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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아이 맡기겠나…유치원 돈으로 유흥주점까지 간 원장들(종합)

합동점검서 609건 위반 적발…부당집행도 205억
정부, 회계 관리 정보시스템 구축 등 대비책 마련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2017-02-21 11:14 송고 | 2017-02-21 11:44 최종수정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유치원 설립자이자 원장인 A씨는 1억2000만원 상당의 유치원 운영자금을 마치 주머니 속의 쌈짓돈처럼 사용했다. 아들 대학 등록금 명목의 돈 3900만원, 노래방 등에서 유흥 자금으로 사용한 돈 3000만원, 개인 차량 할부금 2500만원, 명품 가방 구입비 250만원 등이 모두 A씨가 운영하는 유치원 운영자금에서 나갔다. 심지어 A씨는 자신의 어머니와 아들을 서류상 직원으로 채용해놓고 3600만원 상당의 급여를 주기까지 했다.
# 유치원 10곳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아들이 운영하는 어학원 등과 몰래 거래를 했다가 적발됐다. 이 어학원은 엉뚱하게도 B씨 유치원과 '스텐 도시락' 납품 계약을 체결했고 1억2000만원이 B씨 아들 회사로 흘러들어갔다. 또 B씨의 다른 아들이 운영하는 식자재, 식품 업체는 B씨 유치원과 '보수 공사' 계약을 체결한 뒤 1억2000만원을 받아간 사실이 적발됐다.

# 일부 유치원, 어린이집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가 발견되기도 했다. C유치원 냉장고에는 유통기한이 4.5개월이 경과한 어묵, 유통기한이 5.5개월 경과한 떡볶이 등이 고스란히 보관돼 있었다. 또 D유치원에서는 찌든 때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조리기구를 청소도 하지 않은 채 관리하며 실습용으로 사용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은 지난해 10월부터 교육부, 보건복지부, 시·도교육청, 시·도, 식약처와 합동으로 9개 시·도 소재 유치원·어린이집 95곳에 대한 종합 점검을 실시한 결과 91개 기관에서 총 609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부당하게 집행된 것으로 확인된 금액은 총 205억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 사례 중 가장 많았던 것은 A씨와 같은 위법·부당한 회계집행 사례였다.
상당수 유치원·어린이집 원장, 설립자들이 사적인 선물 구입이나 친인척 해외경비, 노래방·유흥주점 등에 유치원 자금을 사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교재·교구 등을 구입했다고 하면서도 가짜 서류로 구입한 것처럼 꾸며놓는 등 계약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는 거래도 다수 적발됐다. 이렇게 원장들의 주머니로 들어간 돈은 총 13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B씨처럼 자녀·배우자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를 차려놓고 이 회사와 거짓 납품 계약을 체결해 유치원·어린이집 자금을 빼돌린 사례, 자신의 배우자나 자녀 등을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로 이름만 올려놓고 고액의 보수를 타간 사례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렇게 빼돌린 유치원·어린이집 자금 역시 55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아이들의 '먹거리'에도 문제가 있었다. 학부모가 낸 급식비로 교직원들의 식사를 제공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유통기간이 경과한 식재료가 보관돼 있는 사례 등도 적발됐다.

정부는 적발된 유치원·어린이집 중 8곳에 대해 수사의뢰·고발 등 형사책임을 묻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이들과 거래한 탈세 의심 업체 19곳은 세무서에 통보했다. 또 부당하게 사용된 자금에 대해서는 환수 조치 등 행정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점검 대상 중 국·공립 유치원·어린이집은 9곳이었으며 이들 기관은 대부분 관련 기준에 맞춰 운영되고 있어 위생기준 불량 등 경미한 사항만 적발됐다.

정부는 이번 종합 점검 결과 적발된 문제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재무회계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유치원·어린이집 운영자금의 출처, 사용처를 명확히 하는 것으로 재무회계규칙을 개선하고 △정부 지원금을 부당하게 사용할 경우 지원을 배제하고 처벌 규정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 유치원의 원장, 교직원에 대한 급여 수준을 정보공시사이트(유치원알리미)를 통해 공개하는 등 유치원·어린이집 인건비 부당 지출에 대한 학부모들의 감시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사립 유치원의 경우 수기로 관리하는 예·결산서 정보를 모두 전산보고·공시하도록 하고 현재 시범운영 중인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 역시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아이들의 '먹거리'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영양사 배치 기준을 강화하며 장기적으로 모든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국가로부터 영양관리, 위생관리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이번 종합점검에서는 노후시설 개선을 위한 시설적립금을 편법으로 모은 사례도 일부 적발됐다. 서울시 소재 사립유치원 679곳 중 334곳(49.2%)에서 이런 사례가 적발돼 현재 유치원 회계로 환수 조치가 진행 중이다. 현재 유치원·어린이집에서는 시설적립금을 모으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이 부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유치원·어린이집의 노후시설 개선을 위한 시설 적립금을 허용하되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나갈 계획이다.

다만 이번 종합점검은 한 설립자가 여러 개의 유치원·어린이집을 설립, 운영하고 있는 대규모 사업자 중 일부에 대해서만 시행됐다.

부패척결추진단 관계자는 "이런 곳에 문제가 있다,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며 "이번 점검 결과를 통해 나온 개선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 (그런 문제들도) 지속적으로 점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ability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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