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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딸에 대한 집착이 부른 전 부인 길거리 잔혹 살해

1심 징역 25년…"진정으로 반성 안해, 유족 엄벌탄원"
재판부 범행 내용 등 고려한 항소 기각에 대법원 상고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2021-01-12 06:30 송고 | 2021-01-12 08:31 최종수정
© News1 DB

50대 A씨는 2009년 1월 부인 B씨(50대)와 11년 간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 남남이 됐다. 이혼 이후 A씨는 딸을 양육하기로 했고 B씨는 아들을 데리고 가서 키웠다.

하지만 11년 뒤 A씨는 전처를 살해한 피의자로 법정에 섰다. 전 부인 B씨를 길거리에서 흉기로 살해한 혐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형사1부(곽병수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 받은 A씨(50대)의 항소를 기각했다.

11년 전 이혼한 전 부인을 길거리에서 숨지게 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2019년 12월 A씨는 서울의 주거지에서 대학 진학을 앞둔 딸 C양과 대학 입학 장학금 신청 문제로 언쟁을 벌이고 폭력을 휘두른다. 이 사건으로 A씨는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게 된다.

폭행사건 이후 딸 C양은 서울을 떠나 엄마 B씨가 있는 부산으로 내려와 함께 생활을 하게 된다. 이후 B씨와 C양은 A씨와의 연락을 완전히 끊어버린다.

두달여 뒤 A씨는 직접 부산으로 내려와 전 부인 B씨를 찾아가 만난다. 이 자리에서 A씨는 "딸을 서울로 돌려보내고 휴대전화 수신차단을 해제하라"고 말한 뒤 서울로 돌아갔다.

하지만 B씨가 계속해서 연락을 차단하자 A씨는 외국어고등학교 이후 대학진학 때까지 자신이 키워온 딸을 빼앗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 살인을 결심했다.

A씨는 서울의 한 노점상에서 길이 24㎝에 달하는 흉기와 나일론 끈을 구입하는 등 범행 준비에 나섰다.

범행 장비 구입 3일 뒤 부산에 내려온 A씨는 흉기를 점퍼 안주머니에 숨긴 채 전 부인 B씨의 주거지 근처에서 퇴근하는 B씨를 수시간 기다렸다. 퇴근후 집으로 가고 있던 B씨를 발견한 A씨는 "이야기 좀 하자"며 말을 건넨다.

하지만 B씨가 "이야기 할 것 없다.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자 점퍼 안에 있던 흉기를 보여주며 위협했다. 순간 B씨가 놀라 소리치자 흉기를 꺼내 복부 등을 수차례 찌른 뒤 흉기를 그대로 B씨의 몸에 꽂아둔 채 달아났다.

당시 이곳을 지나던 시민에 의해 발견된 B씨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발성 자상에 의한 출혈성 쇼크로 끝내 숨졌다.

도주한 A씨는 태연하게도 옆동네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경찰에 검거됐다. 범행 5시간 만이었다.

조사 과정에서 A씨는 "딸을 전 부인에게 빼앗긴다면 더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전 부인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고 잘 되지 않는다면 살해한 뒤 산으로 올라가 노끈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해당 진술은 향후 1심 재판부가 A씨의 범행이 계획된 범행이었다고 판단한 근거 중 하나로 인정된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지난해 6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열렸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퇴근하는 길목에서 기다리다가 피해자를 흉기로 찌르고 흉기를 몸에 꽂아둔 채 현장에서 달아났다"며 "피고인은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며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지 않고,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딸에 대한 집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자기 중심적인 사고에 의해서 딸을 뺏길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점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여서 사회에서 영구적으로 격리해야할 반사회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고, 재범 위험성 평가 결과도 중간 수준으로 나와 교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판결 이후 검찰과 A씨는 각각 형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 부당하다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이어진 2심에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내용과 범행 이후의 경위,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 등을 고려했다"는 이유로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2심 재판 결과에 불복해, 지난해 12월 말 대법원에 상고했다.


sj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