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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공장에서 피어난 청화백자의 아름다움…'구본창' 전

인물 대하듯 백자가 간직한 세월의 아름다움 발굴
국제갤러리부산, 대표작 19점 전시…내년 2월까지

(부산=뉴스1) 여태경 기자 | 2018-12-16 11:48 송고
구본창 작가가 14일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News1
구본창 작가가 14일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News1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폐공장에 수줍은 듯 조선 백자의 사진이 걸려 있다.

천천히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이 사진들은 백자의 아름다움을 탐구해온 사진작가 구본창(65)의 작품들이다.
인물 사진을 찍듯이 백자가 품고 있는 형태와 빛깔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시간의 아름다움까지 포착해온 작가는 요즘 청화백자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14일 개막한 전시는 별다른 전시명을 붙이지 않고 말그대로 '구본창' 전이다.

이번 전시는 제목 그대로 지난 30여년 동안 작가가 자신만의 통찰력과 감성 그리고 표현력으로 일구어온 독창적인 작품 세계에 집중했다.

'구본창' 전은 전시 공간도 특별하다. 지난 8월 개관한 국제갤러리 부산점은 고려제강이 50년 넘게 와이어를 생산하는 공장과 창고로 사용하다 최근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오래된 것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작가의 작업과도 맥이 닿아 있다.
전시 개막날 만난 구본창 작가는 "한국을 떠난 도자기들을 찾아보고 싶었다. 백자는 대량으로 제작한 것이 아니고 왕실에 의해 소량으로 만들어 가족과도 같다"며 "어떻게 보면 이산가족 상봉을 한다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교하고 정형화된 무늬로 가득차 있는 중국이나 일본 청화백자와는 달리 조선의 청화백자는 청아하고 소박하며 간결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고 했다.

당시 고가의 수입품이었던 푸른색 안료를 아껴 사용해야 했던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인공적인 꾸임과 자연스러움의 조화를 중시한 한국인의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

작가는 "백자의 앞, 뒤태를 살피고 도공의 손길을 감지하고 화공의 붓질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그것을 만든 이들과 시공을 초월하여 조우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 시대 우리 민족의 상황과 삶의 태도를 읽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본창 'OM 19', 2014, Archival pigment print 90 X 72 cm, 청화 백자 소장처 : 교토 이조 박물관 박물관(국제갤러리 제공)
구본창 'OM 19', 2014, Archival pigment print 90 X 72 cm, 청화 백자 소장처 : 교토 이조 박물관 박물관(국제갤러리 제공)


국제갤러리 부산점 구본창 개인전 'Koo Bohnchang' 설치전경.(국제갤러리 제공)
국제갤러리 부산점 구본창 개인전 'Koo Bohnchang' 설치전경.(국제갤러리 제공)

세계 여러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백자들의 사진을 남겨온 작가는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작품들을 우선적으로 찍었다.

"조선시대 도자기들 중에서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들은 여러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사라졌을 것"이라며 "현대 도예가들이 만든 것처럼 백옥처럼 깨끗한 도자기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세월이 흐른 느낌, 손때 묻거나 긁힌 자국 같이 존재감이 느껴지는 것을 먼저 찍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악보만 보고 봄을 연주하는 것과 봄을 상상하면서 연주를 하는 것이 다르듯이 도자기의 생김생김과 다소곳하게 서있는 자태 등을 보며 대상을 의인화 해서 대하는 것이 교감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을 통해 유물의 아름다움과 세월을 찾아내는 그의 작업 방식은 고고학자들이 유물을 발굴해내는 것과도 비슷하다.

그는 유물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간접조명을 많이 이용해 그림자가 거의 나타나지 않게 표현한다. 때문에 마치 백자가 화면 위에서 부유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작가는 최근에는 황금 시리즈 작업을 시작했다.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문화권의 사람들을 매료시킨 황금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한 작업이다.

소유한 사람도, 그 사람의 욕망도, 그가 살던 시대도 사라지고 유물만 남은 상황을 통해 부재와 존재, 우연과 필연, 비움과 채움을 이야기해 온 작가가 지금껏 걸어온 여정의 연장선인 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작 '백자' 연작 9점과 '청화백자' 연작 6점,  대형 '제기' 등 총 19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2월17일까지.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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