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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핑크타이드 시즌2' 완연…산업변혁·교육 확대, 성공할까

콜롬비아 첫 좌파 정부 출범 이어 브라질에선 10월 룰라 재선 확실시
멕시코 필두 '美 미주정상회의' 보이콧 바람 등 새 대미관계 예고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2022-06-20 12:05 송고
콜롬비아 제3 도시 칼리에서 19일(현지시간) 대선 결선 결과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2. 6. 19.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19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대통령선거 결선투표 결과 좌익 게릴라 출신 구스타보 페트로(62) '역사의 조약' 후보가 당선을 확정 지으면서 중남미 좌파 물결 2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일간 엘에스펙타도르에 따르면 이날 개표가 98.22% 이뤄진 결과 페트로 후보가 50.51% 득표, 2022~2026년 임기 나리뇨하우스(콜롬비아 대통령궁)를 차지하게 됐다.

페트로 당선인은 트위터를 통해 전한 승리 선언 메시지를 통해 "신의 승리이자, 국민의 승리, 역사의 승리"라며 "오늘은 거리와 광장의 날"이라고 말했다.

남미 어느 나라보다 우파 기득권층의 그림자가 짙은 콜롬비아에서 좌파 정부가 출범한 건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이반 두케 현 정부는 물론, 정계와 경제, 사회 각계를 주물러온 기득권층에 쌓여온 오랜 반감이 마침내 뒷심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페트로 당선인은 오랜 기간 우익 기득권층과 싸워온 '4·19 운동(M-19)' 출신 경제학자다. 1980년대 게릴라 조직이던 M-19는 1990년대 민주동맹 정당으로 전환되면서 중앙 정계에서 활동해왔다.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 결과 50% 이상 득표율로 사실상 당선을 확정 지은 좌파 경제학자 출신 구스타보 페트로 '역사적 조약' 후보가 19일(현지시간) 보고타 투표장에서 투표용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2. 6. 19.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2018년 멕시코 이어 콜롬비아도 사상 첫 좌파 정부 출범…"상당한 의미"

콜롬비아마저 좌파 정부 출범이 확실시되면서 2019년 전후 중남미 지역에 불기 시작한 좌파 돌풍이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2000년대 초반 지역을 휩쓴 '핑크타이드(좌파물결)' 부활이다.

2000년대 전후 중남미를 휩쓴 좌파 돌풍은 2013년 우고 차베스 당시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망과 2016년 지우마 호세프 당시 브라질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시들해졌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21세기 사회주의'를 주창, 풍부한 석유자원을 바탕으로 좌파 정부간 협력을 도모해 제국주의 서방으로부터 중남미 부와 자원을 지켜내겠다는 이상을 품은 인물이다.

베네수엘라와 인근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지에 '그란 콜롬비아'를 건설하겠다는 열망도 품었는데, 유럽으로 치면 유럽연합(EU)과 유사한 통합체를 구성해 힘을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그를 '악의 축'으로 낙인 찍었지만, 그에 대한 역내 평가는 결코 박하지 않다. 2006년 볼리비아에 선거로 탄생한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정부, 미국의 오랜 제재 대상이던 쿠바 정부와의 협력을 도모하고 역내 온건좌파 정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아르헨티나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왼)가 2005년 10월 4일 아르헨티나 마르델 플라타에서 열린 집회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농담을 하며 웃고 있다. 마라도나는 25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자택에서 향년 60세에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베네수엘라에 급진 차베스가 건재했다면, 남미 최대 국가 브라질에서는 철도노동자 출신 '실용좌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이 복지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룩하며 '좌파의 대부'로 승승장구했다.

이즈음 칠레에서는 현재 유엔인권최고대표로 있는 미첼 바첼레트 중도좌파 정부가 성장과 복지발전을 도모했고, 아르헨티나에도 크리스티나 키르츠네르 좌파 정부가 집권한 가운데 인근 우루과이에선 100년여를 번갈아 집권한 홍·백당 역사를 청산하고 좌파연합(Frente Amplio)이 첫 집권하는 새 역사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차베스 사후 집권한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채 더 강경해진 서방의 제재와 원자잿값 하락 등으로 경제위기가 가중하면서 베네수엘라의 오일머니는 힘을 쓰지 못했다.

브라질 좌파도 중남미 정계를 휩쓴 대형건설사 오데브레시 뇌물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큰 타격을 입었고, 결국 룰라의 후계자인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이 의회에서 탄핵되면서 몰락하는 듯 했다.

강한 국민적 지지 속 3선 집권해온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도 4선에 성공했지만 야당과 군경의 쿠데타로 사임하고 해외로 망명하는 등 역내 좌파 정부는 다같이 고사위기에 처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2018년 7월 3일 멕시코시티의 대통령궁에서 엔리케 페냐 니에토 현 대통령과 만난 뒤 떠나고 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 당선은 이날 경호를 최소화 한 채 흰색 세단을 타고 대통령궁으로 향하는 등 권위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그러나 2015년 기업인 출신 마우리치오 마크리 당시 대통령이 당선하며 우향우 정권교체를 했던 아르헨티나에서 2019년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 당선으로 좌파가 복귄한 건 중요한 신호탄이 됐다.

이미 한 해 전 멕시코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의 첫 좌파 정부가 취임한 직후였다.

이듬해 볼리비아에서는 우익 성향의 임시대통령 체제 하에 1년여 혼란을 겪다 다시 치른 대통령 선거 결과 우파와 군경쿠데타로 쫓겨났던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 루이스 아르세 현 대통령이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당시 임시대통령이던 자니네 아녜스는 쿠데타 주도 혐의로 재판 중이다. 이달 초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중남미 핑크타이드 부활의 결정타는 지난해 펼쳐졌다. 페루에서는 교원노조 파업을 주도한 시골 교사 출신 정치 신예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이 빈곤층과 개혁을 원하는 중도층의 민심을 모아 정권을 잡았고, 칠레는 평등과 부의 불공정한 분배를 외친 당시 35세 청년 가브리엘 보리치가 당선했다.

중미 온두라스 역시 12년 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좌파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의 부인 시오마라 카스트로 당선으로 역사를 '바로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35세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당선인이 2021년 12월19일 산티아고에서 결선 투표서 승리를 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2019년 11월 칠레 산티아고에서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한 모습. 칠레 정부는 시위가 확산되자 그해 예정한 APEC 정상회의와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개최를 취소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지난해 7월 콜롬비아 독립기념일에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한 시민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이정후 기자

이렇게 대대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지기까지 중남미에는 소요와 굴곡이 많았다. 칠레에서는 2019년 10월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을 계기로 민심이 폭발해 2년간 개헌 및 사회 개혁 요구가 국가를 뒤흔들었고, 콜롬비아에서도 지난해 대대적인 반정부시위가 벌어졌다.

이 같은 불만은 국가 부의 원천인 광물 등 풍부한 자원이 외세와 결탁한 기득권층에 의해 국외로 빠져나가고 부패와 빈곤, 불평등이 고질병으로 굳어진 데 따른 것이다.  

감자의 원산지인 안데스 지역 페루에서 "왜 우리가 썩은 감자를 수입해서 먹어야 하느냐"던 카스티요 대통령의 선거 연설 중 일침은 중남미 지역의 왜곡된 경제구조를 잘 반영한다.  

이제 오는 10월 예정한 브라질 대선에서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의 복귀가 결정나면 중남미 핑크타이드는 '시즌2'에 접어드는 셈이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은 지난해 대법원의 판결 취소로 수뢰 혐의를 벗은 데다,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정부의 인기가 시들해 이변이 없는 한 당선될 전망이다.

움베르도 베크 멕시코 컬리지 국제학연구소 교수는 엘파이스 인터뷰에서 2018년 멕시코와 이번 콜롬비아 좌파 정권 출범을 동일선상에 놓고 "역사적인 변화다. 중남미에서 좌파가 득세하지 못했던 유일한 두 대국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콜롬비아) 페트로의 승리는 분명 미국에 대항해 자체 리더십 구축을 추구하는 멕시코의 새 전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브라질) 룰라까지 당선하면 라틴아메리카 지도에 엄청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전 대통령이 올해 5월 상파울루 유세를 시작으로 대선 선거활동을 본격화했다. 2022. 5. 7.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새로운 대외관계 예고…시즌1 실패 성찰한 변화도 관건

이 같은 중남미 좌파 돌풍 재현은 그간 역내 우파 정부를 경제적으로 지원해온 미국과의 새로운 외교관계 정립을 예고한다.

이달 초 미국이 의장국으로서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한 미주정상회의에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3국 정상을 초대하지 않자, 멕시코 대통령을 필두로 온두라스와 볼리비아 등 여러 나라 정상이 잇달아 불참한 것은 이런 변화를 상징한다.

스페인 엘파이스는 "콜롬비아 대통령 당선인은 비단 콜롬비아에만 역사적 이정표를 세운 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통합을 재활성화하는 과정에 기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매체는 이어 "이는 그의 잠재적 동맹(좌파 정상)들과의 공동의 목표"라며, "이번 미주정상회의는 중남미가 미국과 거리를 벌리고 미주기구(OEA)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조된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중남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며 미국과 전략갈등을 빚어온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이상 친미 일색이 아닌 콜롬비아 새 정부 출범으로 인근 베네수엘라와의 관계가 개선되면 이를 바탕으로 한 추가 연대와 시너지도 기대된다.  

다만 핑크타이드 시즌2의 성공은 석유나 자원, 코카 판매로 인한 수익 분배를 넘어, 자체적인 정치경제 체제 개편 여부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페트로 당선인은 이번 선거 기간 "전쟁이 아닌 교육을, 석유와 코카인이 아닌 노동과 산업 변혁을, 국가를 지배하는 소수 지배체제가 아닌 다인종 민주주의를 이룩하겠다"고 공약했다.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지난 9일 콜롬비아 남서부 카우카 주 수아레스 시에서 어린이들이 좌파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를 지지하는 밴드 행진을 하기 위해 연습하던 모습. 2022. 6. 9.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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