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중 성폭행당한 뒤 해고된 중국 여성 '산재' 첫 인정…4억 소송도

A 씨를 안고 호텔 방에 들어가는 왕 씨의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유튜브 갈무리)
A 씨를 안고 호텔 방에 들어가는 왕 씨의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유튜브 갈무리)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중국에서 출장 중 상사에게 성폭행당한 뒤 해고된 여성이 최초로 '산업 재해'로 공식 인정받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톈진시 진난구 인민법원에서 심리된 이 사건은 전국의 눈길을 끌었다.

피해자인 A 씨(41)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영업관리자로 일하며 연봉 100만 위안(약 2억 원) 이상을 받아왔다.

A 씨는 지난 2023년 9월 22일 직장 상사 왕 씨와 저장성 항저우로 함께 출장을 떠났다가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 당시 고객과의 저녁 식사에서 A 씨가 술에 취하자, 왕 씨는 A 씨를 품에 안고 자신의 호텔 방으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이듬해 4월, 왕 씨는 강간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같은 달 A 씨는 회사로부터 '정당한 이유 없이 결근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현지 감정기관의 조사 결과, 당시 A 씨는 강간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었던 것으로 진단됐다. 결국 지난해 말 톈진시 사회보장국은 A 씨의 상태를 '산업 재해'로 공식 인정했다. 이는 중국에서 성폭행 피해가 산업재해로 분류된 첫 사례다.

A 씨를 안고 호텔 방에 들어가는 왕 씨의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유튜브 갈무리)

올해 초 현지 노동 중재기관은 회사 측이 A 씨에게 113만 위안(약 2억 2300만 원)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회사 측은 이 결정에 항소하지 않았다.

그러나 A 씨는 현재까지 2만 위안(약 400만원)만 받은 상황이다. 이에 A 씨는 보상금을 200만 위안(약 4억 원)으로 올려 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진난구 인민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A 씨는 성폭행당했던 당시 입었던 옷을 입고 다시 법정에 섰다. 그는 "지난번에는 이 옷을 입고 굴욕을 당했지만, 이번에는 정의를 싸우기 위해 입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A 씨는 여전히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치료받고 있다며 "난 사건 이후 종종 악몽을 꾸고,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약물과 커피에 의존해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내 인생은 완전히 망가졌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같은 피해를 본 여성들을 향해 "절대 자신을 탓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한편 법원의 최종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