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 '그림자 선단' 승선 검사 권한 확보 추진…제재강화 박차

기국과 양자협정 체결로 급유·물류 지원 '틀어막기' 계획
제재 대상 선박 등록 해제 시 인센티브 제공 등도 검토

유조선 블라디미르 아르세녜프가 러시아 극동 나호드카 인근의 석유 수출항인 코즈미노에 정박돼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를 밀수출하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선박에 승선해 검사할 권한을 확보할 수 있는 규제 강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EU 외교장관들은 20일 열릴 회의에서 이같은 새로운 대러 조치를 포함한 여러 의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대외행동서비스(EEAS)는 이달 국제해양법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EU-회원국 공동선언 초안을 토대로 그림자 선단 선박 승선 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에 착수했다.

초안에는 EU와 회원국들이 승선 검사 사전 승인을 위해 기국과 양자협정을 체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회원국들이 초안을 지지하면 카야 칼라스 EU 외교정책 대표가 이사회에 협정 개시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EEAS의 외교장관 회의용 문서에 따르면, EU는 이미 그림자 선단에 급유·물류 지원을 제공하거나 이를 돕는 주요 기국 및 연안국과 접촉 중이다. 또 이들이 제재 대상 선박 등록을 해제하도록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계 최대 선박 등록국인 파나마는 이미 제재 대상 선박 등록 해제에 동의했으며, 최근 15년 이상 된 선박의 신규 등록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제재와 관련해 EEAS는 "EU가 현행 제재 패키지를 기반으로 보험사나 선박 등록기관 등 '그림자 선단 생태계' 운영자 추가 지정을 계속 제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이미 선박 400척 이상과 관련 단체를 제재했다. 내주 중 제19차 제재 패키지를 채택하면 제재 대상 선박은 약 560척으로 늘어난다.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금지 시점은 1년 앞당겨져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EEAS는 "(그림자 선단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 조달 문제뿐만 아니라 환경과 항해 안전에도 위협을 가한다"며 "중요 인프라에 위험을 끼치거나 EU 영토에 대한 하이브리드 공격의 발판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림자 선단 일부 선박은 서방의 주요 시설을 정찰하거나 민간 공항 운영을 방해하는 드론 발사 플랫폼으로 쓰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림자 선단의 규모는 약 600척에서 최대 1400척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EU 회원국들이 그림자 선단 대응을 위한 보다 강력한 집행 조치에 나서고 있다"며 최근 프랑스군이 '그림자 선단' 소속으로 추정되는 유조선 보라카이 호에 승선해 검사를 실시한 사례를 들었다.

당시 덴마크에서는 미확인 드론으로 인해 여러 공항이 일시 폐쇄됐고, 해당 선박은 이후 프랑스 서부 해안에 며칠간 정박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