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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르기'하며 장기전 준비하는 美, 北 대응 '주목'

트럼프 "서두르지 말라"…속도조절 거듭 시사
北, 공세 수위 자제하며 보조 맞추기…모종의 교감?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2018-10-22 18:43 송고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서 속도조절에 나서며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북미 실무협상 개시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2차 북미정상회담도 해를 넘겨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네바다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관련 유세에서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잘 될 것이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서두르지 말라(Take your time)”고 말했다. 대북 협상에 대해 낙관론을 견지하면서도 속도조절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북한과 시간싸움(time game)을 하지 않겠다"며 비핵화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데 이어 또 한번 장기전 태세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여유를 과시하고 나선 것과 달리 북한은 대미 공세를 강화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0일 논평에서 "(미국은)선거 유세장에서는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환한 웃음을 날리지만 대북 제재 해제는 생각한 적이 없다며 험한 표정을 짓고 있다"며 "미국은 두 얼굴이 아니라 한 얼굴로 상대해야 하고, 받은 것 만큼 줘야 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선거 결과에 따라 입장이 바뀔 가능성을 우려하며 대북제재 완화를 포함하는 '상응조치'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도 같은날 미국의 상응조치를 거듭 요구하면서 동시에 최근 5·24조치 해제 승인 발언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난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난한 것은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부승찬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은 조급하게 성과 위주로 가기 보다는 대북제재 카드를 계속 손에 쥔 채 시간을 갖고 가면서 북한의 초조함을 이끌어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북한의 대미 비난은 이에 따른 초조함이 일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네바다 주에서 실시한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AFP=뉴스1
지난 20일(현지시간) 네바다 주에서 실시한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AFP=뉴스1

다만 미국의 '숨고르기' 전략은 물밑에서 진행중인 대북 협상에서 발생한 문제 때문이라기 보다는 중간선거를 고려한 정치적 국면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간선거라는 정치적 시험대를 앞에 두고 지나치게 서두르거나 성과에 대한 과욕을 부리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한 신중함의 발로라는 것이다.

즉, 판을 흔들기 위한 개념은 아니며 1차 북미정상회담까지만해도 비교적 쉽게 생각됐던 협상이 현실성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으로 읽힌다.

북한도 이를 명확히 인식한 채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번 중간선거에서 여야 모두 압승은 거두지 못하고 신승(辛勝·간신히 이김)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북한도 선거 결과 자체가 판을 흔들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 하에 과도한 공세는 삼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외선전매체와 달리 노동신문과 같은 공식 매체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피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앞서 지난 16일 노동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5·24조치 해제 승인 발언에 대해 주체를 백악관으로 지칭하며 대북강경파들이 벌이는 여론전으로 치부했다.

이는 물밑협상을 지속중인 북미가 현재 국면에 대한 모종의 교감을 이룬데 따른 것일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큰 틀에서의 약속한 바에 대한 신뢰를 보장한 채 중간선거 이후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대략적인 시간 로드맵을 양측이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북한은 중간선거까지 과도한 비난이나 요구는 자제하고 고위급 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bae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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