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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별곡, 청산에 살어리랏다

[맹모, 제주에 가다 - 이진주의 탐라일기·8]
서울 '마마토모'에서 제주 '맹모'가 되기까지

| 2013-06-01 02:35 송고
편집자주 서울대 국어교육과와 같은 대학원 언론정보학과에서 공부했다. 서울에서 중앙일간지 기자로 일하다, 지난해 남편과 제주로 내려와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왕년의 페미니스트로서 여성성과 모성에 관심이 많다. 도 닦듯 엄마 노릇을 마친 뒤에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독립할 작정이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학교를 짓고,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며 동화를 쓰는 것이 꿈이다.[편집자주]

제주에 살다 보니, 육지에서 아무 생각 없이 즐기고 누렸던 것들이 결코 하찮은 것들이 아니었구나, 깨달을 때가 많습니다. 예컨대 스타벅스>(이하 스벅)>가 그렇습니다. 서울선 한 블록만 지나도 바퀴벌레처럼 나타나던 곳이, 제주에는 도 전체에 딱 네 군데 뿐입니다. 공항에 하나, 중문에 하나, 제주 시내에 하나, 서귀포 시내에 하나... 제주도 전체 인구가 57만명(2011년 12월 기준)이고, 지난해 관광객은 969만명이었지요. 이런 인구분포와 그들의 소비패턴과 커피에 대한 취향과 로열티, 땅값(커피숍은 부동산임대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같은 걸 전부 고려한 숫자가 넷이겠지요. 제주씩이나 와서 어디에나 있는 스벅에는 가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 거고, 익숙한 스벅에서 지역색을 비교해 보고픈 이들도 있을 터, 저는 어느 쪽에 속하는 사람이었을까요?


스벅부재효과 때문이었는지, 누가 사주면 마셨지 제 돈 주고 마실 만큼은 커피에 애착이 없던 저도, 여기선 하루 석 잔 이상 들이키는 헤비 드링커(?)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원래 그렇잖아요. 평소엔 공기처럼 무덤덤하던 남자가, 아무 말 없이 갑자기 사라지면 궁금해 안달이 나는 것처럼(이것은 <연애의 정석> 제1장 제1절!), 발길에 채이던 것이라도 자주 못 보면 금단증상이 생기는 법입니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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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처음 생긴 <스타벅스> 공항점. 2011년 11월에야 국내 439호점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전국에 400개도 넘는 지점이 생긴 뒤에야 제주에 입성하게 된 거죠. 출입문에는 정주석과 정낭(구멍이 파진 돌기둥에 가로로 길게 나무기둥를 걸쳐놓은 제주식 대문)을 설치했고, 한정판 제주 텀블러도 팔고 있습니다. 수족관 너머로 인어 로고가 보이네요. (사진=이진주)

그런데 커피 한 잔 마시자고 아기 데리고 번화가까지 나가는 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어요. 또 그때마다 번번이 만날 사람도 없고요.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였습니다(꽃중년의 이데아, 조지 클루니가 광고 모델이어서 선택한 건 절대 아닙니다, 흠흠...). 캡슐 커피란 것이 그래요. 기계 값은 얼마 안 되는 것 같아도, 두고두고 들어가는 캡슐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것은 마치-프린터와 잉크, 카톡과 아이콘, 화력발전과 땔감의 관계 같달까요. 인터넷으로 한 번에 캡슐 백 개 이백 개씩 주문해 쌓아두고 먹는 것이, 요즘 제가 누리는 거의 유일한 호사입니다. 그러다보니 캡슐이 줄어들면 당 떨어져가는 사람처럼 불안해지지요. 이 증세는 제주국제학교 앞 구억리 주민 여럿에게서도 전염병처럼 발견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인터넷 쇼핑몰에서 제주도는 ‘산간도서지역’으로 분류됩니다. 배송비도 얼마 더 붙고, 배송 기간도 며칠 더 걸립니다. 해외배송 사이트를 이용하면 보름에서 한 달, 길면 두 달까지도 기다려야 하지요. 옷도 신발도 책도 다 그런데, 네스프레소만은 희한하게 배송도 에스프레소예요. 광고도 안 했는데 단 하루, 총알배송이더라고요. 새삼 밝혀두지만, 저 학교 관계자도 네스프레소 관계자도 아닙니다아~.


이리하여 “목마른 사슴이 우물을 찾듯이~” 아, 이건 아닌가요? 제가 요즘 부쩍 단어 섭외가 잘 안 돼서요, 쿨럭...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이, 저의 커피 제조기술도 점점 늘었습니다. <하겐다즈>나 <나뚜루>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를 부어 아포가토를 만들어 먹는 데까진 스스로 깨쳤고요, 얼음 동동 아이스 라테도 꽤 예쁘게 만들 줄 알게 됐습니다. 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이십대 후반에야 눈을 뜬 ‘커피 늦둥이’의 발전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이대로 놔두면 라테 거품에 잎사귀 그릴 기셉니다. 엄마 껌딱지 요구리가 규칙적으로 어디든 다니게 되면, 아예 에티오피아 예카체프 콩 볶아다 더치커피 내릴지도 몰라요. 가히 자급자족 라이프의 시작인 거죠.


커피만이 아닙니다. 지난 겨울엔 크리스마스 장식을 찾아 헤매다, 급기야 직접 만들고 말겠다며 아마존에서 ‘싱거’ 미싱 한정판까지 샀다니까요. 달랑 쿠션 두 개, 식탁보 하나 만들고 모셔둔 상태긴 하지만, 곧 어떤 퀼트 대작을 만들지 알 수 없어요. 시내 문방구를 뒤져 부자재들을 사다놓고 <레고> 피규어 붙여 브로치도 몇 개 만들었고요, 못생긴 셔츠 단추는 바꿔달고 찢어진 소구리 바지는 가죽 패치를 대서 기웠지요. 전형적인 머리비대형 인간에, 곰손 곰발이었던 이 여사, 이러다 제주에서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나 행복한 할매 타샤 튜더처럼 되는 거 아닐까요? 예명은 마사, 타샤 라임 맞춰 ‘아사’로 하지요. 불과 1년 전까지 누가 밥상을 차려다 바쳐도 숟가락을 안주면 굶어죽기 똑 참했던, 생활의 폐인 아사 리 여사. 불교에선 아사리가 지혜로운 스승이란 뜻이라는데, 어째 이판 사판 아사리판 같은 안 좋은 어감이 드네요. 그럴 바에야 아싸리로 개명을? 곰도리 마누리 아싸리, 소구리 요구리 무수리. 에이요~ 예에~.


기왕 실없는 생각을 하는 김에, 자매품으로 이런 것도 상상해 봤습니다. 가사(감물 들인 핸드메이드 가사장삼 브랜드. 임부복이나 엄마들 실내복으로도 활용가능해요~), 나사(이름만큼은 미쿡 나사(NASA)에 필적하는, 애들 장난감 배터리교환 전용 리페어숍, ‘도라이바’로 엄마들 머릿속 빠진 나사도 고정해드려요~), 차사(회식자리 함흥차사 남편들의 안전귀가를 보장하는 대리운전 서비스), 하사(“아뿔싸, 말년에 유격이라니!” 아이들 정신무장 예의범절 프로그램)... 줄줄 써놓고 보니 잉여 돋네요. ‘불금(불타는 금요일)’의 밤, 섬 아지매는 간신히 애들 재워놓고 이러고 놉니다. 마감은 아지매도 널뛰게 한다? 어이쿠.


살어리 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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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선 제주도향이 아니면 클래식 공연 접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윤희 양 협연만 두 번을 갔었는데, 처음 한 번은 곰서방-소구리 조가 들어가고, 마누리-요구리 조는 놀이방에서 서성였지요. 그 다음 한 번은 제가 소구리를 데리고 들어갔고요. 이런 식으로 하지 않으면 문화생활을 할 길이 없습니다. (사진=디지털제주시문화대전 제공)

외지인들의 섬 생활을 지배하는 정서는 고립감입니다. 섬에 살아보니, 육지에, 특히 서울에 너무 많은 것들이 집중돼 있더군요. 제주살이에서 무엇보다 아쉬운 건, 공연이나 전시 같은 이른바 ‘문화생활’입니다. 먹는 것, 입는 것은 대안도 있고 자급자족도 가능하지만, 문화만큼은 전문가들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누릴 수가 없는 것이잖아요.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었던 예술의전당이 이렇게 소중한 곳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여기선 제주특별자치도립교향악단(이하 제주도향) 정기연주회가 아니면 클래식 공연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예요. 더구나 저는 애엄마이기까지 해서, 문화생활에선 거의 완벽히 소외돼버리고 말았습니다. 곰서방이 소구리 데리고 공연장에 들어가면, 마누리는 요구리 데리고 놀이방에서 미끄럼이나 타며 기다리는 수준이지요. 다음번엔 서로 역할을 바꾸고요. 이렇게 품앗이를 하지 않으면 부주가 문화 근처에도 가지 못합니다.


제주에 대한 풍문 중에 “서울서 옮겨온 모 기업 임직원들이 금요일 저녁만 되면 서울 가는 마지막 비행기를 올려다보며 술을 마신다”더니 그게 꼭 제 얘기였어요. 날씨는 걸핏하면 우중충해지지, 어린 새끼들은 양팔에 매달려 짹짹거리지, 꼼짝달싹도 못하는 채로 부엌 창을 내다보면, 저 밤바다 위로 비행기 불빛이 깜빡거리며 사라지는 게 보였지요. 쉐-액, 막비행기가 하늘길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사라질 때마다 “여기가 바로 섬이로구나, 나는 아직 아무 데도 못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우울해지곤 했습니다. 가끔은 못 마시던 맥주 캔도 따서 홀짝였지요. 김승옥 선생이 표현했던 바대로 가히 ‘무진’을 실감케 하는 안개가 내리거나 여귀의 신음소리 같은 바람이라도 부는 날엔, 모슬포에 유배돼 “독풍(毒風)이 부는 몹쓸 땅”이라고 내지르는 추사 어르신까지도 생각이 났다니까요. 그 시퍼런 양반이, 오죽하면 그랬겠어요, 오죽하면.


서울 한복판에 머물 때는, 제주라는 지명이 퍽 낭만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여름만 되면 <제주도 푸른 밤>을 들었지요.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이제는 더 이상 얽매이긴 우리 싫어요, 신문에 티비에 월급봉투에~” 그래요, 가끔은 그런 상상도 했었습니다. 허나 막상 압도적인 자연에 포위당하고 나니 도시가 얼마나 그립던지요. “월세를 살더라도 맨해튼 한복판에서 살고 싶다”는 선배 차도녀의 고백만큼은 아니어도, 저도 상당히 도시지향적인 뇨자더군요.


출근길 명동에서 서소문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차량의 행렬, 어디론가 전화를 연결하는 손석희 교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 높아서 오히려 안도감을 주던 한강변 빌딩들의 스카이라인, 늦은 퇴근길 남산 3호 터널의 고즈넉한 입구, 콧소리가 섞인 심야방송 DJ들, 야근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 아직 켜져 있던 이웃 사무실의 불빛들, 언제고 불야성을 이루던 동대문의 새벽, 소소한 ‘단독(특종)’을 한 다음날 아침의 신문 냄새, 환청이 들릴 정도로 울려대던 휴대전화 벨소리... 한 장면 한 장면이 아프도록 그리웠습니다. 급기야 아이 가진 여자처럼, 서울 음식에 허천이 들렸었어요. 선배와 한 판 대거리를 하고서 꾸역꾸역 먹었던 회사 앞 곰탕집, 울음을 삼키며 씹었던 그곳의 깍두기와 비슷한 맛을 찾아내고는, 곰탕을 사며 애원하듯 깍두기 몇 개를 더 얻어다 먹고, 그 국물에 밥까지 비벼 먹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을 하고서야, 그리움은 간신히 잦아들었지요.


남편은 그 와중에 새로운 사람들을 사귄다며 하루 걸러 회식을 하고, 한 달에 한두 번은 골프를 치러 다녔습니다. 이제는 명백히 나머지 세 사람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이었고, 회식도 일이었으니까요. 저 역시 독하게 회식을 하던 직장에 다녔던 터라, 무어라 따질 말을 찾지 못하겠더군요. 도대체 ‘스칸디 대디’는 어디 있는 건가요? 우리의 마음속에? 신문이나 잡지 기사에? 당연히 저는, 학부모들을 제외하곤 만날 사람도 없었습니다. 학부모들이란, 불가근 불가원이니까요. 코드가 맞는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지요. 우리 곰서방은 처음부터 자기주도적으로 제주행을 결정해서였는지 섬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대단히 높았어요. 하지만 다소간 질질 끌려온 모양새였던 저는, 몇 개월이 지나도 이 땅에 쉬 마음을 열지 못했습니다. 제가 놓아버린, 혹은 놓쳐버린 것들에 대한 미련과 회한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었을까요.


얄리 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갈 수 없다”는 마음이 촉매가 되었던 건지, 처음 몇 달은 서울발 대형공연이나 전시 소식에 괜한 박탈감도 여러 번 느꼈습니다. 음식이나 옷 같은 다른 ‘육지 물건’들은 한 번 올라갈 때마다 사재기를 하거나 지인을 통해 구매대행이라도 하지만, 이런 행사는 한 번 지나가면 그뿐인 걸요. 누가 이 경험을 대신해 줄 수도 없고요. 그중에서도 리움미술관에서 열렸던 서도호 작가의 전시, 마에스트로 로린 마젤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 같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속이 쓰립니다. 제가 클래식 마니아라거나 유독 고상한 사람이어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에요. 오히려 저는, B급과 C급의 경계를 넘나드는 <SNL 코리아> 광팬인 걸요. 얼마 전 다녀간 팝스타 제이슨 므라즈도 SNL 코리아 하이라이트 동영상에서 얼핏 봤을 정도니까요. 다만 저 뿐 아니라 아이들의 문화생활까지 앞으로 상당 기간 제한될 수밖에 없겠다는 우려 때문에 하는 말이랍니다. 제주 전체의 문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는 한은요.


하긴 뭐, 말해 무엇하나요. 집집마다 다 있는 티비도 활용을 못하는 신세인데요. 머루랑 다래랑 먹고, 소구리 요구리랑 씨름하느라 인기 드라마 하나도 본방사수(제 시간에 보는 것), 정주행(처음부터 끝까지 쭉 보는 것)을 못하는 걸요. 애기들 자고 나면 가끔씩, 스마트폰으로 남들이 요약해 올려놓은 다이제스트만 겨우 찾아봅니다. 제가 이 나이에, 그 시간 아껴가며 공부해서 전교 1등이 될 것도 아닌데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럴까요(소싯적 고소영이 여주인공 ‘로미’로 나왔던 영화 <비트>에서 그랬잖아요. 정우성을 노예로 사서 대신 야구를 보게 하고, 그 내용을 줄줄 외워 친구들을 절망시키는 장면. 저렇게 노는데도 전교 1등이라니! 좌절한 전교 2등은 고소영이 보는 앞에서 지하철에 뛰어들고 맙니다.). 장안의 화제 <레 미제라블>은 한 달이나 늦게, 그것도 참고 참다가 남편한테 아기 맡기고 혼자 가서 질질 짜며 봤고요, 당연히 <아이언맨 3>, <비포 미드나잇>, <위대한 개츠비>도 여태 못 봤습니다. 꽃중년 대세남 ‘로다주(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아이언맨 시리즈 주인공)’도, 제가 재수할 때부터 지금까지 18년 동안 기름 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늙어가는 에단 호크(<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등 비포 시리즈 주인공)도, 제 마음 속 영원한 로미오이자 지나간 청춘의 아이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아직 만나지 못하고, 이러고 있답니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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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나서 육지를 동경하며 자란 사람들은, 제주의 자연에 육지의 문화를 더해보려고 애씁니다. 육지의 빡빡한 삶에 지친 이들에게, 제주가 주는 ‘자유의 느낌’을 맛보게 하는 사업도 벌이고요. 그중 하나가 음악축제겠지요. (사진=코리아풀문페스티벌)

제주에서 나고 자란 분들은, 아마도 똑같은 답답함을 품고 육지로 갔을 겁니다. 그런데 육지에선 또 바다가 못 견디게 그리웠겠죠. 그러다 돌연 돌아와 올레길을 만들고(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겟인제주> <코리아풀문페스티벌> 같은 뮤직페스티벌을 열며 어디에도 없었던 문화를 창조했겠지요. 앞의 올레는 아는데, 뒤의 두 가지는 좀 생소하시다고요? 저도 ‘제주의 문화생활’을 키워드로 인터넷을 폭풍검색해서 알게 된 것들이에요.


지난해 처음 시작됐다는 음악여행 프로그램 겟인제주는 5월 행사가 이미 끝났고, 가을 프로그램(10월 10일~13일, 제주 전역)만 남았답니다. 제주 출신의 음악 하는 남자 셋(박은석 음악평론가,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부세현 <부스뮤직컴퍼니> 대표)이 의기투합해, 홍대 앞 인디음악과 힐링여행 등을 결합해 만든 복합문화상품이라고 하네요. 그들은 음악 불모지였던 제주에서 서울로 눈과 귀를 돋우며 어린 시절을 보냈답니다. 이제 고향 제주를, 록페스티벌로 이름 난 지산이나 재즈페스티벌로 들썩이는 자라섬처럼 만들고 싶다는군요. ‘음악의 탈서울’을 지향하면서요. 제 말이 딱 그 말이에요. 모든 게, 너무 서울에 집중돼 있다니까요!


한편 보름달이 뜨는 여름밤, 국내외 유명 디제이들과 파티를 벌이자는 풀문페스티벌(7월 20일~21일, 제주시 조천읍 함덕서우봉 해변) 역시, 제주 출신 이벤트 플래너 양성혁 <씨포스트제주> 대표가 꾸민 일이라고 하고요. 태국 코팡안에서 열리는 풀문페스티벌이나 스페인 이비자 섬의 핫한 클럽 얘기 들어보셨죠? 그런 축제를 모델로 이것도 지난해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 애들 때문에 티비도 못 보는 뇨자가 페스티벌이 가당키나 한가요? 더구나 서울서도 못해본 일렉트로닉뮤직 클러빙이라니요! 입맛만 다시고 있자니, 옆에서 국내외 풀문페스티벌 사진을 훔쳐본 곰서방이, 자기라도 가겠다고 설레발을 칩니다. 부아가 나라고 부러 저러는 거죠. 아니 골프도 공연도 페스티벌도 다 혼자서만 누리겠다고? 참 내...


스스로 정한 마감 때문이든 뭐든 어쨌거나 불금인 이 밤, 섬 아지매는 널뛰는 정신줄을 부여잡고 <인터파크>를 들락거리고 있습니다. 콩쥐네 두꺼비나 신데렐라 호박요정이 나타나 아이들을 돌봐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어쨌든 이 섬은 문화체험이 귀하고, 우리는 내일보다 오늘이 젊으니까요. 이봐요, 곰돌씨! 우리는 여기에, 밀알 하나처럼 썩어 문드러지려고 온 것이 아니라며요? 자식들이 아니라 우리들의 삶을 새로 시작하려고 왔다며요? 책, 책, 책임져~


◆겟인제주: www.getinjeju.com


6월 1일부터 홈페이지에서 10월 프로그램 얼리버드(조기예매) 할인티켓 판매. 문의=070-4122-2534


◆코리아풀문페스티벌: www.facebook.com/kofulfe.


인터파크에서 티켓 판매 중. 얼리버드는 5월 말에 끝났어요. 이제 제값 주고 보셔야 합니다. 문의=064-746-7522


(※위 두 행사는, 본인과 아무 관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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