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정신질환 300만명, '정신병자' 낙인 벗는다
정신질환 치료 패러다임 전면 개편
경증 질환 제외, 보험 가입 명문화
정신보건법 전부 개정안 입법예고
보건복지부(장관 진영)는 이같은 내용의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을 23일부터 7월2일까지(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20일 밝혔다.
개정안은 정신보건법상 정신질환자의 범위를 '정신질환으로 인해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축소하고 외래치료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증 정신질환자를 제외했다.
또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보험업법'상 보험가입은 차별화할 수 없게 했다.
정신건강문제의 조기발견과 만성화 방지를 위해서는 '생애주기별 정신질환 조기발견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정신의료기관에의 비자발적 입원요건도 강화하고 입원 후 최초 실시되는 입원적정성 심사주기는 6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키로 했다.
개정안은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치료 및 인권보호 위주로 지난 1995년도에 제정된 현행 '정신보건법' 명칭도 '정신건강증진법'으로 변경하고 모든 국민의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 조기발견·예방분야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키로 했다.
국내 18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14.4%)은 평생 한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있고 2010년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2조3842억원에 달했다.
현재 약 400만명이 정신질환자로 분류되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75%인 300만명이 정신질환자 분류에서 벗어난다.
임종규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이번 정신보건법 개정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 차별 해소와 전국민 정신건강증진정책의 본격적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 및 치료를 통해 질환의 만성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를 방지하고 개인의 삶의 가치를 높이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강조했다.
WHO에 따르면 2004년 전세계 질병부담의 13%를 정신질환이 차지했고 2030년에는 우울증이 고소득 국가 질병부담 1위 질환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신질환자 범위 축소
개정안은 '정신건강증진법'상 정신질환자를 '사고장애, 기분장애, 망상, 환각 등 정신질환으로 인해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게 했다.
현행 정신보건법 제3조는 '정신병·인격장애·알코올 및 약물 중독 기타 비정신병적 정신장애를 가진 자'를 정신질환자로 정하고 있다.
환자상태의 경중도를 고려하지 않고 정신과의사와 단순상담만 진행한 사람도 정신질환자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
개정안은 그러나 정신건강증진법상의 정신질환자는 입원치료 등이 요구되는 중증환자로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외래치료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증 정신질환자는 그 범주에서 제외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2013년 4월1일부터 약물처방이 동반되지 않는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상담시 건강보험 청구과정에서 정신질환 기록이 남지 않도록 질병코드를 분리해 적용하고 있다.
◇보험가입 관련 정신질환 이력 차별 금지 명문화
개정안은 보험업법상 보험상품의 가입·갱신·해지와 관련해서는 정당한 사유없이 정신질환을 사유로 피보험자를 차별(제한·배제·분리·거부)할 수 없도록 명문화했다.
차별행위가 발생할 경우 그것이 정당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보험제공자 측에서 입증하도록 규정했다.
외국보험사와 비교해 국내의 경우 정신질환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고 있고 통계적 근거에 기초한 합리적 인수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에 따라 "수면장애·우울증 등 경증 정신질환 이력만 있는 경우에도에 보험가입이 거절되고 있는 불합리한 관행 개선과 보험회사의 정신질환 관련 인수기준 합리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생애주기별 정신질환 조기발견체계 구축
개정안은 아울러 정신질환의 원활한 치료와 만성화 방지를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신질환 조기발견 체계 구축 의무를 규정했다.
보건복지부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의 생애주기별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 이와 관련한 상담·치료 등을 위한 사업근거를 신설했다.
정신질환 발병 이후 입원·치료 위주로 구성돼 있는 현행 정신보건법을 개선해 국민 정신건강문제에 선제적 개입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정신과 증상이 처음 발현한 주부터 최초 치료를 받게 되는 기간의 경우 한국은 84주로 미국 52주, 영국 30주 등에 비해 무척 길다.
또 정신질환자의 정신보건서비스 이용률도 한국은 15.3%로 미국 39.2%, 호주 34.9% 등에 비해 낮은 편이다.
◇입원은 필요한 정신질환이 있고 건강·자타의 위해가 있는 경우에만
개정안은 아울러 보호의무자에 의한 정신의료기관의 비자발적 입원요건을 보다 엄격히 하고 입원적정성 여부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입원대상자를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이 있고 '동시에' 환자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했다.
현행법은 입원이 필요한 질환이 있거나 '또는' 건강·자타의 위해가 있는 경우 입원토록 했었다.
개정안은 입원적정성 최초 심사주기를 현행 입원 후 6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했다.
또 심사기구인 정신건강증진심의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다양화해 심사의 객관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정신건강증진심의위원회에 기존 의료인, 법조인 등 외에 정신질환을 직접 경험하고 회복한 사람, 인권전문가, 정신건강 전문가 등 비중을 현행 1인에서 3인으로 확대했다.
◇정신건강증진의 장(障) 신설
개정안은 아울러 정신건강 관련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고 정신건강증진 정책의 활성화를 위해 정신건강증진 장(障)을 신설했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포괄하는 장기적인 정신건강정책 수립·추진을 위해 '정신건강증진기본계획'(10년 단위)과 그 시행계획(2년 단위) 수립을 의무화했다.
주요 내용은 생애주기별 정신건강증진 방안, 인식개선 및 정신질환자 권익 개선, 전문인력 양성 및 효과적 관리,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사회복지·교육·근로 관련자원의 활용, 관련부처와 협력 등이다.
개정은 또 매년 10월10일과 그 날이 포함된 주간을 각각 '신건강의 날', '정신건강 주간' 등으로 지정해 정신건강의 중요성 환기와 정신질환 관련 사회적 편견 해소를 위한 행사·교육 실시 기반을 마련키로 했다.
사후적 입원치료 중심에서 탈피해 사전예방적 개입과 정신건강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한 '건강증진사업' 도 신설한다.
정신건강증진사업은 정신건강 관련 교육·상담, 정신질환의 예방·치료·재활,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복지·교육·주거·근로 환경개선 등을 내용으로 한다.
WHO의 '2013〜2020 정신건강을 위한 실행계획'은 정신건강증진을 위해 정신의학 영역 외에 고용, 주거, 교육, 사회참여 등 부문의 지원이 동반돼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300인 이상 고용하는 사업장, 경찰·소방기관 등에서 소속원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교육, 상담, 치료 등 연계사업 시행을 의무화했다.
또 광역·기초 지자체 단위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중심으로 복지시설, 학교, 사업장 등을 연계한 지역정신건강증진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정신건강증진 인프라 강화
개정안은 아울러 정신건강증진센터의 기능을 강화하고 국립정신연구기관의 설립 근거와 그 주요 역할을 명확히하기로 했다.
정신보건센터를 '정신건강증진센터'로 명칭을 변경하고 기존 중증 정신질환자 재활·사례관리 외에 일반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증진, 자살예방 기능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모든 시·군·구에 정신건강증진센터 설치를 의무화해 국민이 손쉽게 정신건강 관련 전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보다 전문적이고 근거 기반의 정신건강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국립정신건강연구기관' 근거를 두기로 했다.
국립정신건강연구기관은 △정신질환의 효과적 치료를 위한 기초·임상연구 △정신건강증진 전문가 양성 △정신질환 관련 정보·통계 관리 △국립정신병원 관리 및 지원 기능 등을 수행한다.
보건복지부는 입법예고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개인 또는 단체는 우편이나 팩스를 이용해 7월2일까지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개정안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www.mw.go.kr) → 정보 → 법령정보 → 입법예고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senajy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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