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안경을 쓰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반 년이 지났지만 국민행복시대 멀어지는 것 아닌가 우려하는 국민들이 많다"며 "민주주의 회복에 저부터 정치적 명운을 걸겠다"고 밝혔다. 2013.8.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22일 민주당이 또 다시 강경투쟁론으로 선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김한길 대표 등 당 지도부가 결산국회와 정기국회를 앞두고 '주국야광((晝國野廣·낮에는 국회, 밤에는 광장)', '중국말광(中國末廣·주중 국회, 주말 광장)'을 내세워 국회 일정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강도높은 투쟁’을 요구하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강경투쟁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전날(21일) 취임 100일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결산국회와 정기국회도 원내·외 병행투쟁의 연장선에서 접근해 갈 것", "주중 국회, 주말 광장이라는 '중국말광'의 행동을 해 나갈 것"이라며 투쟁의 무게중심을 원내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전 원내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곧바로 "국조에서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 못한 만큼 투쟁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오영식 의원)는 강경파 의원들의 역풍에 직면했다. 전날 원내대표단-상임위 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선 '강경 투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강경한 투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강창일·김기준·유승희·박영선·김상희 의원 등은 "지금이야말로 결기 있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며 국민께 동참하는 모습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잘 듣고, 국정운영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별위원회 민주당 대변인인 김현 의원도 이날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 "국회가 정상화 또는 제 시간에 열리기 위해 선행되는 조건은 대통령의 사과와 관련자 처벌,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에 대한 결단"이라며 "대통령의 결단 없이는 국회 정상화는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강경파의 목소리를 의식한 듯 김한길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한다고 해서 여당이 정하는 일정에 맞춰 따라 가기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병행투쟁이 천막투쟁을 접는다거나 약화시켜선 안 된다. 시간투자가 양분되는 만큼 천막에서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단기간 승부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서울광장에 천막을 칠 때 나는 미리 장기전을 각오했다"고 장기전에 대한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전 원내대표도 "불퇴전의 각오를 다져야 한다", "광장과 국회의 구분 없이 강력한 투쟁으로 국민의 사명을 이뤄낼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 "사즉생의 결의로 국정원 개혁에 민주당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원내대표로서 국회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지만, 협상은 녹록지 않게 하겠다. 민주당을 매도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강력한'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원내 투쟁도 중요하다"는 당 지도부와 온건파 의원들의 의견이 있었던 만큼 '강력한'이라는 표현을 통해 절충안을 찾은 것이지만, 사실상 장외투쟁의 강도를 높이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지금처럼 국회에서, 그리고 시청에서 더 강력한 투쟁을 해 나갈 것이며, 정기국회와 관련해 장외투쟁의 동력을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지도부가 강구할 수 있도록 의총에서 위임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장외투쟁의 강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삭발 및 단식 투쟁, 거리 행진, 청와대 항의방문 등 물리적 강도를 높이는 방안에서부터 지역별로 '야외 보고대회'를 개최하는 등 정치적 압박의 수위를 끌어올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측 국조특위 위원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청와대 항의방문을 이어갔다.

그러나 민주당이 국회 일정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다면 제1야당이 민생을 볼모로 거리투쟁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원내·외 병행투쟁이라는 말 자체가 논리적으로는 맞지 않다"면서 "국회의원은 원내에서 투쟁하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전 원내대표의 '중국말광'이라는 표현에 "적극 찬동한다"며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국회는 야당의 가장 강력한 투쟁 장소이기에 민주당이 국회를 버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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