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조세회피 청문회서 '작아진' 쿡 애플 CEO

21일(현지시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민주당 소속 칼 레빈 상원의원(좌)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상원의원(우) 앞에서 애플의 조세 회피 의혹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 로이터=News1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 의원들의 호된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쿡 CEO가 이날 의회청문회에 소환된 것은 애플이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아일랜드에서 관리했다는 미 상원 상설조사위원회의 보고서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조세피난처로 각광받고 있는 아일랜드에 오퍼레이션스 인터내셔널(AOI)이라는 자회사를 세워 지난 4년간 440억 달러(33조 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상설조사위원회는 이 회사가 직원이 거의 없고 사무실만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는 미국 외 국가에서 거둔 수익은 세금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법의 허점을 이용하기 위해 설립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문회장에선 위원회와 쿡 CEO를 포함한 애플 경영진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위원회의 질문은 공격적이고 매서웠지만 쿡 CEO의 방어 솜씨도 만만치 않았다.

질문의 선공은 민주당 소속 칼 레빈 상원의원이 맡았다. 레빈 의원은 미 상설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수건의 기업 역외 탈세 조사를 진두지휘한 경험을 지닌 노련한 맹장이다

레빈 의원은 애플이 "자회사인 AOI를 통해 지난 5년 동안 300억 달러를 이전받았으나 법인 소득세는 왜 한 푼도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냐?"고 날카롭게 추궁했다.

이에 대해 애플의 세무 관계 담당자는 "물론 우리는 세금을 신고하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이 자금은 애플이 해외에서 거둔 순익이므로 미국에 신고할 의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불법성을 부인했다.

레빈 의원은 애플이 지난 한 해에만도 이런 식으로 90억 달러(한화 약 10조 원)의 세금을 회피했다고 주장하며 계속해서 쿡 CEO를 몰아세웠다.

하지만 쿡 CEO는 주눅 들지 않았다. 그는 애플의 조세 회피 사실을 인정하지도 않았고 이에 대한 사과도 전혀 없었다.

쿡 CEO는 "애플은 단돈 1달러도 세금을 탈루한 적이 없는 성실한 기업이다"고 강경하게 반박하고 "애플은 주요 납세자로써 지난해 60억 달러에 가까운 세금을 연방정부에 납부한 기업"이라고 맞섰다.

쿡 CEO는 이어서 "올해 애플이 낼 세금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우리는 내야 할 세금은 다 낸다"고 주장했다.

◆ 쿡 "미국의 시대에 뒤처진 조세 제도는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격앙된 표정으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로이터=News1

팀 쿡 CEO는 그동안의 애플에 대한 조세 회피 의혹을 작정하고 항변하러 나온 듯 청문회 내내 시종일관 격앙된 어조로 반박을 이어갔다.

그는 "애플은 절세를 위해 편법을 동원하는 기업이 아니다"면서 "우리는 (역외) 세금을 피하려고 지적재산권을 역외로 이전하지 않으며 카리브해 국가에 돈을 쌓아두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쿡 CEO의 답변을 청취한 레빈 의원은 "보다시피 미국은 분명히 세제상의 허점이 있다"면서 "이를 봉쇄한다면 수천 억 달러의 세금을 더 거둬들이고 재정적자 감축은 물론 현재 시퀘스터(정부 예산 자동 삭감) 사태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애플의 성공 신화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애플은 기업의 이익을 역외로 이전하고 세금을 회피하면서 정부와 사회에 대한 공헌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애플의 세무 전략은 미국의 세제 오류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쿡 CEO는 오히려 미국의 조세 제도는 디지털 시대에 뒤처졌으며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한다고 강경하게 비판했다.

쿡 CEO는 미국 법인세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경쟁사인 한국의 삼성전자를 끌어들이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 본사를 둔 삼성전자는 법인세가 24%지만 미국의 법인세는 39.5%라는 점을 내세웠다. 또한 이처럼 높은 세율 때문에 애플은 자금을 본국에 송환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레빈의 위원회는 애플이 지난 5년간 '과세 대상'이 아닌 아일랜드와 미국 내 3개 자회사를 조세 회피에 이용해 왔으며 이들 자회사는 본사 임원들이 관리해 왔다고 말했다.

애플이 현재 해외 조세피난처의 자회사에 쌓아놓은 현금은 지난 4년간 100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애플 전체 수익 중 6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애플이 이 자금을 미국에 송금할 경우 350억 달러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한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