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범위 놓고 노·사·정 '평행선'

노동계, 집단 소송 움직임…정부 협의체 추진
재계, 상여금 포함되면 '기업부담 38조원' 우려
대법원 전원합의체서 명확한 기준 제시될 수도

민주노총이 통상임금과 관련해 사용자단체와 고용노동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News1 양동욱 기자

상여금 포함 여부 등 통상임금 범주를 가리는 소송이 잇따르면서 이 문제가 노동계 현안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할 지를 두고 6월부터 노·사·정 협의체를 가동해 공식 논의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노총이 노조가 없거나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들을 대표해 집단소송 추진을 검토하는 등 노동계가 집단행동에 돌입하면서 논란은 더욱 불붙는 분위기다.

민주노총은 14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대정부 규탄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통상임금 문제는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이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거론하면서 불거졌다.

지난 8일(현지시간) 애커슨 회장은 박 대통령에게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는 문제의 해결을 전제로 5년간 80억달러(약 8조8900여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이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답하면서 통상임금 문제가 노동계와 재계에 '뜨거운 감자'가 됐다.

특히 법원도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두고 엇갈리는 판결을 내리고 있는 터라 혼란이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대법원이 지난해 3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는 등 법원은 그동안 대체로 통상임금의 인정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1994년 육아수당을 통상임금에 반영하라고 판단했고 1996년에는 명절귀향비, 여름휴가비,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시켰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6일에도 근로복지공단 일반직 5급 직원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북부지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9일 수도권 광역버스를 운영하는 삼화고속 근로자들이 낸 소송에서 인천지법은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인해 재계에서는 그동안 못마땅했던 법원의 판결이 뒤집힐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는 듯하다. 박 대통령의 미국 발언도 역시 반기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현재 계류 중인 10여건의 통상임금 관련소송과 관련해 전원합의체를 열어 통상임금의 명확한 법적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대법원 일부에서는 전원합의체가 열릴 수 있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노동계는 대법원 등 다수의 판결이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나오는 만큼 '법대로'를 외치며 재계와 정부를 압박하는 듯하다.

당장 집단소송 추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도 역시 소송을 할 경우 승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반면 기업들은 통상임금 공포에 떨고 있다.

통상임금 산정범위가 바뀌면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연장·야간·휴일에 근무하는 초과수당과 퇴직금 규모가 달라지는 데 현재 진행 중인 60여건의 소송에서 기업이 패소할 경우 '38조원'의 배상금이 필요하다는 게 재계 판단이다.

특히 초과근무가 잦은 자동차 제조업체, 조선업체 등은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GM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아시아나항공 등 노조는 이미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2008년 고용노동부 조사를 보면 고정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기본급과 기타 고정수당을 합산한 금액에서 8.37% 정도 통상임금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임금 범위에 따라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정기상여금, 체력단련비, 통근수당, 가족수당, 급식비 등 정기적인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통상임금의 정의와 범위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와 고용노동부 지침에 근거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시행령은 통상임금을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급여'로 정의하고 있다.

지침은 기본급, 담당업무나 직책 경중에 따라 미리 정해진 지급조건을 적용해 주는 직무직책수당, 기술수당, 위험수당 등으로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이 시행령과 지침의 정의가 모호해 그동안 법원의 사안별 판단에 따라 통상임금의 범주는 판단됐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법원이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 판단한데 관해서는 "특정사례에 대한 판단이므로 통상임금 범위 일반에 대한 판단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6월 노사정 협의체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논의하자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그동안 고용노동부가 통상임금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보여준터라 노동계가 테이블에 앉을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통상임금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의를 위해 법률 개정이나 입법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만큼 6월 국회에서도 이 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m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