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밍키' 황민경이 현대건설에 불러온 작은 마법
"내 이름 나도 어색해…부모님도 안 불러 주신다"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요술공주 '밍키'의 긍정 효과가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에 작은 마법을 불러 일으켰다.
이도희 감독이 지휘하는 현대건설은 2일 현재 '도드람 2017-18시즌 V리그' 여자부 2라운드까지 선두(7승3패·승점 20)에 올라있다. 지난 시즌 봄 배구에 탈락했던 현대건설은 탄탄한 조직력과 짜임새 있는 플레이로 리그를 선도하고 있다.
시즌 초반 현대건설 상승세의 중심에는 수비형 레프트 황민경(27)이 있다. 세터 이다영이나 공격수 엘리자베스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하지만 뒤에서 묵묵히 수비에 집중하며 팀의 선두 싸움을 견인하고 있다.
황민경은 1일 현재 리시브 5위(2.842개), 수비 8위(세트당 5.947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도희 감독은 "(황)민경이는 어느 자리에 있더라도 빛나는 친구"라며 "팀에서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2017-18시즌을 앞두고 GS칼텍스를 떠나 FA로 새롭게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은 황민경은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경기 용인에 위치한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만난 황민경은 "이적하고 팀 성적이 좋아서 힘이 난다"면서 "좋은 기운을 끝까지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 FA 이적,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황민경은 유쾌하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코트 안팎에서 밝게 웃는다. 27세에 뒤늦게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정작 그는 "이렇게 오래 배구를 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황민경은 "벌써 프로 10년 차가 됐다. 지금까지 프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배구하기를 잘 한 것 같다. 심지어 내가 FA로 원하는 팀에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황민경은 신장이 174㎝다. 일반 여성으로 보면 굉장히 크지만 배구 선수로는 작은 편이다. 참고로 국가대표에서 같은 포지션에 있는 김연경(상하이)은 192㎝다.
황민경은 "만약 배구를 안 했다면 어땠을 것 같은지" 묻자 망설임 없이 "태권도 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태권도를 했다. 그때 태권도 3단이었다"면서 "배구로는 작은 신장지만 태권도에선 장신이다. 지금 키 정도면 태권도를 했어도 잘 했을 것 같다"고 웃었다.
2008-09시즌을 앞두고 1라운드로 도로공사에 입단했던 황민경은 원래 포지션은 라이트 공격수였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이 대체로 라이트를 맡고 있기 때문에 팀 사정상 레프트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시련도 많았다. 무릎, 어깨, 손가락 등 크고 작은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특히 어깨 부상으로 2012년 4월 슬랩 수술을 받았던 때가 가장 힘들었다. 황민경은 "운동 능력이 돼도 키 큰 선수들을 따라 잡기가 쉽지 않은데, 몸까지 아프니 너무 힘들더라"고 했다.
그는 "복귀까지 8개월 이상 걸렸는데, 수술을 받은 뒤에도 계속 아프다 보니 마음고생이 컸다. 그래도 2년 정도 지나니 통증도 가라앉고 괜찮아졌다"고 설명했다.
황민경은 코트에서 항상 누구보다 더 크게 파이팅을 외친다. 웃는 얼굴이지만 코트에 서면 전사처럼 바뀐다. 그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언젠가부터 했던 행동이다.
△ 민경보단 밍키 "부모님도 이름을 안 불러주세요"
그는 대뜸 "민경이란 이름을 들으면 비즈니스를 하는 것 같다"고 크게 웃었다.
황민경의 별명은 잘 알려져 있듯 요술공주 밍키에서 나온 '밍키'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처음에 팬들이 그렇게 불러주셨고, 중계방송에서 밍키란 별명을 얘기해 주셨다. 그때부터 모두가 밍키라 부른다. 이젠 팀에서도, 심지어 부모님도 이름을 안 부르신다"고 했다.
황민경은 "개명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내 이름은 일할 때만 쓴다. 누가 '황민경선수' 라고 부를 때마다 깜짝 놀란다"고 전했다.
황민경은 2015-16시즌 올스타전에서 요술공주 밍키 요술봉과 붉은 가발을 쓰고 이벤트에 나섰다. 그는 "팬들이 좋아하셨지만 다시 생각하면 너무 민망하다. 흑역사 중 하나"라고 손사래를 쳤다.
황민경은 별명뿐만 아니라 지금 국가대표까지 된 자신은 묵묵히 응원해준 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다"면서 "생일이나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빠지지 않고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 크다. 이번 월드리그 폴란드 원정 때도 와주셔서 응원해주셔서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 "효희·해란 언니가 감독하면 코치 시켜 준다고 했어요"
현재 선수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황민경은 10년 뒤의 모습을 묻자 조심스럽게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할 줄 아는 게 배구 밖에 없어서 은퇴 후에도 기회가 된다면 지도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이도희 감독님처럼 훌륭한 여성 지도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감독을 목표로 한다는 황민경의 말을 들은 이도희 감독은 "민경이는 무조건 좋은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 감독은 "일단 인성이 바르고, 평소에 후배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보면 충분히 통할 것이다. 꼭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황민경은 "(이)효희 언니나 (김)해란 언니가 나중에 감독이 되면 날 코치로 써주기로 약속했다"고 웃은 뒤 "언니들이 꼭 잘 되어야 하는데…"라고 했다.
인터뷰 내내 황민경은 유쾌하고 긍정적이었다.
인내의 시간을 견뎌낸 황민경은 "코트에 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지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때 부상으로 코트보다 웜업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던 황민경은 "나 때문에 뛰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다. 적어도 내 뒤에 있는 친구들한테 미안함과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더 열심히 뛰려고 한다.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팬들에게 파이팅 넘치고 감사할 줄 아는 겸손한 선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alexe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