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 강공 모드'에 설레는 우크라…백악관 "협상 전술일 뿐"

트럼프, 최근 SNS 및 연설 대러 강경 기조 보여
우크라, 제재 발동 기대…미 민주당 "헛된 생각일 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회담하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9.23.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를 향해 격렬하게 수사를 퍼붓는 것은 크렘린궁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협상 전술"이라고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하는 모든 것이 '어떻게 하면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까'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유엔 총회 참석 중 트루스소셜에 "시간과 인내, 그리고 유럽 특히 나토의 재정적 지원이 있다면, 이 전쟁이 시작된 원래의 국경선을 회복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선택지"라고 써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를 포기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과 뚜렷이 다른 말을 했다.

하지만 이 말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실질적 성과를 얻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을 담은 것이며 협상 유도 목적의 말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고 있는 것은 '푸틴 대통령이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면 전쟁을 계속하도록 내버려두라. 그러면 우리는 계속해서 나토에 무기를 판매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메시지 몇시간 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전쟁은 전장이 아닌 협상 테이블에서 끝날 것이라고 말해 전쟁 지속이 아닌 협상으로 종전을 이루려는 기존 미국 정책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대러시아 강경 발언은 이것 말고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나토 영공을 침범하는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 러시아군을 "종이호랑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적인 실질적인 조처를 하지 않더라도, 그의 눈에 띄는 강경한 변화는 워싱턴 내 다른 공화당 인사들이 우크라이나에 더욱 우호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친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의견에 반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지지를 자제해 왔다. 그런데 트럼프의 이 태도 변화에 기대어 이들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포함한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게 우크라이나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에게 신물이 났다"고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WP는 트럼프가 협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또는 어느 쪽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대해 날카로운 수사를 오가는 패턴을 보여왔고 그 결과 양측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에 참여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양국 간 평화 달성에는 아직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압박 강화를 환영했지만, 일부는 트럼프가 이 기조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 의심했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미국 민주당 의원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러시아에 대한 강경한 언사를 행동으로 옮길 것인지에 회의적이었다.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그레고리 믹스(뉴욕)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 미디어에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실제로 행동으로 옮길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저 '헛된 생각(idle thought)'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