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있어?"…女강사 몰카 찍어 '선물'로 건넨 70대 중절모 남성 경악
- 신초롱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센터에서 수업을 듣는 70대 노인 때문에 밥줄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는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12일 JTBC '사건반장'에서 문화센터에서 강사로 일하는 40대 미혼 여성 A 씨는 얼마 전 70대 남성 수강생으로부터 불쾌한 일을 당했다.
A 씨에 따르면 얼마 전 새로 시작한 강의의 첫 수업 시간에 70대 초반 남성이 노란색 정장에 중절모를 착용한 채 나타났다. 수업 시작하자마자 남성은 "결혼했어? 애인 있어?"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얼마 뒤 A 씨가 센터에 가고 있는데 옆에서 경적이 울려 고개를 들어보니 70대 남성이었다. 그는 "선생님 타세요. 데려다 드릴게. 빨리 타세요"라고 말했다.
A 씨는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남성은 A 씨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차를 몰다가 뒤차들이 경적을 울리자 그제야 떠났다. 잠시 후 센터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성은 음료수 한 병을 쓱 건네며 "선생님 저도 외로운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불쾌감을 느꼈던 A 씨는 "매일 마치고 난 다음에 칠판을 계속 지워주고 남아서 다른 회원들 다 갈 때까지 천천히 일어나시면서 창문을 닫거나 항상 같이 나가려고 하시는 게 보인다. 제가 먼저 '얼른 가세요. 질문 있으세요?' 이렇게 해도 '아니요' 하면서 질문도 아는데 묻는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토로했다.
한 날은 수업을 마치고 퇴근하려고 하고 있었는데 그 남성이 다가오더니 "제가 정말 잘 읽는 좋은 시집인데 주무시기 전에 꼭 읽어봐라"라며 책을 건넸다.
마지못해 받아 들고는 귀가한 A 씨는 시집을 대충 한 번 읽어보려고 열었다. 순간 사진 3장이 툭 하고 떨어졌다. 그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진 속 인물이 모두 본인이었기 때문. 남성은 A 씨가 물을 마시는 사진, 다른 수강생과 웃으며 대화하는 사진을 몰래 찍었다.
70대 남성은 그동안 카메라를 들고 와서 여기저기 찍고 다녔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 충격적인 건 사진 뒤에 적힌 글귀였다. 남성은 "내가 자작시를 썼으니 평가를 좀 해달라"고 이야기를 한 적 있었다.
자작시에는 "봄꽃처럼 고운 얼굴 가을밤 같은 적적한 마음. 아가야 너는 아직 모른다. 남자란 건 세월을 견뎌야 비로소 깊어진다는 걸. 그대의 목소리는 나만 듣고 싶은 노랫소리"라는 내용이 담겼다.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판단한 A 씨는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을 센터 측에 알렸다. 센터 직원은 남성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겠다고 했고, 그로부터 얼마 뒤에 70대 남성이 직접 찾아왔다.
남성은 "선생님 죄송합니다.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나도 아내와 손주들이 있고 이상한 사람 아니다"라며 고개 숙이며 사과했다.
A 씨는 거듭된 사과와 주변에 수강생들도 있고 해서 일단 사과를 받아줬다.
남성은 사과하겠다는 핑계로 또다시 자신의 차에 탈 것을 요구했다. 그는 수업이 끝난 뒤 침을 천천히 챙기더니 다른 수강생들이 나가고 둘만 남게 되자 A 씨에게 "최근 문제도 있었는데 사과도 할 겸 내 차 타고 같이 가자"고 말했다.
다행히 지나가던 다른 수강생이 도와줘 그 자리를 모면할 수 있었다. A 씨는 더 이상 못 버티겠다 싶어 센터 측에 문제를 제기하고 남성이 수업을 못 듣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센터 측은 "명백하게 범죄라고 보기에는 모호해서 그건 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A 씨는 직장을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다.
박지훈 변호사는 "약간은 애매한데 여기서 좀 나아가면 범죄가 될 것 같다. 저는 센터 측이 중간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양지열 변호사는 "형사 범죄까지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사진을 몰래 찍는 것도 최소한 초상권 침해는 될 수 있다. 또 성희롱에 충분히 해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센터 측에서도 관리 차원에서라도 세게 나가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저도 이거는 성희롱 정도로 봐도 된다고 생각한다. 몰래 촬영했고 연락을 원하지 않는데도 계속한 거 아닌가. 개인적으로 연락하거나 몰래 촬영하면 센터에 나올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들어 주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r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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