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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참치 살코기도 공장에서 만든다"…세상에 없던 '대체수산물'

[오션테크2021 ④]수산물 소비량은 증가 생산량은 부족…대안으로 떠오르는 '대체육'
바다에서 잡거나 양식 아닌… 세포 키워 만든 생선살 '물고기 배양육'

(세종=뉴스1) 백승철 기자 | 2021-10-28 07:00 송고 | 2021-11-01 14:51 최종수정
편집자주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커다란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이에 맞춰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해양에 대해서도 관련정책을 수립하고 관련기업들과 발맞춰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해양수산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 흐름과 우리 해양수산 기업들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21 오션테크 코리아>가 11월 11일 부산 아스티 호텔에서 개최된다. 뉴스1에서는 행사에 앞서 우리나라 관련 정책과 세계 주요 기술 흐름을 6편에 걸쳐 미리 알아본다.
(이미지출처: 클립아트코리에)© 뉴스1
(이미지출처: 클립아트코리에)© 뉴스1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대체 식품 개발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세계 최대의 참치회사 중 하나인 태국의 유니온 그룹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수산분야 스타트업 블루날루(BlueNalu)에 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블루날루는 2018년 6월 루 쿠퍼하우스 등이 세운 회사로 생선 세포를 배양해 대체 수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니온 그룹의 투자 배경에 대해 "미래 시장을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과 코로나 이후 라이프 스타일 변화"라고 평하고 있다. 또 "최근 들어 지속 가능한 생산과 윤리적 소비가 새로운 산업 트렌드로 등장하면서 미래 먹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선택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기업 경영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오스트리아의 수산 스타트업 레보 푸드는 아예 회사의 미션을 '물고기 남획금지(stop overfishing), 건강에 더 이롭고(better health), 지구를 더욱 더 푸르게(better planet), 그리고 무엇인가 신기한 것(it’s awesome)'으로 내 걸었다.

우리나라도 대기업과 일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체육이나 대체 수산물 개발과 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체 수산물로 만든 요리들. 왼쪽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블루날루, 훅드푸드, 핀테트, 시오크 미트(이미지출처: 각 회사 누리집)© 뉴스1
대체 수산물로 만든 요리들. 왼쪽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블루날루, 훅드푸드, 핀테트, 시오크 미트(이미지출처: 각 회사 누리집)© 뉴스1

◇수산물 소비량은 증가 생산량은 부족…대안으로 떠오르는 '대체 수산물'

대체육(alternative meat)은 식물 추출물이나 동물 세포 배양, 미생물 발효와 같은 기술을 활용해 인공적으로 맛, 식감, 풍미, 영양가 등을 첨가해 진짜 고기처럼 만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채식 위주의 건강 식단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육류생산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축 전염병이나 생태계 파괴, 기후 변화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를 현혹하고, 기존의 육고기 시장을 교란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고기라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현재 시장에서는 대체 단백질과 대체육, 대체수산물, 대체 식품 등 4가지 용어가 혼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대체 단백질과 대체 식품이라는 용어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비해 대체육과 대체 수산물은 제품을 구성하는 원자재의 특성에 초점을 둔 것으로 이해된다. 즉 생산된 제품이 고기인지, 아니면 수산물인지에 따라 그 명칭이 달라진다.

이 같은 특성에 따라 대체 식품의 범위도 각각 다르다. 대체 쇠고기, 대체 돼지고기, 대체 닭고기, 대체 연어 및 대체 참치, 대체 새우 등이 현재 시장에 출시되고 있거나 연구소 등에서 개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업들이 대체육 시장에 대한 참여와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의 육류 소비에 비해 건강 문제를 염두에 둔 대체 단백질 소비가 증가하고, 수산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기준으로 1인당 수산물 소비가 1961년에 9kg이었던 것이 2015년에는 20.2kg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소비가 2030년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현재 수산물 생산량이 이 같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지금의 글로벌 수산자원이 1970년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수산자원 남획과 기후 변화, 미세 플래스틱 사용 증가 등으로 수산물 생산이 한계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반면 대체육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식물기반 대체육 시장은 2017~2918년에 3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2019년 한 해 동안 판매 금액은 8억 9500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체육 시장이 2029년에는 1400억 달러에 이르고, 2035년까지 30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긍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대체육 시장과 대체 수산물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고 있다. 또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에서 수많은 대체 수산물 생산회사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주로 식물성 대체 연어, 세포 배양 참치, 새우 등 갑각류를 생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블루날루에서 개발한 세포 배양 수산물(방어) 요리(이미지 출처:BlueNalu)© 뉴스1
블루날루에서 개발한 세포 배양 수산물(방어) 요리(이미지 출처:BlueNalu)© 뉴스1

◇바다에서 잡거나 양식 아닌… 세포 키워 만든 생선살 '물고기 배양육'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7월 3일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세계를 이끄는 상위 유망기술 10가지를 선정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릴 대체 단백질 개발 기술이다. 그리고 이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실험실 배양 세포에서 신선 및 냉동 해산물을 생산하는 블루날루(BlueNalu)를 꼽았다.

블루날루는 2017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루 쿠퍼하우스 등 3명이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로 2018년에 처음으로 시드 펀딩을 받은 후 지금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1억 달러 가까운 투자를 유치했다. 2021년 하반기에는 세포 배양 대체 수산물을 개발해 인근 레스토랑에 시범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블루날루는 회사의 미션을 '세포 배양 수산물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서, 소비자에게 바다의 지속 가능성과 다양성을 지원하는 맛있고, 건강하고, 안전하며,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이 같은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40명으로 구성된 최적화된 전문인력을 두고 있다. 또 글로벌 대체 수산물 시장의 선두 주자로 도약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저명한 전문가로 이루어진 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블루날루의 창업 이념 중 하나는 '바다에서 잡거나 키우는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를 생산'하는데 있다. 이 같은 목적을 위해 개발한 기술이 물고기 세포 배양육이다. 현재 만새기, 도미, 참치, 방어를 포함한 어류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바다물고기를 생산하는 플랫폼 기술을 계속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회사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수은이 들어 있지 않는 물고기, 기생충과 병원균 및 미세 플라스틱과 기타 환경오염 물질이 전혀 없는 대체 수산물을 만들어 승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동시에 블루날루는 기존의 수산물과 같은 맛과 같은 영영가와 질감을 갖도록 하는 세포 배양육 생산 기술을 구축했다. 이 기술은 도미 또는 참다랑어와 같은 물고기에서 조직 세포를 분리한 후, 동물성 성분이 없는 아미노산, 염, 당, 지질 및 기타 영양소를 자체적으로 배합해 세포를 키워 물고기 배양육을 만드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대체 수산물을 상용화하기 위해 기존 공간보다 6배 정도(3만 8000㎡) 넓은 연구 개발(R&D) 및 제조 시설 등이 입지할 부지를 확보했다. 이곳에는 기술 개발이 끝난 세포 기반 수산물 제품의 생산 공장은 물론 세프와 함께 하는 대체 수산물 시식 공간 등이 들어서게 된다.

신세계푸드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가 적용된 치아바타 샌드위치 © 뉴스1
신세계푸드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가 적용된 치아바타 샌드위치 © 뉴스1

◇대체 수산물 산업 육성 그랜드비전 수립…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현재 우리나라는 식품대기업 중 일부가 자체적으로 대체식품을 개발하거나 외국에서 개발한 제품을 도입·판매 또는 국내외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또 몇몇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대체식품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그중 HN 노바텍은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에서 대체육(햄버거용 패티)을 개발해 2020년 말 특허를 출원했다.

해양수산부도 2021년 3월 발표한 '수산식품 육성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2023년부터 대체 수산물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이 계획은 해조류를 이용해 인공 참치‧새우 등 대체 수산물을 생산하고, 세포 배양 생선육을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지적하고, 기술 개발 등 몇 가지를 조언했다.

최재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위원은 "대체 수산물 생산 시장은 미국과 유럽의 스타트업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키워나가는 단계인 '스케일업 단계'"라며 "대체 수산물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충고했다.

이어 "우선적으로 신경을 써야 할 부문은, 원료·첨가제 개발부터 장비, 활용 제품 개발, 세포 배양육 개발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며 "시장 트렌드와 향후 전망을 토대로 우리나라 소비 시장과 어업 현장을 고려한 최적의 대체 수산물 개발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체 수산물 시장은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며 "스타트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B2B 모델을 구축한 다음, 생산기업의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B2C 시장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 명예위원은 "이 같은 목표를 염두에 두고 정부와 민간 부문이 대체 수산물 산업 육성이라는 그랜드 비전을 세우고, 관련한 창업 및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그는 "정부에서는 세포 배양 대체 수산물을 식품으로 활용하는 가이드라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sc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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