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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동거녀 못만나고 잔고 0원…택시 불러세운 '무서운 손님'

생활고 40대, 기사 찌르고 14만원 강탈…1심 징역 5년 선고
피해자, 힘들었던 개인사 얘기로 범인 설득…최악 상황 막아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2020-11-19 06:30 송고 | 2020-11-19 11:13 최종수정
© News1 DB

지난 6월1일 오후 11시쯤 부산 북구의 한 편의점. 커피를 사고 나서 돈이 없어진 40대 남성 A씨의 눈에 개인택시 한대가 들어왔다.

곧장 A씨는 택시 뒷자석에 탑승한 뒤 "기장군 정관읍 한 은행 앞으로 가자"고 기사에게 말을 건넸다. 당시 그는 길이 23㎝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이 무렵 A씨는 일자리가 구해지지 않아 대출이자 등으로 인해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

2년여 전 사실혼 사이였던 B씨와 관계를 정리하면서 혼인 준비 정산금을 돌려 받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A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심화됐고 B씨와 그의 가족들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이 커졌다.

결국 지난 6월1일 A씨는 B씨를 찾아가 대화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위협하기 위해 흉기를 챙겨서 나섰다.

하지만 이날 그는 B씨를 만나지 못했고 돈이 없자 택시기사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50여분을 달려 자정을 조금 지난 시각, 목적지인 은행 앞에 도착하자 뒷자석에 타고 있던 A씨는 택시기사 C씨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흉기에 찔린 C씨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A씨를 향해 "살려 달라"고 말하며 현금 14만원을 건넸다.

이후 스스로 택시 운전대를 잡은 A씨는 C씨를 조수석에 태우고 이 일대를 방황하던 중 동래구 한 식당 앞에 C씨와 택시를 두고 도주했다.

C씨가 자신의 사업실패 등 개인 사정을 이야기하며 '더이상 다른 범행은 하지 말자'라고 설득해 다행히 추가범행을 저지르지 않고 달아난 것이다.

흉기에 찔린 상태에서 C씨는 곧장 다시 차를 몰아 6㎞ 가까이 떨어진 병원으로 가 수술을 받았다.

병원으로부터 112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곧장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도주로를 추적했다.

곧이어 이날 오전 5시55분쯤 차를 타고 도망치던 A씨를 발견한 경찰은 차량으로 앞과 양쪽을 포위해 그를 검거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강도상해의 고의만 있었을 뿐,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는 없었으므로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양민호 부장판사)는 강도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돈을 위해 택시기사를 흉기로 찌른 것은 죄질과 성행이 극히 불량하고 흉기가 비스듬히 들어가지 않았다면 피해자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며 "피해자는 상당한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해  피고인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 다행히 살인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등을 종합해 판단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심 판결 이후 A씨는 항소를 제기했고, 현재 부산고등법원에서 2심 재판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sj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