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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준비' 한다는 북한, 외무상은 사라졌다

7월 참배 이후로 공식 석상에서 자취 감춰…담화도 '침묵'
영변 재가동 이후 잠행…'유의미한 접촉' 관여 여부 촉각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2021-09-14 10:15 송고 | 2021-12-25 08:02 최종수정
리선권 북한 외무상. 2018.10.1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리선권 북한 외무상. 2018.10.1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대화'를 준비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 외무상이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신변에 변화가 생긴 것인지 모종의 외교 활동을 맡고 있는 것인지 여부가 주목된다.
리선권 외무상은 최근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참석이 당연시 됐던 주요 행사에서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정치국 위원인 그는 이달 2일 진행된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대상이었지만 북한 매체 보도에서는 리선권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이어 정권수립일(9월9일) 기념으로 열린 열병식 및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리 외무상은 지난달 한미 연합훈련 국면에서도 침묵했다.

김여정 부부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대가'를 경고하는 강경한 담화를 내며 한미 모두에게 강력하게 비난했지만 정작 외무상인 리선권 명의의 담화는 나오지 않았다. 그가 냈던 가장 최근 담화는 지난달 중순 쿠바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 배후는 미국이라고 주장했던 내용이다.
북한 매체에서 리 외무상의 모습이 확인된 것은 지난 7월8일이 마지막이다. 그는 김일성 주석 사망 27주기를 계기로 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자리했다. 당시 참배에는 김여정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대미·대남라인 주요 인물들이 모두 확인됐다.

시점으로 따지면 리선권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한 이후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셈이기도 하다.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북한이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 북미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카드로 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는 점에서 리선권의 잠행이 이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리 외무상은 지난 6월 담화를 통해 "미국과 무의미한 접촉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북미가 '물밑 접촉'을 진행한 뒤 미국이 공개적으로 북한이 대화에 장에 나올 것을 촉구한 것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라는 김정은 당 총비서의 전원회의 메시지에 대해 '흥미로운 신호'라고 반응한 미국을 향해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외무상으로서 미국에게 더 큰 '태도 변화'를 대화의 조건으로 제시한 셈이다.

의미 없는 접촉을 거부한다던 간결한 리 외무상의 담화는 거꾸로 보면 유의미한 대화엔 나설 수 있다는 반대 내용으로도 해석된다. 잠행 중인 그가 수면 밑에선 '유의미한' 대미 접촉에 관여하고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리 외무상의 담화 당시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화를 전면 차단하기보단 대화를 원한다면 '구체적이고 진정성이 담긴 내용물을 빨리 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남북은 지난 4월께부터 물밑 접촉을 진행해오기도 했다.

북한의 최근 대외 행보에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도 눈길이 가는 부분이다. 그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대화 국면이 전개됐을 때, 남북 및 북미 대화를 지휘했던 인물이다.

한편 김 총비서의 동생이자 대외 총괄인 김여정 부부장은 당 정치국 확대회의와 열병식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열병식 이후 이뤄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는 모습을 비췄다.


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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