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보다 더 큰 울림..터키 '두란아담' 시위

터키 행위예술가 에르뎀 균듀즈(가운데)가 탁심광장에서 '침묵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News1
터키 행위예술가 에르뎀 균듀즈(가운데)가 탁심광장에서 '침묵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News1

터키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 이스탄불 탁심광장에 17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나타났다.

이 남성은 몇 시간 동안 움직이지도, 말을 하지도 않고 덤덤히 앞만 바라보며 서있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발 앞에는 가방과 마실 물이 놓인 채였다.

이 남성은 이후에도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초대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린 문화관을 바라보며 5시간이 넘게 서있었다.

남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서있는 남자'라는 의미의 #두란아담(Duranadam)과 #스탠딩맨(standingman)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순식간에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번져나갔다.

남성은 에르뎀 균듀즈라는 이름의 행위예술가로 터키 당국의 탁심광장 시위대 집결 금지 조치를 피하기 위해 이같은 침묵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언의 항거'였지만 온 몸이 표현하는 그의 메시지는 무엇보다도 강렬했다. 그의 주변에는 동참하는 시민이 하나 둘 늘어났다. 여러 명의 청년들이 새벽까지 균듀즈의 옆에 자리를 잡고 서 그가 하던 대로 아타튀르크 전 대통령의 초상을 말없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시위는 경찰이 개입해 시위대 일부를 강제로 끌어내면서 결국 몇 시간 만에 끝나버렸다.

18일(현지시간) 수백명의 시위대가 '두란아담(서있는 남자)' 시위에 동참했다. © AFP=News1

다음날 수백 명의 '두란아담' 시위대가 또다시 탁심광장을 가득 메웠다.

시위대는 정부가 벌이고 있는 부정 부당 행위를 멈추라고 무언으로 호소했다. 2주가 넘도록 시민들이 벌여온 폭력성 시위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비폭력적 시민 저항이 시작된 것이다. 당국으로서는 거리, 광장에 가만히 서 있는 사람들을 무작정 끌어낼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이다.

시위에 동참한 코레이 코눅은 "모든 형태의 폭력에 반대한다"며 "지난 2~3주 동안 목격해온 사태가 멈추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5세 청년 이스마일 오르한은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서있는 것만으로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에르도안이 이끄는 터키에서는 무엇이든 불법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가디언은 균듀즈의 시위로 터키 당국이 혼란에 빠지게 됐다고 해석했다. 그를 체포해 처벌하자니 타당한 이유가 없고 그냥 두자니 그가 이기는 셈이 되는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lch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