자체 동물보호소의 상황에 따라 처리 여부가 결정된다.
지난해 기준 유기동물 보호소는 전국에 349개로 4만9659마리를 한꺼번에 보호할 수 있는 규모다. 이 중 시군이 직영하는 보호소는 25개, 진료실·사육실·격리실·사체보관실 등을 갖춘 지정 보호소에 처리를 맡기는 위탁이 324개다.

지자체 마다 정한 기간이 다르고, 시설도 천차만별이다.

유기동물 보호기간은 평균 22일, 충남과 대구가 각 11일·13일로 짧고 경남이 44일, 광주·대전·제주가 30일로 긴 편이다.

보호기간이 13일인 대구는 지난해 발생한 유기동물 5646마리 중 60%에 달하는 3386마리를 안락사시켰다. 폐사한 1233마리까지 합치면 열에 여덟마리(81.8%)가 보호소에서 죽어나갔다. 보호기간이 11일로 가장 짧은 충남은 3345마리 중 1183마리(35.3%)를 안락사했다.

보호기간이 지나면 처분은 지자체 소관이 된다. 안락사가 비인도적이란 인식이 커지면서 가급적 분양을 권장하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반려동물 문화 대축제'에서 한 유기견이 입양자를 기다리고 있다. 이 행사는 유기견들에게 새로운 입양의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과 각종 희귀동물을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으로 이뤄졌다. 2013.6.9/뉴스1 © News1 양태훈 인턴기자


◇유기동물 입양 늘었지만
이에 따라 매년 새 주인을 만나는 유기동물도 늘고 있다.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듯 2008년 1만9456마리에서 지난해 2만5191마리로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높아진 입양률 뒤에는 지자체 보호소가 최대한 많은 동물을 분양보내기 위해 충분한 검증을 생략하고, 입양을 보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이슬기 봉사입양담당은 "잘 키워보겠다는 생각으로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사람도 있지만, '화이트 포메라니안도 있냐'는 식의 문의가 오기도 한다"며 "지자체 보호소를 가면 간단히 몇가지 서류를 작성하고 신분증만 보여주면 동물을 입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양 비용이 들지 않으니 유기동물을 키워보겠다는 식으로 가볍게 접근하는 사람들을 선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락사는 줄었지만 그만큼 폐사가 늘어 사망률은 매년 45% 안팎을 기록하는 것도 문제다.

안락사 개체는 2008년 2만4035마리에서, 2009년 2만1105마리, 2010년 2만6996마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11년 2만5659마리, 지난해엔 2만4315마리로 감소했다. 반면 폐사한 개체는 2008년 1만2395마리에서 2009년 1만5436마리, 2010년 1만9066마리, 2011년 1만8772마리, 지난해 2만3012마리로 증가세다.

시민단체 일각에선 이를 두고 지자체가 비난여론이 높은 안락사 개체를 줄이기 위해 일부 안락사가 필요한 개체도 자연사하도록 방치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안락사 개체가 주는 만큼, 폐사되는 동물이 비슷한 비율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 연간 100억원…직영 전환 추세
안락사는 그냥 동물을 죽게 내버려두는 것 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드는 게 사실이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의 별표 5에 따르면 동물보호센터가 안락사를 시킬 경우 '동물보호센터 종사자 1명 이상의 입회 하에 수의사가 시행하고, 마취제 사용 후 심장에 직접 작용하는 약물 등을 사용하는 등 인도적인 방법을 사용해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수도권의 한 위탁 보호소에서 일했던 활동가는 "마취제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마취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고 안락사 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라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기동물 사업에 쓰이는 비용은 연간 1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유기동물을 처리하는데 105억8300만원이 들어갔다. 유기동물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경기(2만8777마리)와 서울(1만3563마리)이 예산으로 각 22억9900만원, 20억2100만원을 썼다.

최근 유기동물 보호소는 서서히 직영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표준화된 시설에서 버림받은 동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입양률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경기도의 한 위탁 동물보호소가 유기동물 사업비를 중복·허위 청구해 적발되는 등 위탁업체 운영비리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

현재 대전·제주가 시도에 통합 직영보호소를 운영하고, 광주는 지역수의사회·전남대 등과 협력해 직영에 준하는 보호소를 갖추고 있다. 강원·경북·경남의 일부 시·군이 직영 보호소를 운영한다.

장기적으로 시내 4개 권역에 직영 보호소 건립을 추진 중인 서울시는 최근 2015년까지 거점 역할을 할 직영 보호소를 짓기 위해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경남도 유기동물 사업과 동물 관련 행정을 총괄할 '반려동물 복지지원센터'를 추진 중이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직영 보호소는 유기동물 관리가 효율적이고 위탁 보호소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잡음도 막을 수 있다"며 "예산 문제와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chach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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