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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중개상의 군기밀 빼내기, 고질병

전현직 군 인사 유착...대형 국책사업마다 말썽

(서울=뉴스1) 김정욱 기자 | 2013-05-02 05:29 송고
육군의 대형공격헬기 기종으로 선정된 미국 보잉사의 AH-64E. (방위사업청 제공) /뉴스1 © News1


군이 무기체계 도입 등 굵직한 국책사업을 벌일 때 마다 불거졌던 무기중개상과 전·현직 군장성·영관들의 유착 문제가 또 터졌다.

국군기무사령부는 공군의 차기전투기 도입사업(FX) 및 육군의 대형공격헬기 도입사업(AHX)과 관련해 무기중개업체인 F사를 최근 압수수색하는 한편 조만간 F사 간부인 예비역 공군 장성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차기전투기 도입사업은 8조3000억원, 육군 대형공격헬기 도입사업은 1조8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F사는 차기전투기 도입 및 대형공격헬기 도입사업과 관련된 군 기밀문건을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F사는 지난 1, 2차 FX사업 당시 미국 보잉사의 에이전트 역할을 한 업체로 알려져 있다.

큰 규모의 무기도입 사업에서 무기중개업체가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이번 만이 아니고, 늘 군 핵심요직의 현역 및 예비역 장성·영관들이 개입돼 있었다.

군이 진행했던 대형 국책사업의 대표적인 비리사건은 1993년 발생한 율곡사업이다. 율곡사업은 1974년부터 시작한 우리 군의 무기와 장비를 현대화하는 작업을 통칭하는 것이다.

율곡사업 비리는 감사원이 1993년 율곡사업 관계자들의 비위혐의를 포착하고 이들을 고발함에 따라 세간에 알려졌다.

당시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무기중개상으로부터 뒷돈을 받은 이종구·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과 한주석 전 공군참모총장, 김철우 전 해군참모총장 등이 구속 기소됐다. 또 군 출신인 무기중개업자 정의승씨가 뇌물공여혐의로 구속되고 방산기업인 현대정공, 삼성항공 관계자들이 검찰조사를 받았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터진 ‘린다 김 사건’은 로비스트와 군 고위인사들 간의 불륜 관계가 폭로된 3류 드라마와 같은 사건이다.

재미교포이자 미국의 로비스트인 린다 김(한국명 김귀옥)은 무기중개업체인 PTT사를 설립하고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진행됐던 백두사업에서 한국 군 고위인사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였다. 백두사업은 미국 의존도가 높은 대북정보력을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통신감청용 정찰기, 영상정보 수집용 정찰기를 도입하는 사업이다.

백두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린다 김과 군 고위인사들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났고 린다 김은 불법로비 의혹을 받았다.

린다 김 사건에는 이양호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다수의 정·관계 인사가 연루됐고, 또 예비역 공군장성과 현역 영관급 장교들이 군사기밀을 빼낸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무기중개상과 예비역·현역 군 인사들의 유착관계로 인한 비리는 2000년대에도 이어진다.

2002년 FX 1차 사업 당시 공군의 대령은 방산업체에 FX 사업 계획을 빼돌렸다 덜미가 잡혔고, 2004년 해군전력증강사업 때는 해군소령이 방산업체에 3급에 해당하는 군 기밀을 전달하다 적발됐다.

또 2006년에는 공군소령이 헬기도입 사업과 관련한 군 기밀을 외부로 유출시켰고, 2008년 잠수함 도입 사업 당시에는 예비역 해군소령이 독일의 방산업체에 잠수함 사업 계획을 사전에 알려줬던 게 드러났다.

2009년에는 한국형전투기 개발사업과 관련해 예비역 공군소장이 스웨덴의 방산업체에 사업계획을 빼돌린 사실이 들통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때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했던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도 군 전역 후 무기중개업체에서 고문으로 활동했던 경력이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됐다.

고질적인 병폐와 같은 전현직 군인사와 무기중개상의 관계, 그리고 무기중개상의 군사기밀 빼내기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와 관련해 방산 관계자들은 “무기중개업체의 경쟁력은 현역시절 굵직한 사업을 진행해봤던 예비역들을 얼마나 영입하느냐에 달렸다”면서 “무기중개상들이 군사기밀을 빼내는 것은 정도의 차이일 뿐 업계에서는 만연해 있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업체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무기중개업체는 1200여개에 달하고 이 곳에서 일하는 예비역의 수는 파악조차 안 될 정도로 많은 실정이다.

이번 차기전투기 및 대형공격헬기 도입사업의 군 기밀 유출 조사대상이 F사 뿐만 아니라 업계와 군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와 무기체계 도입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도 편치 만은 않은 상황이다.


k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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