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관세합의에 독일 車업계 '다행'…다른 산업은 "재앙"

獨총리 "이 협상으로 근본적 이익 보존할 수 있게 돼"
獨 자동차업계, 특례 원했지만 조속 합의 위해 보류

폭스바겐 매장 2022.07.0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자동차를 포함해 관세를 15%로 결정한 미국과 유럽연합(EU) 간의 무역 합의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8월 1일 발효 예정이던 30% 관세 시행을 며칠 앞두고 이뤄진 이번 합의가 "불필요한 대서양 횡단 무역 관계의 긴장 격화를 피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자동차를 제외한 다수 업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FP통신과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는 협상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더 많은 완화를 바랐지만, 우리는 이를 통해 근본적인 이익을 보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협상 과정에서 BMW 등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차량에 대한 특례 요청을 했지만 이를 철회하고, 상호관세의 조속한 타결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 이날의 합의를 끌어냈다. 미국은 독일 자동차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다.

메르츠 총리는 특히 27.5% 관세였던 자동차 산업의 관세가 15%로 내려간 데 만족감을 표했다. 합의문에는 아직 조율해야 할 세부 사항이 많아 메르츠 총리는 "지금부터 시작될 협상에 있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재무장관은 "이번 합의는 첫걸음으로서 긍정적인 일"이라며 "협상 결과가 독일 경제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이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량과 수출액에 따라 관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상쇄제도' 등 특례를 요청해 왔다. BMW의 올리버 집세 회장 등은 5월 말 미국 상무부 고위 관계자와 면담하며 이를 정식 제안했다.

메르츠 독일 총리 역시 6월 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 후 "상쇄제도 등 차량 특례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올리버 블루메 회장은 지난 25일 "몇 주 전부터 특례 요청을 '보류'했다. 먼저 미-EU 간 관세 합의가 필요하다"며 조기 타결로 방침을 선회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미국 남부 지역의 공장 설립 등 기존 계획에 더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미국에 제시하면서 향후 기업 차원에서 투자의 대가로 우대 조치를 얻는 것을 노리고 있다.

일본 차와 같은 수준인 15% 관세는 유럽 차 업체의 부담을 다소나마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4월부터 적용된 27.5% 관세로 폭스바겐은 13억 유로, 스텔란티스는 3억 유로의 추가 비용을 기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15% 자동차 관세가 부품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공장에서 조립되는 차량이라도 엔진 등 핵심 부품은 유럽산이 많다. 예를 들어 메르세데스가 예상한 17억 유로의 관세 중 3분의 1이 부품 관련 비용이다. 이에 한 애널리스트는 "정치 합의로 불확실성이 해소돼 단기적으로는 주가 상승이 가능하지만, 구조적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반면 자동차 외에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의 화학 및 기계 산업은 합의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 부문은 원래 자동차 부문보다 관세가 높지 않았는데 똑같이 15% 관세를 받게 되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독일 산업연맹(BDI)은 이번 합의가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며, 대서양 양측의 밀접한 경제 관계에 치명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독일 화학산업협회(VCI)는 관세율이 여전히 "너무 높다. 허리케인을 예상하다가 폭풍으로 끝났다고 기뻐하는 격"이라며 "격화는 피했지만, 양측 모두에게 비용이 많이 든다"고 밝혔다.

독일 수출업자협회(BGA)는 이번 합의를 "고통스러운 타협"으로 규정하고 "다수 기업에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IFO 경제연구소의 클레멘스 파우스트 소장은 "이번 합의는 EU의 굴욕이며, 힘의 불균형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