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들 "1면 '社告'에 분노한다"

사측, '정당한 인사권 거부하는 집단'으로 노조 호도
사측, 19일자 사설 통신사 시론 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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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사측이 19일자 신문 1면에 '한국일보 사태의 진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사고(社告)를 통해 최근 한국일보 사태의 책임을 노조측에 돌린데 대해 한국일보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가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용역을 대동해 기자들의 편집국 진입을 막고 지면을 장악한 것이 결국 이 모양을 만들기 위한 것인가"라며 "도무지 진실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본질을 외면한 지면을 연일 쏟아내는 장재구 회장 등 사측의 궤변에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박진열 한국일보 사장 명의의 사고에서 "한국일보를 볼모로 사태의 진실을 왜곡하고 한국일보 구성원 전체를 파국으로 내몰려는 무책임한 기도를 좌시하지 않기로 했다"며 "'한국일보 편집국 봉쇄'라고 터무니없이 왜곡돼 전파되고 있는 지난 15일의 사태는 45일 동안 일부 편집국 전 간부와 노조에 의해 파행 제작돼온 한국일보 제작을 정상화하는 시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일보 경영진과 편집국 국장(직대), 부장단, 신문제작 정상화에 공감하는 기자들이 그간 불법 점거돼 있던 편집국으로 돌아와 법과 원칙에 따라 신문을 제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 정확한 진실"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박 사장의 '사고'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장재구'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며 "이 사태의 진실을 밝힌다면 사태의 핵심 사안인 '장재구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태의 본질을 인사를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 왜곡하며 존재하지 않은 폭력사태를 언급해 이 사안을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시키려는 사측의 졸렬한 의도가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비대위는 박 사장이 사고에서 한국일보 사태의 원인으로 지난 5월1일 사측이 단행한 편집국장, 부국장, 부장 등에 대한 인사를 인사 대상자들이 노조와 합세해 거부한 것으로 꼽은데 대해 "이는 불법·부당한 만행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장 회장은 한국일보의 상징인 중학동 사옥을 싸게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면서 '중학동 복귀'를 고대했던 구성원들을 좌절시켰다"며 "이 과정에서 200억원의 배임혐의가 드러났고 이를 노조가 문제삼자 장 회장은 자금을 끌어오겠다고 거듭 약속했으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뤄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국 언론에서 가장 자유롭고 공정하며 비판적인 지면을 제작해온 한국일보의 가치와 전통을 지키기 위해 노조는 더 이상 장 회장과 함께 할 수 없었다"며 "대주주의 무능함에 자꾸만 자본에 종속되는 한국일보 현실을 벗어나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가 지난 4월29일 장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배임 등)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자 그의 즉각적인 대응이 불법, 부당, 방패막이 인사였다"며 "자신의 불법을 감추려 구성한 전위대를 기자들은 인정할 수 없었고 편집규약을 어긴 불법 인사를 기자들은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이에 대해 "사측은 이같은 인사거부 배경을 의도적으로 밝히지 않음으로써 노조를 '사측의 정당한 인사권을 거부하는 집단'으로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 사장이 사고에서 "편집국을 점거한 일부 전 간부와 노조는 한국일보 5월2일자 1면에 있던 기사를 빼고 노조 명의 성명서를 무단 게재하기까지 하는 언론사상 유례없는 폭거를 저질렀다", "회사의 지시 및 대화 노력을 거부하고 불법, 부당한 신문제작을 하면서 업무를 방해했다" 등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비대위는 "2일자 노조 성명서 게재는 사측의 불법·부당 인사조치에 대해 당시 편집국의 정당한 편집회의를 거쳐 적법한 절차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며 "불법행위를 인의 장막으로 가리려는 사주에 대한 항거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측이 인내하며 진행했다는 대화 시도 역시 불법·부당한 인사를 받아들이라는 일방적인 강요였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기자들이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것이 기본인 신문사에서 기자들이 신문을 제작한 것이 불법·부당한 일인가"라며 "한국일보 편집강령에는 '한국일보는 경영진 등 사내의 부당한 간여도 받아들이지 않는 '독립된 언론'임을 내세운다'는 규정이 있다"고 반박했다.

비대위는 또 사고에서의 '(노조가) 한국일보를 볼모로 사태의 진실을 왜곡하고, 한국일보 구성원 전체를 파국으로 내몰려는 무책임한 기도를 좌시하지 않기로 했다'라는 내용에 대해 "사측이 용역 깡패를 동원한 편집국 봉쇄라는 한국 언론 역사상 초유의 일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이 불법 인사로 갈등을 유발하는 와중에도 '신문만은 만들어야 한다'며 지면을 제작해오던 기자들에게 편집국 출입을 막는 것이 과연 신문 정상화인가"라며 "존재감만으로도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용역을 동원해 기자들의 편집국 접근을 막는 것이 현재 시대에서 가능할 것이라 믿는 사측의 현실 인식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또 "사측은 현재 한국일보 사태의 진실을 '경영진과 편집국 국장(직무대행), 부장단, 신문제작 정상화에 공감하는 기자들이 그간 불법 점거돼 있던 편집국으로 돌아와 법과 원칙에 따라 신문을 제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 정확한 진실'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신사 기사와 기자 이름도 없는 기사, 비문과 오자로 넘쳐나는 기사, 컨트롤 브이(복사)와 컨트롤 씨(붙여넣기)를 이용한 자매지 기사 도용 등으로 논설위원들로부터 '쓰레기 종이뭉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문을 만드는 것이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비대위는 또 한국일보 19일자 사설 중 하나가 한 통신사의 시론을 그대로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장재구 회장의 방패막이 인사 10명이 제작하는 '짝퉁 한국일보'가 신문의 공식입장인 사설까지 표절했다"며 "기자들의 편집국 진입을 강제로 봉쇄하면서 '정상적인 지면제작'을 강조해온 사측이 이율배반적으로 언론사의 정체성을 스스로 유린하고 있다"고 밝혔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