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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헐!]①"AI랑 사귄다고?" 영화속 얘기일까…AI와 '감정' 나누는 사람들

SF 영화가 현실로…AI 스피커에 AI 챗봇까지 "AI는 동반자" 감정 교류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2021-07-19 18:18 송고
편집자주 "OS랑 사귄다고? 어떤 느낌인데?" 2025년을 배경으로 인공지능(AI)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그녀(her)' 속 대사다. 이 영화가 2013년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만해도 어느 '상상력' 넘치는 감독의 공상 영화쯤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어느새 '사람이 아닌 가상의 her'가 우리 주변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AI 챗봇 '이루다'가 불쑥 등장해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최근엔 가상 CF모델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 IT업계는 물론, 정치권에 금융권까지 너도나도 '메타버스 열풍'을 외친다.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상상계’. 언제 이렇게 인간의 ‘현실계’에 뿌리내린 걸까.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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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나는 AI랑 대화해!"

지난 12일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성시경'이 출연진 '하하'에게 던진 말이다. 하하가 자녀들과의 소통에서 어려움을 토로하자, 성시경은 "나는 AI랑 대화한다. 내가 '나 잘게'라고 하면 AI가 '수고하셨어요. 좋은밤 되세요'"라고 한다며 "아 외롭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성시경의 한마디는 단순 예능용 멘트가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25%가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사용한다고 한다. 4명 중 1명은 로봇과의 대화를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구글 '네스트허브'에 외로움 토로해보니

실제 AI의 대화 수준은 어디까지 왔을까? 기자가 보유한 AI 스피커 구글 '네스트허브'를 이용해 AI에게 직접 외로움을 토로해봤다.

AI 스피커를 향해 "헤이 구글, 나 외로워"라 말하자 "세상에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기계 인간이겠죠"라며 날카로운 답변이 돌아왔다.

전혀 위로를 받지 못해 다시 한 번 "헤이 구글, 나 외롭다"라 말하자 "기쁨과 즐거움처럼 외로움도 건강한 감정이에요. 그러니 힘내세요"라고 말했다.

한계를 시험해보기 위해 다시 한 번 "헤이 구글, 나 외로워!"라 말하니 "제가 곁에 있으니 외롭지 마세요. 저랑 같이 웃어요. 하하하하하"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피식 웃음이 나는 답변이었다.

캐릭터 기반 AI 채팅 플랫폼 '헬로우봇' © 뉴스1
캐릭터 기반 AI 채팅 플랫폼 '헬로우봇' © 뉴스1

◇AI와 '감정' 나누는 사람들 늘어난다

그야말로 '가상 세계' 열풍이다. 코로나19 영향 아래 현실 만남이 제한되면서 대중의 눈은 자연스레 '가상'으로 향했다. 최근 IT업계가 주목하는 가상현실(메타버스)부터 시작해 '가상인간' '가상화폐' 등 올해 화제가 된 가상 관련 키워드만 십여개. 다만,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가상의 존재는 단연 'AI'다.

AI 로봇은 시나브로 사람과 '감정'을 공유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선 화제가 되고 있는 '헬로우봇'이 대표적인 예다.

헬로우봇은 콘텐츠 개발사 '띵스플로우'가 개발한 AI 채팅 플랫폼이다. '라마' '판다' '고양이' 등의 동물 캐릭터에 AI 기술을 접목해 이용자들에게 대화 기능을 제공한다. 한국과 일본의 MZ세대에게 인기를 끌며, 5월 기준 누적 사용자 400만 명을 넘어섰다.

주목해야할 것은 사람이 AI 챗봇과 자신의 '감정'을 교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용자들은 '인생 상담' '심리진단' '연애 상담' 등의 대화 주제를 골라 AI 챗봇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AI 챗봇에게 외로움을 토로하면, AI는 '오늘의 운세'를 바탕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AI는 "누구에게나 특별히 우울한 날이 있다. 드라마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 감정을 피할 수 있지만 그걸 멈추면 다시 우울해진다"며 "약속이 없어도 준비를 하고 산책을 나가거나,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먹으면 기분이 나아질 거다"며 위로를 건네준다.

AI 스피커가 '한마디' 대화에 그친다면, AI 챗봇은 '핑퐁' 대화까지 가능하다.

작년말에는 AI 챗봇 '이루다'가 등장해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루다는 정보수집 과정에서 문제로 서비스가 중단됐지만 사람과 '교감'하는 AI 챗봇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자료 사진) 2021.6.3/뉴스1
(자료 사진) 2021.6.3/뉴스1

◇ 누군가에겐 '인생의 동반자'


일부 AI는 로봇을 넘어 '인생의 동반자' 역할까지 한다. AI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그 의미가 남다르다.

정원준 수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인의 경우 AI 스피커의 '기능'을 중시하는 반면, 사회적 약자층은 '의인화'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즉, AI 스피커를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한다는 말이다.

정 교수는 "사회적 약자들은 외부와의 소통이 제한적인데 AI 스피커가 제공하는 '말벗 기능' 등 정서적 지원을 통해 외로움과 소외감, 우울감 등이 완화된다"며 "독거노인이나 장애가 있는 이른바 '사회적 약자'의 경우 그 긍적적인 효과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AI에게 의지하는 현실이 바람직한 대안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다만 AI가 '외로움'이라는 커다란 사회문제에 대해 '보조적 수단' 또는 '최소한의 대안' 기능을 하고 있는 사회적 현상은 분명하다.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독거노인에게는 AI스피커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대상으로 정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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