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10년째 "불법파견을 정규직으로!"

하청노조, 10일 정부과천청사·현대차 앞서 상경투쟁
勞 '불법파견' vs 社 '적법한 도급' 10년째 갈등
대법원·중노위 판단에도 해결 실마리 안 보여

10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금속노조 현대차 하청노조 울산, 아산, 전주공장 조합원들이 총파업에 돌입해 비정규직노동자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2013.5.1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사내하청 노조) 울산, 아산, 전주공장 조합원들은 10일 총파업을 하고 서울로 올라와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 등에서 잇따라 결의대회를 열었다.

하청노조는 10년 전인 2003년 7월에 설립됐다. 이들은 당시 "차별없는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 철폐, 불법파견의 정규직화, 사내하청 직접고용 등을 주장했다.

10년이 지난 현재 이들의 주장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그동안 단식투쟁, 삭발투쟁, 태업, 부분파업, 전면 파업 등 다양한 형태의 투쟁을 벌이며 요구한 내용들은 여전히 불법파견 인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사내하청 직접고용 등이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는 "근로자파견사업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ㆍ기술ㆍ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고 돼 있다. 현대차와 같은 완성차업체는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해당하는 만큼 파견은 금지된다.

현대차는 '파견'이 아니라 '적법한 도급'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청업체의 직접 지시를 받고 근무하는 근로자는 도급이 아닌 파견에 해당한다. 현대차의 경우 일부 근로자들이 하청업체에 소속을 두고 있어도 현대차의 직접 지시를 받고 일해왔다. '불법파견'이다.

이에 하청노조는 사측을 향해 줄기차게 '불법파견 인정'과 '정규직화'를 주장했다. 불법파견을 모두 정규직, 직접 고용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대법원은 사내하청업체에서 2년 이상 일한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봐야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놓아 하청노조에 힘을 실어줬다.

당시 대법원은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2년 이상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해고된 최병승씨(37)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Y기업에 입사한 2002년 3월13일부터 2년이 경과한 이후 계속해서 현대차에 파견돼 사용됨으로써 2004년 3월13일부터 사용사업주인 현대차와 사이에 직접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소속은 하청회사일지라 현대차의 직접 지시를 받고 일한 만큼 실질적인 고용관계는 현대차에 있다는 판단이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철탑농성이 지난 4일로 200일째를 맞았다. 현대차 철탑농성자 최병승(오른쪽), 천의봉씨가 이날 현대차 울산3공장 명촌주차장에서 열린 정규직 전환 집회를 철탑 위에서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 /뉴스1 © News1 변의현 기자

대법원 판결 이후 현대차는 최씨를 정규직으로 인사발령냈다. 하지만 최씨는 정규직으로 출근하는 대신 철탑 위에 올라 농성중이다. 현대차는 최씨에 대해서만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다른 근로자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사내하청 노조와 사측이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이에 최씨는 자신을 비롯한 모든 불법파견의 정규직화를 주장하며 천의봉 노조 사무국장과 함께 현대차 울산3공장 송전철탑에 올라 200일 넘게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의 입장은 확고하다. 지난 3월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차 사내하청 50개 업체 가운데 32개 업체 299명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확정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적법하게 운영하고 있는 사내하도급에 일부 파견 결정을 내린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같은 달 회사 소식지를 통해 "적법한 도급으로 인정된 사안도 있는 만큼 특별협의를 통해 사내하청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현대차는 사내하청 문제 해결을 위해 2016년 상반기까지 3500명의 사내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사내하청 노조의 불만은 여전하다. '전원 정규직화'란 요구에 못미치는데다 정규직 '전환'이 아닌 '신규채용'이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하청 노조의 갈등은 올해 '사내하청 노조 설립 10주년'을 맞아 최고조에 다다를 전망이다. 지난달 26일 이미 한차례 총파업 서울상경 투쟁을 벌인 하청노조는 10일 상경투쟁과 더불어 "10년 투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이달 집중투쟁을 벌인다.

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