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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통일교 여신도 분신 '추측 난무'

"교구장 맡지 못해 앙심 품고 불냈다"
경찰 "아직까지 정신병은 확인 안 돼"

(가평=뉴스1) 박응진 기자 | 2013-08-23 06:50 송고
23일 오전 경기 가평군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문선명 통일교 총재 성화 1주년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 News1


"교구장을 맡지 못해 앙심을 품고 불을 질렀다", "문선명 총재를 따라간다며 분신을 시도했다", "정신병을 앓아 저지른 짓이다".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 성화 1주년을 하루 앞두고 일본인 신도가 분신한 사건을 둘러싸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난 23일 경기 가평군에 있는 통일교재단 실버타운인 청심빌리지 일대에는 통일교 신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이날은 문선명 총재 성화 1주년 추모식을 기념해 청심빌리지 인근에 위치한 청심평화월드센터에 2만5000여명의 신자들이 모여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치렀다.

이들에게 같은 통일교 신도인 일본인 A씨(55·여)의 분신 기도 소식이 충격이었던 만큼 분신 이유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교구장을 맡던 A씨가 더이상 직책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자 앙심을 품고 분신을 했다는 추측이 신도들 사이에서 신빙성을 얻고 있다.

센터 앞에서 만난 한 신도는 "교구장은 목회자들을 다른 지역으로 발령낼 수 있는 인사권을 쥐고 있는 등 영향력이 크다"며 "직책을 잃게 된 A씨가 이에 앙심을 품고 불을 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 후 교구장을 맡았지만 'A씨가 집에 들어가질 않는다'는 등 안 좋은 얘기들로 구설수에 올라 직책을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교구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라며 "교구장은 고위직인 만큼 믿을 만한 정보"라고 귀띔했다.

센터 주차장에서 만난 또 다른 신도는 "교리에 따라 외국인과 결혼해야만 교구장을 맡을 수 있다"며 "A씨의 남편이 현재 미국에 있는 등 집안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직책을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신도들은 대부분 이번 사건에 대해 말을 아끼는 편이었지만 일부에서는 "문선명 총재를 따라간다며 불을 냈다", "정신병을 앓아 저지른 짓이다"는 등의 다양한 추측을 내놨다.

A씨 분신으로 옆에 있던 목사 B씨(54)와 C씨(57·여)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는 점, A씨와 B씨·C씨가 각각 지난 19일, 21일 입국했다는 점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22일 오후 경기 가평군 청심빌리지에서 일본인 통일교 신도가 분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 News1


이에 대해 통일교 측은 이번 사건이 A씨의 정신이상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종교적 원인을 부인했다.

통일교 관계자는 "A씨는 평소 우울증을 앓는 등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며 "이 때문에 1년씩 가출을 하거나 남편과 이혼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1980년대 후반 한국인 남편과 합동 결혼식을 올린 후 대부분 시간을 일본에서 보냈다"며 "교구장을 맡았다는 얘기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일교에 따르면 A씨는 현재 신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추도식 명단에도 없는 '불청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기까지는 경찰의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가평경찰서 관계자는 "A씨가 정신이상자라는 것은 통일교 측 얘기"라며 "조만간 미국에 있는 A씨의 남편을 불러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은 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상반신에 3도 화상을 입은 B씨와 함께 서울에 있는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B씨와 C씨(57·여)는 22일 오후 3시26분께 청심빌리지 1층 중앙로비에서 A씨의 분신으로 봉변을 당했다.

이날 A씨는 미리 준비한 시너 5ℓ를 이용해 자신과 옆에 있던 B씨에게 뿌린 뒤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두 사람에게 붙은 불은 옆에 있던 C씨에게도 옮겨붙었다. 이어 중앙로비 천장에 있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더이상 다른 사람에게로 불이 옮겨붙지는 않았다.

그러나 세 사람이 외부로 뛰쳐나가는 바람에 소화기를 동원해서야 사건발생 5분여만에 불을 모두 끌 수 있었다고 청심빌리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여행사 직원이 여권 등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며 "A씨 등이 숙소 배정을 기다리던 중 불을 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틀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사건으로 전신에 2도 화상을 입고 인근 청심국제병원에 입원한 C씨는 가족의 간호를 받으며 안정을 취하고 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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