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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 생식기능 갉아먹는 전자쓰레기 발생량 껑충…작년에만 5360만톤

건강 문제·기후변화 문제 요인…배출속도 10년후 1.5배
국제연합·단체 합동 조사 결과 발표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020-07-05 09:10 송고
'THE GLOBAL E-WASTE MONITOR 2020' 보고서 표지 (UNITED NATIONS UNIVERSITY / ITU / UNITAR 제공) 2020.07.02 / 뉴스1
'THE GLOBAL E-WASTE MONITOR 2020' 보고서 표지 (UNITED NATIONS UNIVERSITY / ITU / UNITAR 제공) 2020.07.02 / 뉴스1

다 쓴 건전지, 폐휴대폰이나 가전제품, 깨진 형광등 등 각종 '전자쓰레기'가 해가 거듭될 수록 배출량이 늘어나면서 지구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이런 전자쓰레기는 남성의 생식기능을 저하시키고 인간의 신경계를 교란하는 등 어떤 쓰레기보다도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전자쓰레기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식은 상대적으로 낮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5일 과학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버려진 전자 쓰레기는 5360만톤에 달해 5년 전 연간 발생량에 비해 21% 증가했다. 반면 수집·재활용되는 비율은 17.4%대에 그쳤다.

이는 지난 2일 국제연합(UN) 산하 기구와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 고형폐기물 협회(ISWA)가 발표한 '국제연합 전 세계 전자쓰레기 현황조사'(UN's Global E-waste Monitor 2020)에서 드러났다. 

◇제대로 처리 안 된 전자쓰레기, 인류 위협한다.

무분별하게 버려진 전자 쓰레기는 중금속과 유독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인체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 

전자쓰레기는 회로나 전자 부품, 전원 장치, 배터리 등이 있는 기계가 버려지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대부분의 전자 기기·설비가 들어가는 데 형광등에도 안정회로가 들어가기 때문에 전자 쓰레기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전자쓰레기에는 생산과정에서 쓰인 다양한 금속(중금속 포함)을 비롯해, 각종 코팅이나 접착용도로 쓰이는 독성물질이 들어있다. 제품으로 사용할 때는 안전하게 쓸 수 있게 제작됐지만, 버려져 무분별하게 방치되거나 태워지면 환경으로 유입된다. 토양, 지하수, 강, 해양, 대기를 오염시킨 중금속·독성물질은 직간접적으로 사람과 생태계에 문제가 된다.

지난해 버려진 전자쓰레기에 포함된 수은은 약 50톤, 브롬화 난연제는 7만1000톤이다. 브롬화 난연제는 간·신경발달을 저해하고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서에서는 전자쓰레기로 인한 오염으로 성장 이상, 면역저하, 어린이의 각종 발달 문제, 남성 생식기능 문제 등이 발생할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전자쓰레기는 기후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자쓰레기에 포함된 원자재가 재활용되지 않으면 결국 원자재를 자연에서 추출 가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탄소 발생량이 증가한다. 또한 냉장고와 에어컨의 냉매에는 온실가스가 있는데 이것이 누출되기도 한다.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약 98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유출된 효과가 일어난다고 추산했다.

The Global E-waste Monitor 2020  현황 (UNITED NATIONS UNIVERSITY / ITU / UNITAR 제공) 2020.07.02 / 뉴스1
The Global E-waste Monitor 2020  현황 (UNITED NATIONS UNIVERSITY / ITU / UNITAR 제공) 2020.07.02 / 뉴스1

‭‬◇2019년 연간 발생량 5360톤…68조원 상당 원자재 버려져

2019년에는 5360만톤의 전자쓰레기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한 사람당 7.3kg을 발생시키는 셈이다. 쓰레기에 들어간 금·은·구리 등의 원재료 가치를 합치면 약 570억 달러(68조원 가량)규모다.

아울러 보고서에서는 연간 전자쓰레기 발생량이 10년 후에는 74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현재 연간 발생량의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전자폐기물이 생기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정용 전자쓰레기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전기·전자 장비의 많은 소비, 짧은 수명 및 사용 주기 등이 요인이다.

반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전자쓰레기 중 17.4%만이 수집· 재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는 이로 인해 회수 가능한 물질이 버려지거나 태워졌다고 추산했다.

국제 고형폐기물 협회(ISWA)의 안토니스 마브로폴로스(Antonis Mavropoulos) 회장은 "전자폐기물 양은 지난 5년 동안 세계 인구보다 3배, 세계 GDP보다 13%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4차 산업 혁명은 경제 체제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동시에 자원 고갈과 새로운 공해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문화·디지털 헬스 산업·디지털 전환 가속화·글로벌 경기 둔화 등 다양한 변화가 전자쓰레기 발생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 이번 보고서의 10년 후 예측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The Global E-waste Monitor 2020 대륙별 현황 (UNITED NATIONS UNIVERSITY / ITU / UNITAR 제공) 2020.07.02 / 뉴스1
The Global E-waste Monitor 2020 대륙별 현황 (UNITED NATIONS UNIVERSITY / ITU / UNITAR 제공) 2020.07.02 / 뉴스1

◇유럽, 1인당 가장 많이 배출하지만 재활용 비율 42.5%

보고서에서는 아시아·아프리카·유럽·아메리카·오세아니아 대륙 별로 분석했다. 2019년 아시아는 2490만톤 에 달하는 전자쓰레기를 만들어냈으며 이는 전체 발생량의 절반 가량이다. △아메리카 1310만톤 △유럽 1200만톤 △아프리카 290만톤 △오세아니아는 70만톤을 기록했다.

이를 각 지역의 인구로 나눠 1인당 발생량을 살피면 지역별 순위는 크게 뒤바뀐다. 유럽과 오세아니아가 각각 16.2kg, 16.1kg을 발생 시켜 1인당 가장 많은 전자쓰례기를 만들고 있다. 뒤이어 △아메리카 13.3kg △아시아 5.6kg △아프리카 2.5kg 순이다.

유럽은 한 사람당 가장 많은 전자쓰레기를 방출하고 있지만, 동시에 42.5%를 회수·재활용하고 있다. 다른 지역 아시아 11.7%, 아메리카 9.4% 오세아니아 8.8%, 아프리카 0.9%의 회수·재활용 비율을 고려해볼 때, 세계 평균치 17.4%는 유럽이 끌어올린 평균일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에서는 유럽의 높은 재활용률에 대해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의 재활용·폐기물 관리 인프라가 마련돼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한·중·일 3국을 떼어 놓고 보면 평균적인 재활용률은 20%로 세계 평균보다 높다. 1인당 전자쓰레기 발생량은 한국 15.8kg, 중국 7.2kg(홍콩 자치구 20.2kg), 일본 20.4kg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국의 2019년 총발생량은 1012만9000톤으로 전 세계 발생량의 18.9%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한국은 81만8000톤, 일본은 256만9000톤을 발생시켰다.

보고서에서는 한·중·일 3국에 대해서 비교적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 높은 수준의 전자 폐기물 관리 시스템이 마련됐다면서도, 중국 내에는 비공식적인 방식의 전자 폐기물 처리도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도린 보그단마틴(Doreen Bogdan-Martin) ITU 통신개발국 국장은 "전자 폐기물 현황보고서는 오늘날 디지털로 연결된 세상에서 전자 장치의 생산·소비·폐기가 지속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를 드러낸다"며 "이 보고서를 토대로 각 국가가 전자 폐기물 정책 및 법률을 개발해 재활용률을 개선 할 수 있다. ITU는 이 보고서를 만드는데 계속 지원해 전자 폐기물 처리 문제 해결을 찾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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