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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다제내성균 감염' 크게 늘어…"항생제 오남용 탓"

한상훈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팀 10년치 발생률 예측
패혈증이나 폐렴 유발…항생제 사용 줄이려는 의료진 노력 필요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3-02-06 17:44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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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면서 국내 다제내성균 감염이 급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제내성균은 항생제를 여러 개 써도 듣지 않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다.

코로나19 환자의 2차 세균 감염을 막겠다며 의료진이 항생제를 다수 처방해 생긴 결과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항생제 오남용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매년 전 세계 120만명이 감염돼 숨져…다제내성균은 '조용한 팬데믹'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의 한상훈 감염내과 교수·이혜선 의학통계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다제내성균 발생 빈도 추이를 연구했다고 6일 밝혔다.

다제내성균이란 미생물이 2개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것을 뜻한다. 매년 전 세계 120만명 가량이 다제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하는 등 '조용한 팬데믹'으로 알려져 있다.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VRE) △카바페넴 내성 녹농균(DTR-PAE) △카바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균(XDR-ABA)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CRE, CPE)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4가지 다제내성균들은 세균이 혈류를 따라 돌아다니는 균혈증을 일으키거나, 나아가 패혈증이나 폐렴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 가운데 반코마이신과 카바페넴은 최후의 항생제라고 불릴 만큼 강력한 항생제인지라 병원균이 이 항생제에 내성을 획득하면 어떤 항생제로도 치료 효과를 보기 힘들다.

최근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의료계는 다제내성균 감염에 대한 우려를 표해왔다. 한국은 그간 항생제 총처방량도 많았고, 다제내성균 발생 빈도가 높은 축에 속해왔다.

항생제의 내성을 막으려면 적당히 써야 하는데 진단도 하지 않은 채 코로나19 환자의 2차 세균 감염을 막겠다는 경험적 판단으로 항생제를 다수 처방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항생제 총처방량은 2019년 기준 23.7DID(인구 1000명당 1일 사용량 단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7DID보다 높다.

COVID-19 대유행 전후 4가지 다제내성균 신규 발생 건수의 변화 양상 (검은 실선이 실제 발생 건수, 점선이 예측 건수를 나타냄)/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COVID-19 대유행 전후 4가지 다제내성균 신규 발생 건수의 변화 양상 (검은 실선이 실제 발생 건수, 점선이 예측 건수를 나타냄)/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서서히 줄던 아시네토박터균과 녹농균 증가세…항생제 오남용은 막아야

연구팀은 국내 5개 대학병원에서 2012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10년간 매달 4가지 다제내성균이 대변 또는 임상검체에서 새로 발생한 건수와 균혈증 건수를 수집했다.

이후 시계열 분석으로 다제내성균 발생률을 예측한 결과 CRE를 제외한 3가지 균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였다.

장구균은 예측치보다 10%, 아니세토박터균과 녹농균은 예측치보다 47%, 41% 각각 높게 나타났다. 예측 건수는 과거 발생 추이와 원인을 고려해 추정한 수치다.

실제 감염 건수가 예측치를 크게 상회한 것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항생제 사용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환자에게 감염을 유발하는 균혈증의 경우 4가지 모두에서 매우 높은 비율(65%~150%)로 증가했다. 아시네토박터균에 의한 균혈증은 예측치보다 150% 높게 나타났다.

한 교수는 "매우 우려되는 점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서서히 감소하고 있던 아시네토박터균과 녹농균이 다시 증가세를 보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제내성 그람음성균에 대한 새로운 항생제들이 국내에 허가되지 않아 제한적 치료만 가능해 환자들의 사망률 및 합병증 발생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 교수는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의료진의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여타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항생제들의 국내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의 다제내성균주 증가: 장기간 다기관 코호트 연구 및 시계열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국제학술지 'Journal of Infection'(IF=38.6)에 실렸다.

한편, 정부는 항생제 적정 사용과 내성균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을 세워 추진 중이다. 항생제 처방량은 2025년까지 20.9DID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한상훈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한상훈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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