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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세대출 심사 까다로워진다…"투기수요 대출 악용 차단"

"투기수요 걸러내고 실수요 대출은 최대한 보호"
자금계획서 제출, DSR 규제 일부 적용 등 검토 가능성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2021-09-05 06:22 송고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News1 박지혜 기자

금융당국이 투기수요의 전세대출 악용을 막기 위해 전세대출 심사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전세대출이 급증한 이면엔 전셋값 상승 외에도 대출을 주식·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 등에 이용하는 사례가 상당수 있다고 보고, 대출 심사를 강화해 투기수요를 걸러내고 서민 실수요자들의 대출은 최대한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5일 금융당국 관계자 등에 따르면, 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과정에서 서민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 중이다. 조만간 발표할 가계부채 추가 규제 내용과 함께 공개할 계획이다.

특히 실수요 보호책에는 최근 초유의 연쇄 대출중단 사태로 세입자들을 대혼란에 빠트린 전세대출 관련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선 전세대출 심사 강화와 관련해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주택자금 조달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주담대의 경우 투기를 막기 위해 규제지역에서 집을 살 땐 자금출처와 자기자금 보유현황 등을 신고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나, 전세대출은 규제에서 제외돼 있다. 자금계획서를 쓰게 하면 투기수요의 여유자금 현황 등을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다.

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전세대출을 일부 반영하거나, 현재 실시하고 있는 전세대출 차주에 대한 실거주 확인, 기존 대출 상환 여부 등에 대한 확인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도 전세대출에 대한 심사는 강화돼 있는 상태"라며 "투기수요의 자금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을 도입하거나 현재 전세대출엔 제외된 DSR 규제를 일부 적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 기준치(연 5~6%)를 넘어서자 지난달 24일부터 신규 부동산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우리은행도 3분기 한도가 소진된 전세대출의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가 재개했으며, 지역 농·축협도 전세대출을 중단해 당장 이사를 앞둔 세입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당초 은행권에선 실수요자가 많은 전세대출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가계부채 총량관리 범위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하거나 따로 관리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당국은 그러나 부채 규모가 큰 전세대출을 총량관리 범위에서 제외하면 규제 효과가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7월 예금은행 주담대는 전월 대비 6조1000억원 증가했고, 이중 전세자금 대출이 2조8000억원 늘어 증가분의 절반을 차지했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을 더이상 손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대신 당국은 현재의 전세대출이 급증한 배경에는 전셋값 상승 외에도 투기수요 유입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은행 대출 심사 요건을 강화해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는 보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세대출의 경우 전세금이 올라서 필요한 사람들도 있지만, 이자가 저렴해 대출을 악용해 코인 등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어 선별해서 판단해야 한다"며 "이를 은행 창구에서 가장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관련해서 이것저것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추가 규제로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던 '차주별 DSR 40% 규제'를 조기 시행하거나,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2금융권에도 차주별 DSR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31일 취임사에서 "급증한 가계부채가 내포한 위험요인을 제거하는데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가계부채 대책과 관련해 추가로 필요한 것이 있는지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보완 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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