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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헐!]②"사람도 아닌데…1년에 130억원 번다"…가상인간 '신드롬'

가상인간 美미켈라·韓로지…광고업계 러브콜 쏟아진다
유튜브 후원금 1위도 '사람'이 아니다?…가상인간 '신드롬'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2021-07-22 08:55 송고 | 2021-07-26 08:58 최종수정
편집자주 "OS랑 사귄다고? 어떤 느낌인데?" 2025년을 배경으로 인공지능(AI)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그녀(her)' 속 대사다. 이 영화가 2013년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만해도 어느 '상상력' 넘치는 감독의 공상 영화쯤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어느새 '사람이 아닌 가상의 her'가 우리 주변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AI 챗봇 '이루다'가 불쑥 등장해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최근엔 가상 CF모델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 IT업계는 물론, 정치권에 금융권까지 너도나도 '메타버스 열풍'을 외친다.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상상계’. 언제 이렇게 인간의 ‘현실계’에 뿌리내린 걸까.
미국의 가상인간 릴 미켈라. 21일 기준, 인스타그램 팔로워 302만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녀의 1년 광고수익은 130억원으로 알려졌다. (인스타그램 캡처) © 뉴스1
미국의 가상인간 릴 미켈라. 21일 기준, 인스타그램 팔로워 302만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녀의 1년 광고수익은 130억원으로 알려졌다. (인스타그램 캡처) © 뉴스1

가상인간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한 가상인간이 1년에 광고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130억원. 여느 재벌 못지않은 연봉이다. 그가 보유한 SNS 팔로워 숫자는 300만명을 넘어섰다. 여느 인기 연예인 못지않은 영향력이다.

가상인간 '신드롬'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 아래 비대면 열풍을 타고 가상인간의 영향력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가상인간 '로지'(ROZY)는 쏟아지는 광고 제의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유튜브를 주무대로 활동하는 가상 유튜버 '신유야'는 지난달 국내 유튜브 시장에서 생방송 슈퍼챗(후원) 1위를 기록했다.

가상 인간이라고 사람 행세 좀 하는 캐릭터쯤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사람보다 더 사람같은 '외모'에, 저마다의 '가치관'도 확실하다. 어쩌면 SNS '인플루언서' 자리를 가상인간이 대체할 수도 있다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한라이프의 광고에서 춤을 추고 있는 한국의 가상인간 '로지' (신한라이프 유튜브 캡처) © 뉴스1

◇ 美미켈라·韓로지…"사람보다 더 사람 같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가상인간은 미국의 '릴 미켈라'다. 그녀가 보유한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300만명. 그녀가 가진 영향력 때문에 프라다, 샤넬 등의 고가 브랜드가 상품을 협찬할 정도다. 영국 전자상거래 기업 온바이는 2019년 미켈라가 벌어들인 수익이 약 13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외모만 사람을 닮은 게 아니다. '자아정체성'도 확실하다. 그녀는 19살의 브라질계 미국인으로 바이섹슈얼(Bisexual)이라는 성소수자 특징을 가졌다. 이성 친구와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을 모두 인스타그램에 당당하게 공개하며, 각종 사회 문제에 목소리 내기를 좋아한다. 취미는 음악 듣기. 특히 한국의 '블랙핑크' 팬이다. 

미국에 미켈라가 있다면, 한국엔 '로지'가 있다. 그녀가 출연한 한 보험사의 광고 영상이 유튜브에서 기록한 조회수는 무려 140만회. 동시에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숫자도 3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로지는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전문기업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지난해 8월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얼굴형을 모아 3D 합성 기술로 탄생시킨 '가상인간'이다. 

로지 역시 그녀만의 '자아'를 보유하고 있다. 로지는 환경에 관심이 많은 20대 여성이다. 그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로 웨이스트', '업사이클링' 등 친환경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등 사회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인다.

미켈라와 로지에게 이같은 '자아'가 투영된 이유는 가상인간의 주 소통 대상이 'Z세대'(1995년 태어난 19세 미만의 청소년) 때문이다. Z세대는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이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 이들이 실존인물인지 가상인물인지 크게 신경쓰지 않고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한다. 동시에 그녀의 존재에 회의적으로 반응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때문에 가상인간의 자아는 Z세대들의 문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세계가 주목하는가상 인간으로 미국의 버뮤다(Bermuda), 영국의 슈듀(Shudu), 일본의 이마(IMMA)가 있다. 이들 역시 수십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국내 유튜브 시장에서 슈퍼챗 1위를 기록한 버추얼 유튜버 '신유야' (신유야 유튜브 채널 갈무리) © 뉴스1
지난달 국내 유튜브 시장에서 슈퍼챗 1위를 기록한 버추얼 유튜버 '신유야' (신유야 유튜브 채널 갈무리) © 뉴스1

◇ 유튜브 후원금 1위도 '사람'이 아니다?


인스타그램에서 '가상인간' 열풍이 불고 있다면, 유튜브는 '버추얼 유튜버' 열풍이다. 가상인간이 실제 사람의 모습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버추얼 유튜버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탄생한 '캐릭터'를 앞세운다. 연기자의 몸에 센서를 부착하면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는 버추얼 유튜버가 만들어진다.

지난 6월 한국 유튜브 시장에서 가장 많은 생방송 후원금(슈퍼챗)을 받은 영상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었다. 일본의 니지산지 그룹이 개발한 버추얼 유튜버 '신유야'(Yuya Shin)다. 신유야가 3시간 동안 진행한 라이브 방송이 거둔 수익은 무려 1600만원. 2위를 기록한 한 가수의 라이브 영상보다 2배 이상 많다.

버추얼 유튜버의 저력은 세계 무대에서 더욱 부각된다. 유튜브 통계 분석 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 6월 전 세계 유튜브 생방송 후원금 순위 1위부터 10위를 모두 버추얼 유튜버가 차지했다. 1위를 차지한 주인공은 일본의 버추얼 유튜버 '후와 미나토'. 그의 라이브 영상 한 편의 후원금 수입은 약 1억7000만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버추얼 유튜버는 콘텐츠 사업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2018년 게임사 스마일게이트는 국내 첫 버추얼 유튜버 '세아'를 탄생시켰다. 먹방, 일상 브이로그 등 실제 유튜버 활동을 통해 7만4800명의 구독자를 확보했으며, MCN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와 전속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미국,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가상 캐릭터에 대해서 친화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코로나19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상 인물과 일상에서 접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자연스럽게 가상 인물에 대한 이질감을 극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전세계 유튜브 시장에서 생방송 슈퍼챗(후원금) 1위를 기록한 버추얼 유튜버 '후와 미나토'. (유튜브 캡처) © 뉴스1
지난달 전세계 유튜브 시장에서 생방송 슈퍼챗(후원금) 1위를 기록한 버추얼 유튜버 '후와 미나토'. (유튜브 캡처) © 뉴스1

◇ CF모델, 이젠 '가상 인간'과 경쟁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NS 인플루언서에 쓰는 마케팅 비용은 지난 2019년 9조원에서 오는 2022년 17조원으로 2배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이 자료를 인용해 증가한 마케팅 비용 대부분이 가상의 인플루언서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상 인간은 '활용성' 측면에서 큰 강점을 갖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모든 장면을 연출해낼 수 있어,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모델 활용이 가능하다. 비대면 사회에 화두로 떠오른 메타버스에도 가상인간을 적용시킬 수 있다.

동시에 위험부담도 적다. 실제 사람과는 달리 아프지도, 늙지도 않는다. 심지어 모델이 각종 '구설'에 휘말려 광고가 중단되는 일도 없다.

실제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도 이미 가상인간을 선보였다. 삼성전자 브라질 법인이 만든 가상 인간 '샘'은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삼성 걸’로 불리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LG전자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에서 가상인간 23세 '김래아'를 연설자로 등장시켰다.

가상인간 '로지'를 개발한 싸이더스 스튜디오X 김진수 이사는 "최근 가상인간에게 광고업계의 러브콜이 쏟아지면서 다수의 개발사들이 가상인간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현재 가상인간을 단순 광고모델로 쓰는 게 아니라 향후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목해서 메타버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현실의 나와 유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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