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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행복 꿈꾸던 '돌싱과의 동거' 500일만에 비극

'이혼남'과 새살림 꾸렸지만 여자관계 의심하자 '보복'
청테이프 준비, 음주후 계획살해…법원, 징역18년 선고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2020-11-14 08:10 송고
© News1 DB

2018년 5월, 정수미씨(가명)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성이었다. 사귀던 박태용씨(가명)와 동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미 한차례 이혼한 고통을 가진 그의 아픔을 껴안고, 사랑으로 그와 앞날을 꾸리고자 하던 정씨의 꿈은, 그러나 500여일 뒤 박씨 손에 무참히 끝나버렸다.

박씨는 정씨의 대화가 종종 못마땅했다. 자신의 여자관계를 의심하면서 자주 영상통화를 시도하기도 했고, 재력과 능력 등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난해 9월,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새벽까지 노래방에서 놀다왔다는 이유로 정씨가 다시 여자관계를 의심하자 그는 욕설을 퍼붓고 집을 나와서 사우나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가출생활' 1주일째가 되던 같은달 17일 오전 1시, 휴대전화 전원을 켜자 곧바로 쌓여있던 각종 연락 가운데 정씨의 음성 메시지가 박씨 눈에 들어왔다.

'전 부인이 몸 파는 장사(성매매) 하느냐' '노래방 도우미와 성관계 맺었느냐' '집에서 나가라'

격분한 그는 문구 전문점에서 청테이프를 구입한 뒤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살인을 결심, 실행을 준비할 단계다.

이튿날인 18일 오전, 박씨는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그는 서울 강서구 소재 집에 들어갔지만 위협적 태도에 대화를 거부하면서 자리를 피하려는 정씨를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잡아 끌다가 미리 준비한 청테이프로 손과 발을 결박했다.

이후 수십차례에 걸쳐 폭력을 행사한 박씨는 결국 부엌에 있던 흉기로 정씨를 가격해 살인을 저질렀다.

이후 박씨는 살인 범행 뒤 정씨 가방에서 현금 6만7000원과 신용카드, 차키 등을 가지고 나가 정씨 승용차를 몰고 범행현장에서 도주했다.

재판부는 "범행 전 피해자 신체 결박을 위해 청테이프를 구입, 주거지에 들어가 거의 곧바로 살인을 실행했다"면서 살인에 계획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서울 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살인과 절도,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서울남부지방법원) 입구 2020.6.15/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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