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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비스협정 반대시위 '대만판 천안문사태' 비화?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2014-03-25 06:21 송고
대만 학생운동 단체는 지난 18일부터 대만 입법원을 점거했다. © AFP=뉴스1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에 반대하는 학생시위로 대만 정국이 혼란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마잉주 총통 정부를 뒤흔드는 '대만판 천안문사태'라는 비유도 나온다.


지난해 6월 양안 간에 체결된 이 협정은 전자상거래, 금융, 의료, 통신, 여행, 운수, 문화창작 등 서비스 산업분야 시장을 대폭 개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협정으로 중국은 대만에 80개 항목, 대만은 중국에 64개 항목 서비스 산업을 개방하게 된다.


협정 반대파는 중국과 서비스협정을 체결할 경우 값싼 중국 노동자가 몰려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대만경제가 중국에 예속될 것이라는 민족주의적 반감도 고조되는 상황이다.


◇사상 초유의 점거사태…'대만판 천안문'?


지난 18일 대학생을 주축으로 한 시위대가 국회격인 입법원 본회의장을 점거했다. 입법원 본회의장이 시위대에 의해 점거된 것은 대만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이어 시위대는 23일 중앙정부 청사인 행정원 점거에 나섰다. 약 2000명의 시위대는 이날 오후 7시 40분께 행정원에 난입해 기습 점거했다. 이들은 3차례에 걸친 경찰의 진압작전끝에 점거를 풀었다.


그러나 시위 진압중 150여명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또 경찰은 청사를 무단으로 점거하거나 과격 시위를 벌인 61명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야권과 시위대 사이에서는 피를 부른 경찰의 무차별 진압작전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왔다.


이에 대해 장이화 행정원장(총리)은 경찰이 폭력을 행사해 시위를 진압했다는 것은 사실이 크게 왜곡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오히려 시위대가 행정원 건물을 강제 진입하고 집기를 파손해 경찰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책임을 시위대에 돌렸다.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대만단결연맹의 주석(대표)인 황쿤후이는 "장이화 행정원장과 마잉주 총통이 학생들에게 오만한 요구를 했으며 이는 학생들을 분노케했다"며 "이들은 유혈진압에 나섰으며 이는 대만판 천안문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총통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독재를 배웠으며 학생들을 유혈진압한 원흉"이라고 비난했다.


◇사태 봉합 가능할까


사태가 격화되자 왕진핑 입법원장(국회의장)은 전날 오후 여·야 협상을 중재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여야는 약 2시간에 걸쳐 사태 해결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으며 25일 오후 회의가 속개될 예정이다.


집권여당인 국민당은 원회(院會)에서 이를 논의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진당은 협정안을 다시 위원회로 이송해 새로 논의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린훙츠 양안서비스협정 국민당정책회집행위원장은 "협정안은 이미 위원회를 떠나온 것이기 때문에 국민당은 해당 안건이 원회에서 심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권과 야권이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시위를 주도하던 학생들 사이에서도 분열 조짐이 감지되고 있어 사태 해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학생 운동에 참여한 학생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학생단체 내부에서도 '매파'와 '비둘기파'로 갈리고 있으며 모든 학생들이 강경 대응을 원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온건파 가운데는 급진파들이 강경하게 대응할 경우 근본적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학생운동에 대한 시선이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권 수싸움…국민당 내분?


이번 사태는 1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면서 더욱 확대됐다는 지적이다. 현재 마잉주 총통의 지지율은 9%대에 불과하며 가장 큰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다.


제1 야당인 민진당은 이번 시위가 국민당이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협정 비준을 추진하며 학생들을 자극했다고 지적하며 학생 점거농성에 대한 총력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대만 민주주의 확립 등을 이유로 시위대들을 지지하지만 전통적으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만큼 이를 이용해 현 정권을 흔들려는 의도도 내포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전날 학생들이 행정원을 점거한 후 경찰이 무력진압에 나서자 민진당 '4대천왕'으로 불리는 쑤전창 민진당 대표(주석)와 차이잉원 전 대표, 셰창팅 전 대표, 요우시쿤 전 행정원장 등은 늦은 밤 직접 시위장소에 도착해 학생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민당 측은 "민진당은 논점을 흐리지 말고 대립을 선동하지 말라"며 "학생들을 이용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타이베이시 시장과 야당 후보가 이번 사태에 적극 개입하는 것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인 포석이라는 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하우룽빈 타이베이시 시장은 23일 성명을 통해 "사회질서를 어지럽힌 위법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규탄한다"며 "학생운동은 이미 변질됐으며 시민의 일상에 영향을 주는 어떠한 행동도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타이베이시장 경선에 참여하는 변호사 출신의 구리슝은 시위 학생들의 변호를 맡기로 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왕진핑 입법원장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마잉주와 왕진핑은 지난 2005년 국민당 주석자리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왕진핑은 지난해 9월 정융푸 전 법무부장(장관)의 청탁 사건과 관련해 당적 박탈 위기에 까지 몰린 바 있어 마잉주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한 전문가는 지난해 9월 왕진핑의 입법원장 당적 박탈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마 총통이 왕 원장에게 어떠한 요구를 할 때마다 왕 원장은 이를 모두 거절했다"며 "이는 왕 원장이 더이상 마 총통을 믿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 입법원장의 자격으로 의회를 거쳐 경찰 동원을 결정하면 입법원을 점거하고 있던 학생들을 해산시킬 수 있었지만 그는 이 같은 결정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 전문가는 "학생들이 입법원을 점거했다 하더라도 이는 실질적으로 왕진핑에 감점 요인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마잉주에 대한 타격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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