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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서 비겼던 한국, 북한의 월드컵 예선 불참은 득일까 실일까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2021-05-04 11:39 송고 | 2021-05-04 17:27 최종수정
북한 축구 대표팀 선수들(대한축구협회 제공)© 뉴스1
북한 축구 대표팀 선수들(대한축구협회 제공)© 뉴스1

북한축구협회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월드컵 2차 예선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전한 가운데, 이것이 한국 대표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대한축구협회(KFA) 관계자는 3일 "AFC로부터 북한이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2차 예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받았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관계자는 "북한의 공식적 불참 이유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은 아니다. 레터에 코로나19 관련 언급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으며 "아직 불참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AFC가 북한 측에 재고를 거듭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미 결정을 내린 북한이 뜻을 굽힐 확률은 대단히 적다.

AFC로선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북한의 최종 답변을 기다린 뒤 그래도 북한이 불참을 고수한다면 '북한이 없는 H조'의 세부 규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우선 북한의 불참 후 H조 승점 처리 방식은 크게 2가지로 예상된다. 하나는 북한의 경기를 모두 0-3 기권패로 처리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예 북한과 관련된 모든 기록을 삭제하고, 처음부터 4개 팀이 일정을 진행하는 것처럼 승점을 계산하는 것이다.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19.10.15/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19.10.15/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북한전이 모두 3-0으로 처리되면, 2승2무1패(승점 8)던 레바논이 4승1무(승점 13)로 단독 선두까지 치고 올라선다. 레바논은 북한을 상대로 이미 2경기를 다 치렀고, 실제 전적에서 1무1패로 부진했었기 때문이다.

맞대결서 0-0 무승부를 거뒀던 한국은 2승2무(승점 8)에서 3승1무(승점 10)로 승점 2점이 늘어난다. 반면 실제 맞대결에서 북한을 3-1로 이겼던 투르크메니스탄은 이득이 없다. 3승2패(승점 9점)의 전적과 승점이 그대로다. 

다만 투르크메니스탄을 포함, 한국과 스리랑카는 모두 북한과의 한 차례 대결을 앞두고 있어서 모두 3-0 승리(승점 3점)를 한 차례씩 추가할 수 있다. 그러면 레바논과 한국이 4승1무(승점 13), 투르크메니스탄이 4승2패(승점 12), 스리랑카가 2승4패(승점 6)인 상황에서 남은 경기를 놓고 경합을 펼친다.

북한을 아예 삭제하면 한국과 레바논이 2승1무(승점 7), 투르메니스탄이 2승2패(승점 6), 스리랑카가 1승4패(승점 3)인 상황서 경기를 치른다.

북한과의 맞대결서 비겼던 한국으로선 투르크메니스탄보다 승점 2점을 더 얻는 효과로 공동 1위까지 오를 수 있지만, 북한에 고전하는 바람에 순위가 낮았던 또 다른 껄끄러운 상대 레바논의 순위가 확 치고 올라가기에 부담은 여전하다.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한국과 북한의 경기가 끝난 뒤 전광판이 보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19.10.15/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한국과 북한의 경기가 끝난 뒤 전광판이 보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19.10.15/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북한의 불참이 확정되면 'H조 개최국' 한국에도 변화가 생긴다. AFC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월드컵 예선 잔여 경기를 각 조별로 모여 치르도록 했다. H조의 개최국은 한국이다. 

KFA 관계자는 "KFA는 H조 경기 홈 개최를 통해 코로나19로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고 축구를 향한 관심을 높이고자 했다"며 "남북전이라는 라이벌(맞수) 매치가 있어야 관중도 많아지고 수입 효과도 생길 텐데, (북한이 불참하면) 솔직히 말해서 좋은 콘텐츠 하나를 잃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까다로운 상대이자 패배할 경우 후폭풍이 큰 북한이 빠진 게 개최국 입장에서 오히려 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KFA 관계자들은 물론 우리 선수들도 예전부터 북한이랑 다시 붙으면 이길 수 있다고 벼르고 있었다"며 "(기권승으로 처리돼 3-0으로 이기지 않아도) 북한은 이길 수 있는 상대"라며 북한의 불참이 최종예선 진출에 크게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 주장했다. 관계자는 "다만 북한이 빠지면 보안 문제 등은 한결 수월해진다"고 덧붙였다. 

경기 일정도 AFC에서 공식적으로 결정이 있어야 변경된다. 현재 한국은 3일 투르크메니스탄전, 7일 북한전, 11일 스리랑카, 15일 레바논전을 치러야 한다.

경우에 따라 7일 북한전 일정만 삭제될 수도 있고, 경기 숫자가 줄어드는 걸 반영해 H조 전체 일정이 새로 짜일 수도 있다.

관계자는 "AFC가 FIFA와 합의해 일정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결정한 뒤 개최국에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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