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인 1명당 팔레스타인 50명 죽어야"…전 정보국장 망언
가자지구 5만명 사망 언급하며 "어린이라도 상관없어"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이스라엘 군(IDF) 정보국장을 지낸 아하론 할리바 전 장군이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당시 희생된 이스라엘인 한 명당 팔레스타인인 50명이 죽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송 채널12는 지난 15일 밤 뉴스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내용의 할리바의 녹취를 공개했다.
그는 녹취에서 "가자지구에서 이미 5만 명이 죽었다는 사실은 미래 세대를 위해 필요하고 요구되는 일"이라며 "10월 7일에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10월 7일의 한 사람당 팔레스타인인 50명이 죽어야 한다. 지금은 그들이 아이들이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때때로 나크바(Nakba)를 겪어야 대가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나크바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7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집과 땅에서 쫓겨난 사건을 지칭하는 아랍어로 '재앙'을 뜻한다.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 이후 이스라엘 지도부와 주요 언론은 팔레스타인인을 '인간 동물(human animals)'로 묘사하거나 "가자지구에는 무고한 사람이 없다" "가자지구를 완전히 파괴하고 인종 청소해야 한다"는 등 집단학살적 수사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할리바의 발언은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대량 살해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이는 국제법상 불법인 집단 처벌을 명시적으로 표현한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2024년 4월 할리바는 2023년 10월7일 하마스 공격에 대한 정보 실패 책임을 지고 군 정보국장직에서 물러났다. 할리바의 이번 발언은 가자 보건당국이 발표한 사망자 수치를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이기도 했다. 그간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가 발표하는 사망자 규모를 선전이라고 비판해왔다.
가자 보건부는 2025년 3월 기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5만 명을 넘었다고 발표했으며, 최근에는 6만 명을 초과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발표한 전투원 사망자 수는 약 2만 명으로, 할리바는 자국의 통계에 의해서도 절반 이상의 희생자가 팔레스타인 민간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주도한 국경 침투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약 1200명이 사망했다. 대부분이 민간인이었고 251명은 가자로 납치됐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대량 학살에 대한 할리바의 발언은 다른 주요 이스라엘 언론에서는 헤드라인을 장식하지 않았다. 가디언은 이러한 보도 경향은 이스라엘 내부와 외부에서 전쟁이 어떻게 인식되고 논의되는지에 대한 큰 간극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그런데 이런 과격 발언을 한 할리바조차도 베잘렐 스모트리치와 이타마르 벤그비르 등 현재 내각의 극우 장관들에는 비판적인 중도 성향 인사로 알려져 있다.
한편 채널12는 해당 녹취가 "최근 몇 달 사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으며, 녹취의 출처나 대화 상대는 공개하지 않았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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