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無국적 지사 활용해 수십억달러 세금회피"-美상원

중국의 애플 매장의 애플로고 앞을 한 행인이 지나고 있다. © 로이터=News1

애플이 전 세계 각국의 세제차이를 이용해 아일랜드 지사를 통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세금을 회피했다고 미국 상원이 20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미 상원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청문회 출석을 하루 앞두고 40페이지 달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쿡 애플 CEO는 21일 상원 국토안정보장·정부활동위원회의 상설조사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다.

상원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애플 지사 3곳은 아일랜드에서 아무런 '거주세금'을 내지 않았다며 이 지사들은 아일랜드에서 법인으로 설립됐지만 미국 본사 소속 임원들이 지사를 직접 관리한다고 지적했다.

유럽 전역의 애플 소매 매장을 관리하는 메인지사는 지난 5년 동안 단 한푼의 법인세도 납부하지 않았다.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아일랜드 남서부 코크를 메일링 주소로 두고 있는 애플 지사는 2009~2012년 배당금으로 299억달러를 챙겼고 이는 애플이 전 세계에서 거둬들인 순익의 30%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애플이 아일랜드와 미국의 세금제도 차이를 악용했다"고 비난했다.

아일랜드 지사 가운데 일부는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았고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 소속의 최고 임원들이 해당 지사를 운영했다. 애플은 또 아일랜드와 같은 조세 피난처에서 지사를 설립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세금을 내지 않고 관련 보고서를 어떠한 정부에도 제출할 필요가 없는 '무(無) 국적'으로 만들었다.

일례로 애플의 한 지사가 지난 2011년 아일랜드에서 납부한 세금은 매출 220억달러의 0.05%에 불과했다. 또 다른 지사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법인세 연말정산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고 2009년 이후 벌어들인 300억달러에 대한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

애플은 쿡 CEO의 청문회 출석에 앞서 사전 진술서를 공개하고 "세금술책"을 부리지 않았다며 2013회계연도에 미국에서 70억달러 세금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이날 쿡 CEO의 청문회 진술서를 사전에 공개하고 애플이 미국에서 납세의무를 어기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상원위원회 관계자들 역시 애플이 어떠한 법도 어긴 것은 아니며 이번 조사에 충실하게 협조했다고 말했다.

◇ 美 법인세제 개혁

22일 예정된 칼 레빈 상원의원이 주도하는 이번 청문회는 미국의 허술한 법인세제 개혁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레빈 의원은 의회에서 세제개혁을 촉구하며 22일 두번째로 청문회를 주재한다.

지난해 9월에도 상원위원회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휴렉팩커드(HP)의 역외세금 상황을 집중 조사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MS와 HP에서 애플 지사와 유사한 역외탈세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상원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애플이 세금회피를 위해 다국적 기업들이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역외세금 기법을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주로 기업내 거래에 적용되는 가격을 임의적으로 조정하는 회계관행인 '이전가격(Transfer Pricing)'을 통해 전 세계에서 세금을 회피한다.

이전가격은 교역으로 얻은 막대한 부를 기업들이 소득을 거둔 해외 영업지나 자국의 과세를 피하고 사실상 무한정으로 역외에 쌓아 놓을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미국 기업들은 해외 수익에 대해 최대 35%에 달하는 법인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미국 본토로 송환하지 않으면 이러한 법인세는 적용되지 않는다.

상설조사소위원회의 최고 공화당 의원인 존 맥케인은 20일 성명을 통해 애플의 세금관리책이 미국 법인세제의 맹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의회가 "수 많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이용하는 허술한 법적 구멍을 효과적으로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irimi9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