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전자발찌 대상자에 재범방지 준수사항 부과·위반 처벌 합헌"

전자장치부착법 준수사항 조항 헌법소원…전원일치 합헌 결정
"준수사항 예측 가능…과태료만 부과 땐 제도 목적 훼손 우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2026.3.26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전자장치 부착 명령 대상자에게 재범 방지와 성행 교정을 위한 준수사항을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의2 제1항 제6호 등에 관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각하 결정했다.

성폭력 범죄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A 씨는 2017년 재범 위험성을 이유로 전자장치 부착 명령과 함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심야 외출·음주 금지 등 준수사항을 부과받았다.

이후 준수사항을 두 차례 위반해 유죄 판결이 확정되자, A 씨의 준수사항은 2022년 '매일 0시부터 오전 5시까지 외출하지 말 것'과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 음주하지 말고 보호관찰관의 불시 음주 측정 지시에 따를 것' 등으로 변경됐다.

A 씨는 2024년에도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두 차례 넘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다.

재판 중 A 씨는 특정 시간대 외출 제한, 재범 방지와 성행 교정을 위해 필요한 준수사항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과 위반 시 처벌하도록 한 조항 등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전자장치부착법에서는 법원이 부착 명령을 선고하는 경우 특정 시간대 외출 제한이나 재범 방지·성행 교정을 위해 필요한 사항 등 준수사항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위반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헌재는 준수사항 가운데 '재범 방지와 성행 교정을 위해 필요한 사항'의 범위가 불분명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준수사항 내용은 개별 사안 특성과 특정 범죄자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준수사항 유형을 사전에 예측해 법률에 구체적·서술적으로 열거하는 것은 입법 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범 방지와 성행 교정은 오랫동안 형사정책, 사법 영역에서 사용돼 온 개념"이라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준수사항 유형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준수사항 위반 시 처벌하도록 한 조항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준수사항을 위반한 행위는 특정 범죄자의 교정·재사회화를 저해하고 재범 위험이 현실화하는 징후로 평가될 수 있다"며 "과태료 등 행정적 제재만 부과할 경우 제도 목적 자체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준수사항은 사회 규범 준수를 전제로 한 최소한의 행동 기준"이라며 "그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은 특정 범죄자가 책임 있는 사회구성원으로 복귀하기 위한 규범 순응의 훈련이자 교정 수단이 된다"고 했다.

보호관찰 대상자와 전자장치 부착 명령 대상자를 달리 취급해 평등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배척했다.

헌재는 "보호관찰은 범죄인이 사회 내에서 지도·감독을 받으며 건전한 사회 복귀를 촉진하고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며 "사회 복귀 촉진 외에 재범을 방지해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전자장치 부착 명령의 대상자와 동일 집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헌재는 외출 금지조항과 부칙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고 보고 각하했다. A 씨가 외출 금지 조항과 부칙 조항은 이 사건 형사재판에 적용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saem@news1.kr