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연맹 안이한 대처에 KOVO컵 파행…"국제적 망신"

구단들 문제 제기에도 무리한 강행…경기 중단 후 재개
KOVO "이번 사태 계기로 컵대회 재정립 할 것"

KOVO컵 남자부가 대회 취소를 선언했다가 다시 재개했다. (KOVO 제공)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한국배구연맹(KOVO)의 안이한 대처에 해외 팀까지 초청한 배구대회가 파행을 겪는 참사가 발생했다.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남자부 대회의 비정상적인 운영과 혼란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기에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책이 필요해 보인다.

매 시즌 정규리그를 앞두고 각 팀의 전력을 미리 점검할 수 있는 KOVO컵은 지난 13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의 제1경기를 시작으로 남자부 막이 올랐다.

하지만 이어 열리기로 한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의 경기부터 대회는 잠정 중단됐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지난 12일 개막한 2025 세계남자배구선수권 기간 중 열리는 KOVO컵을 정식 대회로 간주하며 대회 취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미 FIVB는 세계선수권 종료(28일) 후 3주 이상 휴식기를 갖고 각국 리그를 시작하라고 명시했다. 이에 KOVO는 V리그 남자부 공식 개막전이었던 현대캐피탈-대한항공의 경기를 내년 3월 19일로 연기했다.

하지만 KOVO는 KOVO컵과 관련해 다른 방식으로 대응했다. KOVO는 "KOVO컵은 이벤트 대회"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강행했다가 결국 14일 새벽 대회 취소를 공식 발표했다.

KOVO는 약 9시간 뒤 "FIVB로부터 KOVO컵 남자부를 조건에 맞춰 진행할 수 있음을 승인받았다"면서 "FIVB가 이번 컵대회에 외국팀과 외국인 선수 참가를 불허한다"고 밝혔다.

한국 배구의 가장 상위 리그에 있는 팀들과 태국 팀(나콘라차시마)을 초청한 대회에서 벌어진 참사다.

일각에서는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한 배구 구단 관계자는 "대회 전부터 대회 일정과 국제이적동의서(ITC) 미발급 상태인 외국인 선수 출전에 대해 문의했는데, 연맹에서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답이 왔다"면서 "하지만 결국엔 대회가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상황이다. 선수단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전했다.

ITC는 해외 이적 시 계약 분쟁을 방지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FIVB에서 관리한다. 결국 외국인 선수들은 FIVB 규제로 대회 개막 날 오전에 KOVO컵에 뛸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계적인 지도자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이 "경기 당일 조식을 먹으면서 선수를 활용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건 태어나서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국 배구는 외딴섬이 아니다. 배구라는 세계 안에서 같이 움직이고 결을 함께해야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면서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새 시즌 준비를 위해 KOVO컵에 출전하기로 했던 초청팀 나콘라차시마는 무관중 상태로 연습 경기 형식으로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

이와 함께 FIVB는 세계선수권 예비 명단에 올랐던 11명의 KOVO컵 출전을 불허, 대회가 재개됐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불투명하다. 앞서 13일 현대캐피탈-OK저축은행 경기에는 이 예비 명단에 포함된 일부 선수가 뛰었던 터라 이를 빌미로 FIVB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KOVO 관계자는 "KOVO가 행정적으로 미숙한 점은 분명 반성하고 개선할 점이다. 하지만 그동안 FIVB가 컵대회에 제동을 걸었던 적이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다른 국가에서도 현재 비슷한 대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KOVO컵만 엄격히 대응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KOVO컵을 재정립할 수 있다. 대회 시기나 방법 등에 대해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무철 KOVO 사무총장은 이번 문제 해결을 위해 세계선수권대회가 진행 중인 필리핀으로 이날 오전 출국, FIVB 집행부와 만날 예정이다.

dyk06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