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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고 더딘 이선호씨 산재 수사…그 사이 현장선 48명 사망

사망 사고 뒤 40여일 지났지만 이제야 입건 5명
당국 눈치보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하나 못내놔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2021-06-05 08:00 송고
경기도 평택시 평택역 앞 광장에 마련된 고(故) 이선호 씨 시민분향소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경기도 평택시 평택역 앞 광장에 마련된 고(故) 이선호 씨 시민분향소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지난 4월 22일 평택항에서 고 이선호씨가 컨테이너 벽에 깔려 사망한 뒤 40여 일이 지났지만 진상조사는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유족은 원인 규명과 제대로된 조사를 요구하며 여전히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5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평택경찰서는 최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원청업체인 동방 관계자 5명을 입건했다. 다만, 피의사실공표 금지를 이유로 구체적인 피의 사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해당 사건이 미디어에 보도되지 않았을 때는 물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난 뒤에도 수사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입건된 5명에 대해 이번 주말에서야 피의자 조사를 차례로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죽음의 무게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고 손정민씨 사건에 투입된 인력과 상황을 비교해 봤을 때 속도감 있는 수사로 보기 힘든 상황이다.

사회적으로도 고 이선호씨 사건을 두고는 경찰의 수사를 비롯해 당국의 특별점검 역시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선호씨가 사망하기 전 5년 동안 노동 당국이 평택항에 실시한 현장감독은 단 세 차례에 불과했고 이번에 실시된 특별점검은 무려 2년 만이다.

이 마저도 청소가 모두 끝난 현장을 포함해 작동 중인 기계만 점검했다는 지적이 평택항 내부 노동자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그러는 사이 유가족과 이선호군의 지인들의 속마음은 더욱더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 3일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평택항 부두에서 추모문화제와 진상조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선호씨의 친구들은 40여일이 지난 상황에서도 어떠한 결과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경찰과 당국에 한탄했다.

이선호씨의 아버지인 이재훈씨는 "모든 산재사고는 공무원의 직무유기성 관리감독의 부재 때문"이라며 "공무원들의 뼈를 깎는 자기 반성 없이 부실한 관리감독이 있는 한 이런 불행한 일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이선호씨가 사망한 지난 4월 22일 이후 산업현장에서는 최소 48명이 사망했다. 이선호씨와 마찬가지로 부산항에서 노동자 1명이 지게차 깔려 숨지기도 했으며 질소에 질식으로 추정되는 사망 사고도 있었다. 이는 산업현장의 신고로 이뤄지는 잠정치로 실제 사망 사례는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질병 등에 의한 사망 사고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노동자 238명이 산재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질병에 걸려 숨진 산재 사망자 336명까지 더하면 600명에 가깝다.

이선호씨의 사망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강화해 공표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었으나 당국의 발표는 노동계와 재계 사이의 눈치만 보며 감감 무소식이다.

재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속도조절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안전과 관련한 강화되고 강제적인 조치가 포함돼야 조금이라도 사망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이선호씨를 고용한 원청업체인 동방 평택지사와 협력업체를 정기감독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17건을 적발했는데, 처벌이 약하다 보니 있는 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 시행령 마련을 계기로 처벌과 예방이 제대로 되도록 법 체계를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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