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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MCM, 하청에 페널티 물린 하자 가방, 직원판매 뒤 중고거래 쏟아져

1년간 '중고나라' 1만1691건 거래…월평균 1천건
하자제품 중고로 둔갑해 소비자 피해전가 우려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2017-06-29 06:20 송고 | 2017-06-29 09:18 최종수정
MCM '패밀리데이' 행사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소비자들. 행사장에 진열된 수 많은 가방·지갑들© News1
MCM '패밀리데이' 행사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소비자들. 행사장에 진열된 수 많은 가방·지갑들© News1

MCM 브랜드 생산·판매법인 성주디앤디는 사내임직원을 대상으로 하자제품을 판매하는 행사 '패밀리데이(패밀리세일·펨셀)' '세컨드퀄러티(2nd quality)' 등을 매년 열었다고 인정했다.

이 브랜드 패밀리세일은 매년 한 두 차례 열렸고 세컨드퀄러티는 추석과 설 직전에 진행됐다. 국내 최대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는 MCM 판매글이 월평균 1000여건 이상 게재되고 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판매자들이 세컨드퀄러티 제품인 점을 숨기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어 보인다.

◇문턱 낮아진 '패밀리세일·바자회'…MCM 매년 1~2회 열어

29일 업계에 따르면 MCM 브랜드는 본사건물·병원·교회세미나실 등 장소를 옮겨가면서 매년 수차례 패밀리세일과 바자회 등을 열었다. 설과 추석 직전엔 직원복지 증진 차원에서 세컨드퀄러티 행사를 진행했다.

여기서 세컨드퀄러티란 가벼운 스크래치·작은 얼룩·구김·실밥 등이 발생해 작은 불량이 발생한 제품을 뜻한다. 직원을 대상으로 반값 이하 가격에 판매하는 비공개 판매행사도 의미한다.

세컨드퀄러티 행사는 MCM 브랜드 론칭 직후 해부터, 패밀리데이는 늦어도 2009년부터 진행된 점을 인터넷거래사이트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컨드퀄러티는 가격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행사일시·장소 등이 고급정보로 통한다. 아웃렛·바자회 등에서 깜짝 판매될 때도 있다. 이러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는 '펨셀족'도 생겨났다.

문제는 직원행사를 통해 판매된 제품이 중고거래시장에 유입되는 정황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제품의 출처가 직원행사인 경우 차익을 남기기 위해 품질이 좋은 중고제품인척 속여 팔았을 수 있어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MCM 패밀리세일 행사장에 진열된 수 많은 가방·지갑들© News1
MCM 패밀리세일 행사장에 진열된 수 많은 가방·지갑들© News1

◇"바자회물건 커미션 6만~7만원씩 붙여 되파는 건 좀…"

실제 국내최대 중고거래사이트인 '네이버 중고나라'를 살핀 결과 MCM 제품판매 글은 올해 1월1일부터 6월24일까지 6384건(5월31일까지 5390건)이 올라왔다. 올해 들어 월평균 1078건씩 올라온 셈이다.

중고나라에서 지난해 7월부터 1년 동안 MCM 제품 판매글은 1만1691건이 올랐다. 판매글 수가 가장 많은 달은 지난 1월·3월로 각각 1182건·1181건을, 가장 적은 달은 지난해 9월로 605건으로 나타났다. 

40만 회원 수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규모 패밀리세일 사이트에선 수많은 MCM 팸셀 후기 글과 행사사진을 찾을 수 있다.

소비자 A씨는 "정가 61만5000원인 가방을 24만원, 23만원인 중지갑을 9만원에 구매했다"며 "물건 받고 집에 오는 길에 안쪽을 보니 얼룩이 있었다. 겉은 깨끗해서 다행"이라고 후기를 올렸다. 구매 개수 제한은 없었고 30명씩 30분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B씨는 "초대장 없이 갔지만 웃으면서 '들여보내주시면 안 돼요?'이랬다"면서 "제품 종류는 많았지만 거의 50% 할인이고 운 좋은 분들만 70% 할인을 구매하는 것 같다"고 했다.

각종 직원행사에서 구매한 제품을 정상 중고제품인 것처럼 속여 판매하는 상황을 지적하는 글도 보였다.

소비자 C씨는 'MCM 바자회 물건의 커미션'이라는 제목으로 "바자회 물건을 중고나라에 커미션 6만~7만원씩 붙여서 되판다"면서 "고생한 건 알지만 7만원은 센 것 같다"며 이를 지적했다.

MCM이 고급브랜드를 지향한다면 각종 행사를 지양해야한다는 의견도 '패밀리세일' 정보사이트에올라왔다. © News1
MCM이 고급브랜드를 지향한다면 각종 행사를 지양해야한다는 의견도 '패밀리세일' 정보사이트에올라왔다. © News1

MCM 브랜드가 패밀리세일 행사를 남발하고 있으며 이를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발견됐다. 일부 후기에서 "MCM 직원분과 동반 1인은 입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소비자 D씨는 "김성주 회장의 '성공신화' 다큐멘터리를 본적이 있고 제품마다 개성도 있어 MCM이 고가화 전략을 취한 건 나쁘지 않게 생각해왔다"면서 "그런데 행사를 남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김성주 회장의 자신감 있는 모습과 포부가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별로다"고 적었다.

이어 "이렇게 각종 행사가 많으니 앞으로는 백화점에서 정가에 구매는 많이 꺼려진다"며 "팸셀에서 저렴한 가격에 팔리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슈퍼급 명품' 제외 대부분 브랜드 '팸셀' 열어

브랜드 가치를 중시하는 '루이비통' '에르메스' '샤넬' 등 유명 명품브랜드는 연중 노세일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임직원대상 할인행사도 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브랜드 한 관계자는 "가품과 불량제품 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격을 떨어트리는 할인행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며 "특히 불량제품을 싸게 판매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 패션업체 한 관계자는 "패밀리세일의 경우엔 패션 브랜드마다 흔히 여는 행사"라며 "세컨드퀄러티 제품을 중고나라 등에서 속여서 판 사실이 있다면 그것은 업체보다는 개인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브랜드마다 패밀리세일을 열고 전시 상품 등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며 "다만 너무 잦은 직원행사는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주디앤디 관계자는 "판매단계서 하자가 발생한 제품과 오래된 악성 재고를 파는 행사"라며 "MCM뿐 아니라 다른 많은 유명브랜드들도 세컨드퀄러티 등 사내판매행사를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중고시장에 나온 제품의 경우 소비자도 어느 정도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감안하고 구매한다"며 "이 역시 다른 브랜드들도 중고거래가 활성화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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