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 중단' 악몽 이겨낸 삼성 원태인 "작년 KS 아픔이 큰 경험"[준PO3]

6⅔이닝 105구 1실점 호투, 삼성 2승1패 우위
"상상했던 일이 현실로, 뜻깊은 하루"

13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삼성 선발 원태인이 5회초 2사 2루 SSG 에레디아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포수 강민호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 2025.10.1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대구=뉴스1) 이상철 기자 =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이 사자군단을 구했다. 혼신을 다한 105구 피칭으로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의 승부처가 될 3차전 승리를 이끌었다.

원태인은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5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1실점을 기록,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은 원태인의 호투에 힘입어 시리즈 전적 2승1패를 기록,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던 지난 7일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 이은 2경기 연속 호투다. 원태인의 이번 가을야구 평균자책점은 0.71(12⅔이닝 1실점)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이어가는 중이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원태인이 우리 팀을 살렸다"고 극찬했고, 그는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돼 상금 100만 원도 받았다.

경기 후 만난 원태인은 "(1차전에서 이겼지만) 2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하면서 분위기를 뺏겼다. 오늘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승리해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는 선발 싸움에서 승패가 결정됐다. 원태인이 7회 2사까지 마운드를 지켰지만, SSG 선발 투수 드류 앤더슨은 3이닝 3실점(2자책)으로 조기 강판했다.

원태인은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잘 던졌고, (오늘 등판까지) 준비도 잘하고 컨디션도 좋았다. 그래서 앤더슨과 맞대결을 원했고, 자신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원태인과 앤더슨의 맞대결은 비의 영향으로 성사됐다. 10일 열릴 예정이었던 2차전이 비 때문에 하루 연기됐고, 3차전 선발 투수 차례였던 아리엘 후라도가 2차전 구원 등판에 4차전 선발 출격으로 변경됐다.

13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6.2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된 삼성 원태인이 데일리 MVP에 선정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10.1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그는 "(시리즈 전적) 2승인 상황이었다면 더 편했을 것"이라고 웃은 뒤 "(1승1패 후) 3차전 승리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이 100%라는 걸 알았다. 부담이 컸지만, 우리가 승리하면 기세가 올 거라 믿었고 공을 던졌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경기의 변수도 비였다. 원태인은 1회초 2사 1, 2루에서 무실점으로 막았으나 1회말 도중 폭우가 쏟아져 경기가 37분간 중단됐다.

원태인은 포스트시즌 때 내리는 비로 악몽을 겪은 바 있다.

그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5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팀의 1-0 리드를 이끌었으나 비 때문에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한국시리즈 1차전은 비로 이틀 뒤에 재개했고, 삼성은 마운드가 흔들려 1-5로 역전패했다. 곧바로 이어진 2차전마저 3-8로 패해 시리즈 흐름을 내줬다.

원태인은 "오늘 내리는 비를 보고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이게 아닌데'라고 뭔가 꼬이는 듯싶었다. 어깨가 식을까봐 걱정도 됐다"며 "최대한 빨리 경기가 재개하기를 바랐다. 그라운드 정비 후 재개 안내를 본 뒤 열이 식지 않도록 실내에서 스트레칭하고 외야에서 캐치볼 하며 몸을 풀었다. 다행히 감각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작년 한국시리즈 때 겪은 아픔이 큰 경험이 됐다. 그 덕분에 오늘은 잘 버텨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13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대3 승리를 거둔 삼성의 원태인이 포수 강민호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5.10.1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베테랑 포수 강민호의 조언도 원태인이 더더욱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팀이 3-0으로 앞서던 4회초, 원태인은 최정에게 2루타를 맞은 뒤 한유섬과 고명준을 아웃 처리했으나 최지훈에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그때 강민호가 마운드에 올라와 흔들릴 수 있었던 원태인을 독려했다.

원태인은 "한 점을 내준 게 너무 아쉬웠는데, (강)민호 형이 '네가 언제부터 무실점하는 투수였냐. 1점 줬다고 세상 무너진 표정 짓지 말라. 하던 대로 열심히 던져라'고 말씀하셨다"며 "민호 형은 평소 내가 흔들릴 때마다 마운드에 올라와 농담을 던지며 긴장을 풀어주셨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6회초까지 공 90개를 던진 원태인은 7회초에도 마운드를 지켰고, 아웃카운트 2개를 더 잡아냈다.

원태인은 "감독님과 코치님이 더 던질 수 있는지 의사를 물으셨다. 사실 난 내 공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민호형에게 물어보니 '맞아도 네가 맞아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힘이 남아있다고 느껴 자신감을 가졌다"고 전했다.

13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삼성 선발투수 원태인이 역투하고 있다. 2025.10.1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이어 "마음 같아서는 7회초까지 다 책임지고 싶었지만, 안상현 선수와 11구 접전을 펼쳤다. 그때 너무 힘들었는데, 다행히 삼진을 잡을 수 있었다. 다만 더 던졌다가는 영향을 미칠 것 같아 교체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삼성 팬들은 마운드를 내려가는 원태인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는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경기를 마치는 건 최고의 영광"이라며 "어제 잠들기 전에 상상했던 일들이 거의 다 이뤄졌다. 비록 한 점을 허용했으나 잘 풀려서 기쁘다. 뜻깊은 날이었다"고 활짝 웃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